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값 오디오...'현장서 생음악 듣는 듯'

2011. 10. 20. 07:49PRESS

경주 말방리 가정음악실에서 열린 가정음악회

 

"오는 22일 토요일 밤 8시부터 통키타 연주회가 있으니 시간 되시면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며칠전 문자를 하나 받았습니다. 경주에 살고 계시는 아는 형님이 자신의 집을 개조해 만든 가정음악실에서 연주회를 하니 시간나면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연주자는 대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타리스트라 했습니다. 재즈음악을 연주 할 것이라 했습니다. 저는 클래식은 많이 들어도 재즈는 잘 듣지 않고 있습니다. 재즈음악이 저에겐 와닿지 않아서 또 음률을 이해할 수 없어서 또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경주에 작은 음악회가 있다는데 같이 가 보실래요?"

 

저는 학교에서 시설관리자로 일하는데 학교 도우미 선생님이 클래식과 음악을 좋아해서 좋은 음악회 있으면 알려 드리고 있습니다. 그분은 친구와 함께 가보겠다 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5시경 전화가 와서 그분 차량으로 경주로 이동했습니다. 그분은 볼일보고 음악회가 열린 밤 8시에 맞춰오시겠답니다. 저는 그 형님집으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배고프제 같이 저녁먹자."

 

마침 부산서 주말을 맞아 오신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형님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을 잘 먹었습니다. 음악회 준비하느라 형님은 바빴습니다. 곡 선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8시가 다되어 가니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멀리 포항서도 오시고 연주 하시는 분은 대구에서 오셨습니다.

 

  
▲ 경주 말방리 가정음악회 연주 하시는 분이 연주전 조율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울산

연주하시는 분과 시간이 조금 남아 대화를 해보았습니다. 그분은 한쪽 다리를 많이 절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몇 해 전 교통사고를 당해서 심하게 다쳤다고 합니다. 연주하시는 분은 오래전 자신이 연주한 것을 음반으로 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은거 같았습니다. 크게 재즈카페도 열어 해보았는데 유지할 수 없었다 합니다. 연주를 그만두고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합니다.

 

"자 지금부터 음악회를 시작 하겠습니다. 먼저 음반을 몇 곡 들어보고 다음으로 통키타 연주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영상음악을 몇 곡 들어보고 마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형님은 그렇게 음악회를 시작했습니다. 그 형님은 현장에서 듣는 원음을 찾기위해 다각도로 오디오를 알아 보았고 드디어는 더이상 원할 것이 없달 정도로 음률이 뛰어난 오디오 장비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지금 구비한 오디오 가격을 물어보니 "집 한 채 값"이라 할 뿐 정확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주 값비싼 장비들임엔 틀림 없었습니다. 그 집서 음악을 들으면 정말로 현장에서 생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먼저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을 감상 하시고요. 가곡 명태, 황병길 가야금 연주중 비단길,파가니니 기상곡을 듣겠습니다. 1부 마지막 순서로 리스트가 편곡한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피아노 곡으로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리스트는 작곡가 이면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해서 발표하기도 했었습니다."

 

  
▲ 오래전 가수였던 오른쪽 분 두분이 같이 아침이슬을 불러 박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 변창기
통키타

우리는 앞서 소개한 음악을 한곡한곡 들었습니다. 풍부하고 뻥 뚫린 듯한 음향에 모두 감탄을 자아 냈습니다. 현장에서 생음악 듣는듯한 기분에 젖어 들었습니다. 그 형님 음악실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이는 까닭이 다 있었습니다. 그 형님 집은 주말이고 평일이고 언제나 음악 들으려고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또 그 형님이 음악을 참 좋아하고 그렇게 음악을 듣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 줍니다. 저는 베토벤 음악을 참 좋아하는데 이번에 가서 피아노 곡으로 된 운명교향곡을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새로운 맛이 났습니다. 편곡한 사람도 대단하고 그 어려운 곡을 피아노로 친 사람도 대단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자리인줄 알았으면 안오는건데..."

 

기타를 잡고 앞으로 나간 다른 연주자는 앞에 나서기 망설여했습니다. 매우 부끄러워하고 겸손해 했습니다. 자신은 이미 25년 전에 기타 치는 걸 중단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생계를 위해 기타를 가르치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뭐 이왕 이리 된거 한번 해보겠습니다. 좀 틀려도 너그럽게 양해 바랍니다. 오늘 밤 비가 오니 비와 관련한 연주를 해보겠습니다."

 

  
▲ 어려운 연주법 양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연주하는 모습이 어려운 곡인거 같네요.
ⓒ 변창기
통키타 연주

그분은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분 연주는 재즈풍의 뉴에이지 음악에 속한다 했습니다. 뉴에이지는 또 무슨 음악인지 잘 모르지만 듣기는 좋았습니다. 일반 통키타와는 달리 음률 맞추는 게 달랐습니다. 곡을 연주할 때마다 달리 음정을 조율 했습니다. 게다가 두 손가락이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한 손가락은 손가락을 튕기면서 소리를 내었고 한 손은 키타의 밑으로 갔다가 위로 올렸다가 하면서 바쁘게 움직이며 소리를 냈습니다. 많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런 음악은 연습을 쉬게되면 얼마 못가 잘 못하게 되는 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습 안한지 꽤 오래되어서 잘 못하겠네요."

 

그분은 3곡을 연주하고 자리로 들어와 앉았습니다. 또 한분은 오래전 가수생활을 했다 했습니다. 그분은 나가서 아침이슬을 불렀습니다. 기타 연주하신 분은 다음번엔 연습 좀 해서 오겠다고 연주 잘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모두 겸손하고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2부가 끝나고 3부는 영상음악을 감상했습니다. 대형 화면으로 보고듣는 음악은 참 멋졌습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음악에 푹 빠졌습니다. 다 마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저 때문에 음악감상 온 두 여성분이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11시까지는 돌아갈 것이라고 했는데 집에 가면 자정이 되니 남편에게 혼날까 싶어 걱정도 됐습니다.

 

음악을 잘 듣고 밖에 나오니 맑은 하늘에 별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별빛이었습니다. 우린 잠시 하늘을 보며 별빛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기분마저 상쾌했습니다.   

 

  
▲ 영상음악 한장면 대형 화면으로 영상을 보면서 음악 들으니 대단했습니다.
ⓒ 변창기
경주 말방리

ⓒ 2011 OhmyNews

출처/원문 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4811&PAGE_CD=&BLCK_NO=&CMPT_CD=A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