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9. 13:57ㆍPRESS
[공모-올해에 내가 뽑은 인물] '음악이 있는 집'이 복작복작했던 이유
"이 사람이 이렇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집 주인은 저를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그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지난 26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경주 말방리 한 전원주택 중 '음악인의 집'이라는 곳에서 피아노 연주회가 있다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두어 차례 연주회 참석했었는데, 오늘 따라 사람들이 복작 거렸습니다.
집 주인 부모님도 계셨고, 안방 주인도 계셨습니다. 오는 손님들에게 저녁을 차려 먹게 했고 간단하게 먹을 떡과 귤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경주 인근에서도 사람들이 오고, 울산에서도 오고, 대구에서도 오고, 서울서도 손님이 왔습니다. 또, 대구지역 한 방송국에서도 와서 동영상을 찍어 댔습니다. 어수선 한 분위기에서 피아노 연주회가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피아노를 칠 사람은 나중에 도착했습니다. 대구에서 온 손님과 함께 도착했습니다. 아버지는 공학 교수님이시고 어려서 피아노를 잘 쳤다고 합니다. 딸 둘과 함께 왔는데 둘째 딸이 피아노를 친다고 합니다. 올 해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관현악단과 협연도 한 재능있는 학생이라 합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어수선한 음악회를 만든 장본인"이 저라고 해서 궁금했습니다.
손님 중 포항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시면서 경주 인근에 사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초등학교 교실 하나를 활용해서 멋진 음악감상실을 만들어 볼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변 기자님이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에다 말방리 음악인의 집에 대해 기사를 썼잖아요. 제가 그 기사를 보고 댓글에다 같이 감상 좀 하자고 제 연락처를 남겨 두었잖아요. 그 연락처를 보고 대구에 있는 한 지역방송 피디가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변 기자님이 박 선생님께 제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서로 통화를 한 후여서 박 선생님 연락처를 알고 있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박 선생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는데 오늘 이렇게 촬영을 나왔네요."
저는 그 선생님 이야기를 전해듣고서야 오늘 왜이리 어수선하고 복작거리는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 한 번 찍자고 울산 방송국에서도 여러 차례 전화가 왔었거든. 그래도 싫다 했는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잖아. 변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쓴 내용 보고 대구방송국이라며 전화가 왔는데, 거절할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그럼 음악회 피해 안 주는 조건이면 좋다고 했지."
음악의 집 주인인 박 선생님이 그리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날 그렇게 사람들이 복작거렸고 좀 시끌벅적한 피아노 연주회와 음악감상이 되었습니다. 대구 한 방송국에서 피디와 카메라 찍는 분과 돕는 분, 그리고 아나운서가 함께 왔습니다.
"피디님, 카메라 찍는 거 사진 찍어서 <오마이뉴스>에 좀 내도 되나요?"
저도 모르고 그곳에 갔다가 재미난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사전에 허락을 받으려고 물어 보았습니다.
"네, 그래도 됩니다. 우리도 <오마이뉴스> 참 좋아하는 언론입니다."
여성 피디님이 시원하게 그렇게 대답해 주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카메라맨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처음엔 집주인과 음악감상에 대해 찍으려 했던가 본데요. 와서 보니 여러 가지 욕심이 생기는지 다른 것도 좀 요청했더랬습니다. 예정에도 없던 장작패기와 음악감상실에 있는 벽난로에 불 놓기였습니다. 나중엔 부부가 함께 손님에게 줄 밥상 차리는 풍경도 찍었습니다. "이런 내용은 없었는데" 하면서도 박 선생님은 피디의 요청을 다 들어 주었습니다.
피아노 연주회를 하기 전에 먼저 음악감상부터 했습니다. 대금 소리 중 젓대소리 '한'에 대해 6분 정도 감상했습니다. 두 번째로 슈베르트 가곡 중 한 곡임에도 12분이나 되는 음악을 감상했습니다. 세 번째로 하모니카와 하프가 만드는 음악을 들어 보았습니다. 카메라 촬영 한다고 불을 켜놓고 감상을 하니 어수선했습니다. 그래도 모두 20여 명이 앉아 진지하게 감상했습니다.
"여기서 음악감상은 마치구요. 피아노 연주를 들어보는 순서를 갖겠습니다. 대구에서 오신 분들을 소개합니다."
박 선생님은 대구에서 오신 일행을 소개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공학과 교수로 있다는 분이 나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오늘 제 딸의 피아노 연주를 듣기 위해 모이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이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에 맞는 곡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하는 건 아니구요. 제 딸이 할거구요."
교수님은 성우같은 목소리로 딸 소개와 딸이 칠 피아노 연주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먼저 베토벤 소나타 비창 중 2악장과 쇼팽 녹턴 19번, 메세나 2곡, 쇼팽 녹턴 20번을 차례로 연주했습니다. 처음엔 좀 떨려 그랬는지 잠깐 실수도 했습니다. 그 후부터 피아노를 잘 연주했습니다. 직접 듣는 피아노 연주는 참 감미로왔습니다. 한 곡조 끝날 때마다 온 손님들은 박수를 아낌없이 쳐주었고 카메라맨은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연주가 다 끝나자 앵콜도 외치고 꽃다발도 언제 준비했는지 전해주었습니다. 연주회가 끝나고 영상 음악을 보았습니다. 무소로그스키의 전람회 그림을 보았습니다. 2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모두 진지하게 경청했습니다. 영상음악 끝난 후 보니 대구에서 오신 방송국 분들은 모두 가셨고 일부 분도 안 보였습니다.
"오늘 방송국에서 와서 많이 복잡하고 어수선했는데도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좋은 음악감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 다시 연주회나 음악감상회가 있으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운전 조심해서 잘 돌아 가십시오."
박 선생님은 다음에 다시 음악감상할 기회를 마련한다며 마무리 지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경주의 밤은 추웠습니다. 그래도 재밌고 즐거운 음악감상도 하고 <오마이뉴스> 때문에 방송국에서 영상도 찍는 모습도 볼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박 선생님 집을 나서며 글 하나가 사람들을 이렇게도 모이게 하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신중한 마음으로 글을 써올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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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올해에 내가 뽑은 인물' 응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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