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소년이 오케스트라 지휘를?

2012. 5. 22. 15:11연주가

베네수엘라 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로 임명돼

세계 최연소 지휘자 …“지휘는 말이 없는 언어”

14살 음악 신동이 어엿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됐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세계 최연소 지휘자다.

호세 앙헬 살라자르라는 14살 소년이 최근 베네수엘라의 누에바 에스파르타 주립 청소년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임명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 보도했다.

 

살라자르는 70여명의 단원 대부분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관현악단의 각기 다른 악기들을 조율해 최상의 화음을 빚어내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른 못지않다. “성인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지휘도 초청을 받았어요. 지휘는 말이 없는 언어예요. 확신에 찬 연주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연주자들에게 내가 확신을 전달해야 하고, 내 몸의 움직임을 음악에 조화시켜야 해요.”

 

살라자르의 앞길은 8살 때 처음 클래식 연주회를 접하면서 일찌감치 결정됐다. 학교 교사인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단란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집안 어른들 누구도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거나 관심이 대단한 건 아니었다.

 

“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브라스(관악) 콘서트에 갔는데, 세 번이나 울었어요.” 그 또래의 소년들 대부분이 클래식 공연에 가면 몸을 배배 꼬는 것과 달리, 살라자르는 관악기들에서 흘러나오는 우아한 선율 앞에서 황홀감에 빠져들었다. 배우던 가라테를 그만 두고 곧장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플루트에 이어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가 된 슈베르트와 만났다.

 

“슈베르트의 어떤 곡들은 내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줘요. 특히 슈베르트 교향곡 5번을 들으면 소름이 돋아요.” 살라자르 덕분에 그의 가족들도 클래식 마니아가 됐다. “이젠 아버지도 내게 교향곡과 변주곡에 대해 말씀하세요. 4년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것들이죠.”

 

아직 어린 살라자르의 오케스트라 지휘는 자신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에도 부담이 따르는 도전이다. “(단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때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을 가르쳐야 하는 게 어려워요. 단원들이 내가 더 잘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느낌도 들고요.”

 

살라자르는 클래식 음악과 운명 같은 사랑에 빠졌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베네수엘라 노동법상 아직 임금 노동을 할 나이도 아니어서, 장학금 지급 같은 다른 방식의 보수 지급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음악을 향한 살라자르의 꿈은 야무지다. “음악을 공부해서 석사나 박사 학위를 딸 겁니다. 공부에 필요한 외국어도 배우고 싶어요, 통역을 쓰긴 싫거든요. 내가 구스타프 말러의 작품이 갖는 느낌을 해석하려면 독일어를 할 줄 아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출처/전문 보기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5340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