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음악과 오디오 음악-짧은 토론

2007. 9. 7. 15:05서양음악

2005년 5월 26일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열린 vn.미리엄, pf.김대진 듀오 연주회를 보고...

 

윤:

어제는 현대예술관에 미리엄(violinist), 김대진(? Pianist) 연주회에 갔더랬습니다.


사실 난 연주회엔 지금까지 별 관심을 두진 안했는데 아래 두 가지 이유로 가기로 했지요.


1) 내가 집에서 음악을 듣는데 내 나름대로의 감흥을 느끼면 되지만 그래도 소리의 reference를 가지고 싶었지요. 즉 악기 각각의 소리나 합주 화음 등의 실 연주에서 나는 소리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2) 공짜 티켓이 있었습니다. 사실 난 돈 내고 참석해서 그만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이 없거든요.


어제 듣고 느낀 점을 간단히 고백하면


1) 나는 역시 아직 클래식 연주회에 와서 감흥을 느낄 수준이 못된다.


저번 charity 합주단(?) 연주회 때도 마찬가지 이었습니다. 근데 이상한건 집에서는 꽤 괜찮게 들리는 곡들이 있는데……. 결국 연주곡의 선곡 문제인지……. 아마 그렇겠죠?


2) 어제 연주회는 중간에 쉬는 시간 기준으로 1부, 2부로 나뉘었는데 제가 듣기로는 1부에는 곡들도 산만하고(생소하기도 하고) 별로 느낌이 없던데 2부에는 연주곡들의 멜로디도 좀 친숙하면서도 연주 자체도 좀 더 나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특히 2부 2번째 연주는 멜로디도 그렇지만 연주도 감동을 주는 그런 것 같더군요. 연주자도 아예 악보를 안보고 외워서 연주 하더군요.


3) 현대 예술관 2층에 앉아서 들은 터라 로얄석 하고는 차이가 있겠죠? 2층에서 듣기로는 피아노 소리가 좀 커서 바이올린 소리가 묻힌다는 느낌이 좀 있더군요. 특별히 어제 연주음이 오디오 보다 좋다고는 못 느꼈습니다.


4) 가만히 생각해보면 워커맨, mp3, 라디오, 심플 오디오, 하이파이 오디오, 실황 연주회 등의 하드웨어에 따른 감흥 보다는 곡 자체에 대한 감흥이 최우선인가 싶은 게 와 닫지 않는 곡 아무리 초 하이엔드 아니라 실황 연주회에서 들어도 라디오로 듣는 좋아하는 곡의 감흥에 비교가 안 된다는 뻔한 이야기를 또 확인하네요.


근데 분명히 기억 나는 건 십수 년 전 외국의 길거리나 지하철 통로에서 연주하는 아마추어 현악4중주 또는 기타 반주의 노래는 지나다 음색이 좋아서, 노래가 좋아서 한참 서서 들었던 기억이 나고 그때 내 귀에 들렸던 현장 연주의 소리는 오디오 보다 훨씬 좋았다고 기억 됩니다. 이것도 결국 그때 음악이 내 가슴에 와 닿아서 인지…….


박:

제가 윤00님의 그 느낌에 동감하는 바 있어서 이렇게 답 글 씁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회는 꽤 많이 가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홀의 음향 설계에 따라 그 음악에 큰 감동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영 아니올시다 일 때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현대예술관이 지어지고 나서 꽤 좋은 인상을 받은 연주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공교롭게도 예술관을 개관하면서 에버랜드 음향감독을 모셔 와서 그 분이 신경을 쓸 때였지요. 물론 예술관 그 분야의 특성상 다른 직원들은 그 음향감독이란 사람이 얼마나,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지를 못 했을 겁니다만. 


