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한국차, 눈물 머금고 값 내리나

2012. 3. 7. 07:59자동차

기름값이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 연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수입차 업계가 잇달아 고연비 차량을 출시하며 '연비 전쟁'을 주도해나가는 데 대응할 만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연비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에서 팔고 있는 기아차 K5 디젤을 국내에 긴급 투입하는 방안, 현대차 쏘나타와 아반떼 디젤 모델을 급히 개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최근 모두 포기했다. 가솔린ㆍ디젤ㆍ하이브리드 등 엔진 타입을 막론하고 현재 기술력으로는 연비 면에서 수입차를 상대하기 버겁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비 전쟁은 한국토요타가 올 초 신형 캠리를 들여오면서 불을 붙였다. 3,390만원짜리 캠리 2.5 가솔린 모델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12.8㎞. 비슷한 가격인 현대차 그랜저 HG240은 캠리보다 작은 2.4리터급 엔진을 달았음에도 연비가 12.8㎞로 캠리와 같은 수준이다.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뜩이나 판매가 저조한 현대차 쏘나타 및 기아차 K5 하이브리드 모델을 더 안 팔리게 만들었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23.6㎞/리터로 연비가 21㎞/리터에 머무는 쏘나타ㆍK5 하이브리드를 압도한다. 더구나 캠리는 쏘나타ㆍK5보다 500㏄나 가솔린 엔진을 달고 있어 주행 성능 면에서도 크게 앞선다.

한국토요타가 지난달 출시한 하이브리드 전용차 프리우스의 부분변경 모델은 연비가 29.2㎞/리터까지 나온다. 그러면서도 기본형의 가격을 3,130만원까지 낮췄다.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2,865만~3,29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위협적인 가격대다. 프리우스는 전세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중 절반을 차지한다. '과장 연비' 논란에 휩싸인 쏘나타나 K5 하이브리와는 직접비교가 안 될 만큼 성능과 연비가 검증된 차라는 점은 더욱 위협적이다.

디젤차 중에서는 최근 나온 BMW의 신형 320d가 연비 부문의 새로운 '종결자'로 나섰다. 2,000㏄ 디젤 엔진을 단 320d는 공인연비가 22.1㎞/리터이고 경제성을 더한 모델인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ED)는 무려 23.8㎞/리터의 연비를 자랑한다. 국내 유일의 디젤 세단인 현대차 'i40 살룬'은 1.7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18㎞/리터의 연비를 나타내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차가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프리미엄급 수입차의 연비가 국산차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까지 높여놓고 말았다"면서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실망이 가격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국산차들의 설 곳이 점점 더 좁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나올 수입차들의 연비는 더욱 무섭다. 푸조 수입사인 한불모터스는 연내에 '3008 하이브리드4'를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시킨 방식이라 연료 효율이 더 높아 국내 공인연비 테스트에서 얼마를 받아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차를 비교할 때 가격 차이와 연비를 함께 따지기 마련"이라면서 "국산차가 수입 고연비차를 상대하는 방법은 가격을 내리는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원문 보기 :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120314175811660&p=seoul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