끊어진 첼로 줄-장한나

2008. 1. 24. 10:13서양음악

 

2악장 알레그레토(Allegretto)를 2분 정도 연주했을 때였다. 갑자기 장한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부 관객들은 무슨 일인가 하며 눈을 크게 떴다. 장한나는 지휘자와 관객을 향해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줄이 끊어졌어요." 

 

2악장 초반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높은 음의 에이(A)선이었다. 장한나는 침착하게 선을 받아들고는 무대에 앉아 익숙한 솜씨로 끊어진 줄을 갈았다. 가벼운 농담으로 당황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누구보다 몰입이 중요한 장한나에게는 큰 타격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연주가 시작되자, 장한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주 속으로 빠져들었다. 객석은 또 다시 경청의 침묵 속으로 녹아들었다.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관객들의 집중은 연주의 열정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20여분이 흘렀다. 첼로 위로 흐르던 땀이 몇 번이나 수건으로 옮겨갔다. 경쾌한 타악기에 맞추어 낮고 길게 뽑아내던 첼로가 육중하게 감아올리는 소리로 끝나자, 관객들은 그동안의 적막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큰 소리로 열광했다.

 

그 기립박수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 열기는 잠시 후면 맞게 될 혹독한 시카고 밤의 추위를 잊게 해 주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18687&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9&NEW_G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