아무튼 이제 그 분이 나간지가 몇 해 되는 것 같은데... 전에 없는 낭패를 봤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들리는 예기가 다른 동호인들도 동감이라더군요. 사운드가 아름답게 들리질 않는다는 것 이였거든요. 세계적인 대가가 연주하는 음악이 '아름다운 소리'가 아닌 뭔가 지저분한 소리가 우리 귓전을 때리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생각했죠. "아! 그 젊은 사람(음향감독)이 저희 집에 와서 음악들 듣자마자 아주 미묘한-우리로서는 놀랄 따름인-잘 못된 음향을 꼭 집어내더니 역시 음향감독이 그냥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관은 예술을 아는 사람이 운영을 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그 쪽에 '어필'해야 하는 건지 이거 원 참*_*


윤:

아 그런 이유가 있군요 -_-


저도 가끔씩 차 안에서 테이프로 들을 때의 소리 결이 집안에서는 달랐던 느낌이 있었던지라 뭔가 공간상의 매칭이 중요하구나 하고 짐작만 했었는데...


박:

제가 그 음향감독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봤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공부한 음향기술자이더라구요.

그 사람을 가르친 분이 영화음향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로 알려진 분이랍니다.

이름이 기억나질 않네요.


그만 둔 까닭은 아마도 예술관 쪽의 몰이해에서 출발되지 싶습니다.

아무튼 참 아까운 사람입니다.


김:

저도 어제 갔었는데 사실 김00 회장님이 상당히 좋은 연주라고 추천을 하였지만 바쁘기도 하고, 등등으로 못 갈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장부회장님 덕분에 들었지요.


그런데 공짜로 듣는 것이 부담이 없어서인지 어제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연주자도 곡도 제가 실력이 일천하다보니 잘 모르고 갔지만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표정도 자연스럽고 옷차림도 편안하고(다른 연주자들과 비교 될 정도로 평범에 가까운 친근한 느낌) 연주에 몰입하는 자세도 경륜이 쌓여서 나름대로의 스타일, 게다가 바이올린 소리가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장 부회장님 왈 기계가 고가품으로 무지 좋은 거라 그렇다고 하던데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연주자가 연륜이 있어 과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자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꾸려나가는 모습이 누나와 동생 같이 다정하게도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실황이 라디오나 CD보다 못하다는 느낌, 그건 저도 동감인데 짧은 지식으로 나름대로 생각을 해 "습니다.


CD를 만들려면 상업적인 상품이므로 연주내용을 엄청 손을 보지 않나 생각함다.


실황 녹음은 다르겠지만 음반 출시를 위한 녹음제품은 약하게 녹음된 부분을 크게 하기도 하고 등등,...


그래서 실황보다 훨씬 정제된 제품을 시장에 내 놓기 때문에 듣는 사람 마음에 쏙 들도록 듣기에 좋도록 상당히 각색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실황에서는 연주자의 표정이나 옷차림, 팔의 근육의 움직임, 몸매도,...


미리 예약을 하고 시간을 맞추어 옷매무새도 다듬고 연주장에 가서 집중해야 하는 분위기 들이 듣는 행동 외에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TV에서 야구중계를 보면 엄청 큰 경기장에 관중들, 함성소리,,, 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것은 TV 중계하는 전문가들이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극적인 장면과 분위기를 연출할 것 인가를 고심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찍은 화면을 수시로 바꾸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피나는 노력(?)의덕분으로 문수 구장에 가서 축구경기를 보는 것 보다 더 자세하고 - 해설자까지 곁들여서, 재미있게 안방에서 볼 수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처음 동대문 야구장에 갔었을 때 느낌,  전국 고교 야구대회 TV중개 때는 엄청 큰 야구장 같았는데 가보니 실망,..


그래도 축구 경기를 보려 가듯이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 라디오에서 듣는 것보다는 좀 못하더라도 방송이나 CD등 다른 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연주자와 당사자들(?)끼리 얼굴을 보면서 어울리는 것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함다.


하여튼 Raw Materila과 정제한 것과 차이라고 한다면 좀 심한 표현이겠지만 말입니다.


이층에서 듣자니 너무 더워 쉬는 시간에 내려와 일층 제일 좋은 위치에 앉았는데 좋은 자리는 다르더군요.


아이구 너무 많이 떠들었네요. 더 떠들면 본전 나오고 - 이만


참 출장가서 길거리 악사들 연주가 마음에 와 닿는 건, 저도 그렇게 느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길거리에 나와도 될 정도로 연주자가 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길거리 연주가 event성이 있어 좀 예외적이고 대담하기 때문에 가슴에 와 닿는 점도 있지않나 싶습니다.


