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추억 여행을 떠나다"-가정음악회 뉴스 기사

2011. 11. 6. 14:12PRESS

경주 말방리 '음악이 있는 집'에서

 

  
▲ 음악이 있는 집 경주 말방리에 있는 '음악이 있는 집'
ⓒ 변창기
 

저는 울산 동구 남목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는데요. 지난 3일 목요일 오후 8시에는 경주 말방리 아는 형님 집에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형님의 직함은 박의일. 저보다 생의 선배이시고 우린 20년지기랍니다.

 

"클래식 키타 연주회가 있는데 오실 분"

 

의일 형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곧 답문을 보냈습니다.

 

"저는 차비도 없고 같이 갔다 올 분도 없어 못가겠네요. 가보고 싶은데..."

 

 

 

의일 형님은 "쉬운 방법이 있다"며 다시 문자를 주셨습니다. 의일 형님이 우리 동네를 지나는 큰 대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의일 형님집에 갈 때는 의일 형님 퇴근 시간에 맞춰 함께 형님 차 타고 가면 될 것이고 올 때는 다른 분 차로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번에 이어 그날도 가게 되었습니다.

 

"효문에서 한 사람 더 태워가야 한다."

 

 

 

 

 

 

 

 

 

 

 

 

  
▲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음악 재생기 독일에서 방송용 장비로 쓰이던 것이라 합니다.
ⓒ 변창기
 

  
▲ 무대 설치 의일 형님이 손수 짠 의자로 무대 장치를 하고 있습니다. 앞 악보대는 급히 공수된 것이라 합니다.
ⓒ 변창기
 

효문서 탈 분은 부산 분이신데, 마침 울산에 작은 공사 하나 맡아 일하러 오신 분이라 했습니다. 작은 규모의 건설업 하시는 분이라 했습니다. 같은 말방리로 가면서 이야기 좀 들어보니 손재주가 탁월한 분이셨습니다. 클래식 음악도 좋아하고 무선통신도 취미삼아 하고있다 했습니다. 또 작은 비행기도 만들어 날린다고 했습니다. 폰 카메라로 찍어 놓은 걸 보여 주는데 대단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 들으려고 진공관 앰프도 자체 제작했다하니 손재주 탁월한 분들보면 참 부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기타 연주 하시는 분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우리끼리 간단하게 요기나 하자."

 

의일 형님은 언제 샀는지 김밥과 초밥을 여러 통을 꺼내 놓았습니다. 의일형 어머님이 쇠고기국을 시원하게 끓여 내오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준비하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 해두었는데도 이러시네. 우리 취미생활 하는데 수고 끼치면 미안하잖아"
 

  
▲ 클래식 메니아 중간에 계신 분이 박의일 형님이시고요. 오른쪽에 계신분이 부산에서 울산으로 건설 출장오신 분이시랍니다. 그리고 왼쪽 분은 같은 회사 후배라 하네요. 우린 의일 형님이 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의일 형님 어머님이 손수 쇠고기 국을 끓여 주셨습니다.
ⓒ 변창기
 

어머님께 수고롭게 않으려는 마음, 참, 효심 가득한 형님입니다. 같이 김밥과 초밥으로 저녁 때우고 나니, 두 여성분이 큰 기타통을 들고 들어 왔습니다. 나중에 의일 형님 회사 후배라면서 한 분 더 도착했습니다. 모두 6명이 모여서 그날 클래식 기타 연주회를 조촐하게 가졌습니다. 의일 형님은 무대 의자와 악보 놓는 도구도 급히 마련해서 준비해 두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교사이구요. 이분은 심리상담사입니다. 우리는 2007년부터 10여 명이 모여 클래식 기타 연주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두 분은 각자 준비한 기타를 꺼내 음 조율을 한 후 독주곡과 합주곡을 연주해 주셨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어느 시골 집에서 듣는 클래식 기타 음율이 그날 따라 참 감미롭게 들려 왔습니다.

