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경험론-3

2021. 4. 7. 20:52오디오&AV

[음악 & 오디오 경험론-3]
'음악감상파'에게 필요한 오디오

흔히들 오디오 황금기인 50~60년대 오디오를 아메리칸 사운드, 브리티시 사운드, 도이치 사운드로 대별한다. 재미있게도 그 나라 국민성, 분위기와 음향은 공통점이 있다.

아메리칸 사운드는 카우보이 기질과 꼭 맞아떨어진다. 씩씩하고 활기차며 힘 있는, 그러나 깊은 맛이 떨어진다고나 할 그런 음향이다.

브리티시 사운드는 안개 낀 런던 거리를 거니는 우산 든 영국 신사가 연상된다. 안개가 낀 듯 우중충한, 곰삭은 느낌에 부드러움의 상징처럼 아련한 음향이 브리티시 사운드인 것이다.

도이치사운드는 어떤가? 나치 광기의 상징인 괴펠스 선전장관이 주창한 오디오 산업은 정확함과 획일화를 위해 줄달음질 쳐왔다. 사운드 또한 일치한다. 규격화, 정확성, 날카로움의 표상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도이치 사운드의 다분히 음악적이지 못할 것 같은 특징들이 적당한 홀과 만나면 이상적인 콘서트 음향으로 변모한다는 점이다.

'음악감상파'가 필요로 하는 음향이 바로 이런 도이치 사운드 기기들인데, 음향은 어떤 형태로든지 과장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고 지나치게 웅장하거나 선이 굵은 사운드 또는 지나친 윤기 등의 요소들은 처음엔 좋지만 그 좋은 느낌이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얼마 가지 않아서 싫증이 나고 만다는 뜻이다. 무색무취하고 억지로 만들어 낸 듯한 고음과 저음은 철저히 제거된 순수한 악기 소리 그대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바이올린 소리는 청중 입장에서 실제 콘서트 현장의 바이올린 소리라야 된다는 뜻이다. 절대로 지휘자 위치에서 듣는 소리는 아닌 것이다.

사운드가 이러하게 되면 애호가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도 달라지게 된다. 오디오의 음색이나 기기 따위가 화두로 등장하지 않고 음악 이야기만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음악감상파'를 위한 오디오기기의 진면목인 것이다.

특히 이러한 특징과 상황은 도이치 사운드를 진정하게 이해해 보지 않은 애호가라면 도저히 짐작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 이런 사운드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실제 콘서트와 견주어 손색이 없는 해상도를 가져야 함은 물론, 노이즈나 험 따위 잡음이 거의 없는 기기를 만들 과학기술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제가 경험한 바로는 아쉽게도 아메리칸이나 브리티시는 일단 부족함을 부인할 수 없었고, 오로지 도이치 기기만이 이 수준을 만족시킬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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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4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네요~~

지금은 위장되어 겉으로 덜 나타나지만 독선 끼가 뚜렷한 글이지요^^.

P.S.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연합군 최초로 소련군이 베를린에 입성하게 되었을 때 전승 물자 노획의 첫 번째 순서가 방송국의 음향장비를 소련 본국으로 실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오디오의 황금기라 일컫는 그때였지요.

이후 전쟁이 마무리가 되고 전승국 소련과 러시아 양대 진영은 과학기술로써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며, 이 경쟁은 미국에 앞서서 소련이 소유즈 우주선을 달에 보냄으로써 일단의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음악이있는집 #andiemusik #도이치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