왜 길거리에서 연주 하는거 멋있잖아요. 지나가는 사람들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멋있는 뭔가가 있어야,... 와서 듣겠지요.


저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 그렇게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날 정도로,


좀 선동적이지요



박:

김00님 의견 제 생각과 같고요.


저나 윤00님 생각은 단지 음악감상에 대한 기대치가 조금 높은데서 오는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음악회의 성공요소는 연주의 질과 아름다운 음향이 어우러져 최종 결과를 낸다고 봅니다. 물론 이 두 가지 요소를 혼동하는 이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엄연히 구분되어야하는 것이죠.


여기서, 저는 연주 질을 더욱 중요시합니다. 음반을 고를 때 음질 좋은 판 보다 연주가 좋은 판을 당연히 고르거든요. 그런데 연주가 좋으면서 아름다운 악기소리도 나면 금상첨화인 거죠. 이 점이 홈 오디오가 실제 음악회와 비슷한 음질을 내 줄 때 이슈가 될 듯 합니다.


한마디로 비교가 되는 거죠. 본 전 생각이랄까? 물론 통조림 음악이란 것을 잘 알지만 당장 감동을 느끼는 순간엔 통조림이란 생각을 할 여유는 끼어들지 못할 것 아니겠습니까? 연주와 음질이 좋은 음반을 감상하는 기준으로 음악회에 가게 되면 비록 좋은 연주라 하더라도 연주장의 음향 효과 때문이던 어쨌든 악기 소리가  좋지 않게 들리게 되면 싫을 수밖에 없죠.


물론 예전에 자동차 문화회관에서 모스크바음대 현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타이스의 명상곡'은 저에겐 천하에 어떤 음반으로도 채워주질 못하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밖에 88년 모스크바필과 플래트네프가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도 또한 마찬가지 감동을 선사하더군요. 그 말고도 연주회의 감동은 많았습니다만 요즈음은 집에서 감상하는 '연주회-레코드 연주회'에서 실연보다도 더욱 감동을 받는 것은 숨길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어제 연주회는 정말 귀한 연주회였는데 못 가서 아쉽습니다.



박: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메일을 보내놓고 가만 생각하니 중요한 것을 빼먹어서요.^^


연주회장에서 생생한 연주가의 호흡이 느껴지는 점이라든가 청중들의 진지한 열기 따위들은 레코드로는 접하기 힘든 정말로 떨쳐버리기엔 아까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레코드를 통해 듣는 연주가의 수준 보다 조금 떨어질 지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이 연주회장의 분위기가 저에게 와 닿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필요한 요소가 있지요. 그 것은 다름 아닌 청중의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솔직히 청중들의 돌발 행동이 저로 하여금 연주되는 곡에 빠져들도록 허용하지 않더군요. 또 언제 프로그램 뒤적이는 소리가 날까, 아이가 몸들 뒤틀면서 주변의 시선을 끌지나 않을까, 곡만 끝나면 무조건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는데, 어떤 때는 그 연주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도저히 감상이고 뭐고 슬그머니 도망치고 싶은 심정일 때도 종종 있었거든요. 이런 현상은 무대 뒤편일수록 심하고 그 반대는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그래서 저는 꼭 보고 싶은 연주회는 제일 앞자리 표를 구하려고 신경 씁니다.


또 한 가지, 대중적으로 유명한 연주가의 음악회는 가능하면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유명한 연주회에는 으례히 음악에는 전혀 문외한인 겉만 뻔지르르한 사람들이 와서 그 음악회를 망쳐놓거든요. 언젠가 모 본부장 부부가 참석했는데 제 옆자리에 앉았었지요. 그런데 그 분들은 음악회 상식이라곤 전혀 없는지 곡만 끝나면 무턱대고 박수를 쳐 대는 통에 거기 신경 쓰여서 그 날 연주회를 완전 망쳐놓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 날 연주곡이 무슨 모음곡이었는데... 짧은 곡들이 무척 많은 곡 있쟎습니까?


좌우지간에 가까운 곳에서 음악을 만끽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박:글쓴이/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