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주 음반 : 바흐 b단조 미사-양현호

2007. 7. 25. 17:25서양음악

구스타프 레온하르트(DHM)'85년 2월

이 아름다운 연주는 테도의 진지함이나 사고의 깊이, 해석의 명철함, 이상적인 독창 배역, 뛰어난 기악 솔로, 잘 다듬어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연주력이라는 점에서 카를 리히터의 1961년 녹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지만, 예리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리듬감이나 완벽한 프레이징, 탁월한 조형감 등은 그 어떤 연주도 따를 수 없다. 이 미사곡을 이상적으로 노래하기 위해서는 6명의 탁월한 독창자가 필요한데, 보통은 5명이나 4명으로 압축시켜, 제2소프라노는 알토가, 제3베이스는 제1베이스가 중복하여 노래하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완벽하게 면면을 갖춘 경우는  이 음반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음반의 독창자들, 특히 카운터테너 르네 야콥스는 섬세하고 영감에 차있다는 점에서 역대 가장 뛰어난 알토임에 분명하며, 막스 반 에그몬트나 하리 반 데르 캄프는 오페라적 과장없이 솔직담백하면서도 풍부한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이 미사곡을 노래하기에 가장 적합한 베이스 독창자들이다.

 

필립 헤레베헤(Virgin Classics)'88

레온하르트와 더불어 20세기 후반의 가장 뛰어난 바흐 해석가로 평가받아 마땅한 헤레베헤의 바흐 녹음 가운데서도 '마테 수난곡','요한 수난곡'의 녹음과 더불어 대표적인 음반이다. 헤레베헤의 바흐 해석의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하고 따뜻한 인간적 감정으로 충만한 아름다운 음악세계를 구현해낸다는 것이다. 이 연주 역시 그런 이념에 입각하여, 시대 양식을 찾아내고 재현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를 하기 보다는 음악 자체의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내면적이고 음악적인 연주다.적절한 규모(21명)를 지킨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의 합창도 일품이고, 독창진도 화려한 위용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도 특히 알토 역의 카운터테너 브레트와 테너 크룩의 가창은 절정에 도달해 있다.

 

프란스 브뤼헨 '89년3월 실황

네델란드 실내 합창단 및 18세기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이 연주회 실황은 풍부한 인간적 표현과 섬세하고 아름다운 음악적 기교가 어우러진 한 편의 아름다운 전례서와도 같다. 야콥스가 보여준 숭고한 정열이나 레온하르트가 추구했던 지극히 완벽하고 투명한 조형감과는 달리, 전체 인류를 포용하려는 듯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인간미가 성악과 오케스트라의 정확한 기교 속에서도 참으로 밝게 빛난다. 청순한 목소리의 제니퍼 스미스도 인상적이지만 'Qui sedes'나 'Agnus Dei'를 노래하는 풍부하고 영감에 찬 마이클 첸스의 가창은 특히 뛰어나다. 또 하리 반 데르 캄프의 밝고 따뜻한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더욱이 녹음도 아주 잘 되었다.

 

르네 야콥스 '92

1982년 베를린 내에 몇개의 오케스트라 주자들이 모여 결성한 정격 연주 단체인 베를린 고악 아카데미(Akademie fur Alte Musik Berlin)를 지휘하여 완벽한 균형감과 치솟는 정열이 빈틈없이 조화를 이룬 눈부신 연주를 만들어 내었는데, 6명의 독창진의 기량도 최상급이고 기악 솔로이스트들의 연주력도 발군이다. 레온하르트의 연주가 완벽한 조형감과 섬세하고 투명한 감정 표현으로 이 미사곡이 지닌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면, 이 연주는 고양되는 정열과 풍부한 감정 표현을 형식과 균형의 아름다움 속에 담아 표현해냄으로써 또 다른 가능성을 실현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http://www.mplu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