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지붕이 탄소섬유라니…' 비밀병기 공개

2012. 3. 19. 07:50자동차

BMW 란츠후트 공장 르포
10년 전부터 탄소섬유 개발, 스포츠카 M3와 전기차 i3에 강하고 가벼운 친환경부품 써
"강판보다 10배 이상 비싸도 적극적으로 미래 준비해야"

노트북만한 크기의 네모난 판을 가로 방향으로 구부리려 하자 휘청휘청 댔다. 보통 플라스틱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세로 방향으로 힘을 가하자 꿈쩍도 않았다. 마치 돌덩이 같았다. 생산 담당자는 "원하는 방향으로 강성(强性)을, 또 다른 방향으로 탄력성을 부여하는 것이 탄소섬유 제조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독일 뮌헨 인근의 BMW 란츠후트(Landshut) 공장. 32만㎡(약 9만7000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있는 공장 곳곳에서 '비밀병기'들이 자라나고 있다. 얼핏 보기엔 보통 플라스틱 판처럼 보이는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도 이 공장의 '꿈나무'다. 란츠후트 공장의 안드레아스 레인하르트 매니저는 "CFRP를 차량 전체에 적용해 상용화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CFRP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고성능 스포츠카인 M3에 쓰이는 루프(차의 지붕)가 눈에 띄었다. 철판 같은 외형과는 달리 한 손으로 가볍게 들 수 있었다. 생산라인은 CFRP 판에 물을 뿌리며 절단하는 '워터젯 절단기'와 드릴링 작업으로 성형해 내고 있었다.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도의 기술이 숨어 있다. 화학섬유(폴리아크릴로니트릴)에 가스화 작업을 통해 필요없는 성분을 하나씩 모두 제거해내고 안정된 흑연 구조를 가진 100% 탄소섬유를 만드는 게 첫 번째 공정이다. 머리카락의 10분의 1 굵기에 불과한 이 탄소섬유 5만개를 얽히지 않게 타래로 묶어 이를 플라스틱에 적절히 합쳐야 CFRP가 된다. 섬유가 얽혀서도, 구부러져도 안 되고 밀도도 균일하게 유지해야 한다.

BMW는 10년 전부터 탄소섬유 개발에 착수했다. 2년 전에는 탄소섬유 전문기업인 SGL그룹과 합작사 SGL오토모티브 카본파이버스를 설립했다. 미국 워싱턴주의 모세스 레이크에 있는 합작사의 본사에서 생산된 탄소섬유는 독일 워커스도프에 있는 공장으로 옮겨져 탄소섬유 직물로 가공된다. 이는 다시 BMW 란츠후트 공장으로 옮겨져 자동차용 최종 생산품으로 탄생한다. 이 공장은 현재 M3의 루프를 하루 50개 만들고 있고 내년부터는 전기차 i3에 사용될 탄소섬유 차체와 부속들을 생산할 예정이다.

BMW 란츠후트 공장에서 한 직원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로 자동차 루프(roof)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BMW 제공

상용화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난관은 아직 많다. 우선 가격. BMW는 M3 자동차에 쓰이는 루프의 가격이 철판 혹은 알루미늄판으로 만든 것보다 얼마나 비싼지 공개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냉연강판보다 10배 이상 비싸고 공임도 50% 이상 높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BMW는 대꾸도 하지 않는다. 비싼 가격을 공개하면 '그렇게 비싼 상용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BMW의 클라우스 드래거 이사는 "i3 출시를 앞두고 최적화된 공정기술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고 부품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마련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BMW는 오히려 생산비 절감보다는 당장은 돈이 더 들더라도 지속가능한 생산 시스템을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탄소섬유 공장을 독일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모세스 레이크에 설립한 것도 공장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쓸 수 있다는 입지조건 때문이었다. 생산된 탄소섬유소재를 거의 대부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은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불과 3년 안에 지금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인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적극적으로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자동차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CFRP가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CFRP(Carbon Fiber-reinforced Plastic)

무게는 강철의 반, 강성과 내구성은 강철보다 더 뛰어난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 차량 무게를 줄여 연비(燃費)를 높여야 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각광받는 첨단 신소재다.

출처/원문 보기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19/20120319025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