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작아도 비싼車 만드는 BMW를 배워야"

2012. 3. 8. 07:57자동차

[정몽구 회장, 제네바 모터쇼 1박3일 강행군 마치고 귀국] 아반떼 크기의 뉴 3시리즈와 소형차 미니 콘셉트 카에 관심 잔고장 없고 오래 탈 수 있는 독일차 따라잡기 의지 보여

 

7일(현지 시각) 오전 제네바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장. 현대차 부스를 시작으로 아우디·폴크스바겐·포드 등 경쟁사 전시 차량을 둘러보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BMW 전시장에서 걸음을 멈췄다. 최근 BMW가 출시한 '뉴 3시리즈'를 가리키더니 곁에 있던 연구개발총괄담당 양웅철 부회장에게 "이 차 멋있구먼" 하며 말을 걸었다. 양 부회장이 "새로 나온 3시리즈인데요, (차체가)아반떼랑 비슷한 크기입니다" 하고 답했다. 그러자 정 회장은 가격을 궁금해했다. "5000만원쯤 한다"는 대답에 정 회장의 말이 수행하던 현대차 간부들 마음을 찔렀다. "하, 비싸구먼. 거 봐, 이게 얘들 작전이라고. (비싸지만) 잔고장도 없고 오래 타고 말이지!"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 전시된 BMW의 소형차 ‘미니(MINI) 클럽밴’의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정 회장은 작은 차도 비싸게 팔 수 있는 BMW의 프리미엄 전략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김은정 기자 ejkim@chosun.com

정몽구 회장이 고급차 판매량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BMW를 유독 유심히 살핀 것은, 품질을 독일 고급차 수준으로 확 끌어올려서 제값을 받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기아차 임원들에게 "BMW를 보고 배우라"고 자주 지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들이 최근 자주 공개하는 얘기다. 기아차가 5월 내놓을 대형 신차 K9도 BMW 7시리즈와 마지막까지 비교하면서 성능을 다듬고 있다. 지난해 '모던 프리미엄(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가치)'이라는 글로벌 슬로건을 내놓은 것도 독일차에 필적할 성능의 양산차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현대차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현대차의 준중형차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의 값은 지난해 이미 경쟁 차종인 도요타 코롤라 값을 역전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아반떼를 사는 데 지불한 돈은 평균 1만9711달러로 코롤라보다 1500달러(약 168만원) 많았다. 그럼에도 아반떼 판매량은 전년보다 40% 늘었다. 중형차 쏘나타 가격도 미국서 10년간 33% 올랐지만, 도요타 캠리는 10%, 혼다 어코드는 13% 오르는 데 그쳤다.

정 회장은 3시리즈뿐 아니라 BMW 대형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인 'X5'의 미국 판매 가격,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의 콘셉트카 '클럽밴'의 운전석 인테리어 구조도 궁금해했다. BMW 수석 디자이너인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가 디자인한 6시리즈 '그란 쿠페' 앞에서는 한참을 멈춰 서 응시하더니 "차체가 참 가벼워보이는구먼. 알루미늄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품평하기도 했다. 벤츠의 최고급 스포츠카 SLS AMG 로드스터의 자연 흡기식 터보 차저 구조, 폴크스바겐 소형 신차 업(UP!)의 다양한 모델 구성도 꼼꼼히 평가하면서 배울 점을 지적해 한 걸음 뒤에서 무리 지어 따르던 임원진이 진땀을 뺐다. 40여분간 15개 업체의 전시장을 둘러봤다.

유럽 주요 대리점 판매상(딜러) 초청 만찬, 현대·기아차 유럽 지역 사업 현황 점검 회의 주재, 모터쇼 관람 등 '1박 3일' 강행군을 마친 정 회장은 8일 오전(한국 시각) 전용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 회장은 공항에서도 피곤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한정된 공간에 메이커가 다 모여 있어서 참고할 것이 많이 있었다"며 "딜러, 현지 소비자에 대해서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유럽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10개월이나 남아 얘기하기에 이르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하지만 얼굴엔 자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출처/원문 보기 : http://media.daum.net/economic/autos/newsview?newsid=20120309031017025&cateid=1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