 

"이 분은 혼자 독학으로 피아노를 공부했고 클래식 기타도 잘 칩니다."

 

  
▲ 클래식 기타 합주 두 여성분은 그동안 연습한 합주곡을 잘 연주해 주셨습니다. 현장에서 듣는 클래식 기타 소리가 참 감미로왔습니다.
ⓒ 변창기
 

회사 후배 된다는 분도 무대에 올라 간단한 곡으로 연주 시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분은 기타보다도 피아노를 더 잘친다고 했습니다. 취미생활로 하는 음악이지만 박식한 지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기타를 뚱땅 거려보더니 그 기타의 특징을 정확하게 짚어 냈습니다. 모두 우와 하고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기타는 많이 쳐서 울림통을 길들여야 합니다."

 

기타를 많이 쳐야 울림통이 길들여진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창기씨는 지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돌아가면서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의일 형님은 저에 대해 너무 과분하게 소개를 해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우리가 만난 것은 89년경이었습니다."

 

누군가 두 분 언제부터 알게 되었냐는 질문에 의일 형님이 우리가 만난 사연을 이야기 했습니다. 의일 형님 이야기를 들으니 20년도 더 지난 그때 일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1988년 1월 20일, 당시 현대종합목재 생산직에 입사하고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 들었지요. 지금 현대중공업 정문과 백화점이 있는 명덕이란 동네에 유일하게 음악다방이 하나 있었고, 저는 그 다방 주인을 찾아가서 일주일 한번 클래식 음악 좀 틀자 부탁 드렸고 허락을 받게 됩니다.

 

  
▲ 후배 시범 그 분도 클래식 기타 잘 쳤습니다.
ⓒ 변창기
 

우선 급한대로 레코드 판 10여 장을 구입하고 클래식 음악 들으러 오라고 여기저기 문구 만들어 붙혀 두었습니다. 행사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한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행사엔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행사 때 두 분의 손님이 오셨는데, 그 두 분중 한 분이 바로 박의일 형님이었습니다. 의일 형님은 제가 붙혀둔 전단지 하나를 뜯어 갖고 왔습니다. 그날 우리는 음악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일 형님은 미혼이어서 회사 숙소에 계셨는데 나중에 친해져서 숙소도 가보았습니다. 수백장 음반이 있었고 보기만 해도 비싸 보이는 오디오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시간만 나면 의일 형님 숙소로 가서 클래식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우린 지금도 만나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음악다방에서 클래식 음악 트는 건 얼마 못가 막을 내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열정에 불타올라 무모하게 추진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바람에 클래식 음악과 오디오 시스템에 대해서 국내 몇 안 되는 독보적인 분과 인연을 만났으니 참 잘한 일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이거 혼자 독점하려고 구비해 놓은 게 아니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 누구나 편한 시간대에 와서 같이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고자 한다."

 

언젠가 제가 "집 한 채 값보다 더 비싼 음악실을 꾸미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의일 형님이 그런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그 답변을 듣고 '음악봉사'란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많은 봉사활동이 있습니다. 저는 '어려운 이웃을 찾아 다니며 봉사활동 하는 것만이 봉사활동하는 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문화봉사도 봉사활동 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의일 형님은 그렇게 음악실을 멋지게 꾸며놓고 "누구나 시간나면 와서 음악 듣고 가라"고 합니다. 이 또 한 아름다운 봉사활동이 아닐까요?

 

그날 저는 깊어가는 가을 밤, 클래식 기타 연주회에 가서 영혼을 감미롭게 하는 음악도 듣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추억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 영상 재생기 대형 화면으로 보는 영상 음악도 참 멋집니다.
ⓒ 변창기
 

  
▲ 대형 화면으로 보는 영상 음악 영상 음악도 대형 화면으로 보니 현장감 있고 좋았습니다.
ⓒ 변창기
 

 

 

출처/원문 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51272&PAGE_CD=N0000&BLCK_NO=2&CMPT_CD=M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