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대차 소비자들 "살 때는 싼데 수리할 땐 비싸"

2011. 11. 25. 07:46자동차

#1.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 LA오토쇼가 진행중인 이 곳에 들어서자 큼직한 현대차 전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장에는 50여명의 관람객이 북적이고 있었다. 특히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아제라(한국명 그랜저) 주변에는 5~6명의 사람들이 운전석에 앉아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듬성듬성 서있는 아우디나 캐딜락 전시장보다 현대차 전시장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 같은날 코리아타운 인근에 있는 한 자동차 수리점 한쪽에 수리중인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가 놓여있다. 한국에서 정비일을 하다 이민을 왔다는 오모씨는 “현대차가 3~4년전에 비해 매우 좋아진게 느껴지지만 솔직히 현대차 수리는 맡고 싶지 않다”면서 “부품이 비싼데다 공급도 잘 안돼 한 달 이상 차를 그냥 세워놓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요타는 부품 주문을 하면 배송까지 일주일을 넘기는 경우가 없다”면서 “서비스 측면에선 현대차가 도요타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했다. 현대차가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미국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LA오토쇼 현대차 전시장

◆ 현대차 미국시장 승승장구

현대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작년 같은기간(45만2703대) 보다 20.4% 늘어난 54만5316대를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도 작년(4.6%)보다 1.1%포인트 늘어난 5.7%까지 높인 상황.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일본차 업체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은데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대차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도 높은 평가를 했다. 폴 윌리엄스 렉서스 매니저는 “새로나온 아제라는 아직 타 보지 못했지만 운전을 해 본 쏘나타와 제네시스의 경우 매우 좋은 차라고 느꼈다”면서 “현대차가 좋은 브랜드인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중개일을 하는 데이비드 유씨는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져 현대차를 구매하는 미국인도 많이 늘고 있다”면서 “차량의 성능이 부족하지 않은데다 최고 수준의 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차를 파는 입장에서도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외부 기관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현대차는 이달 미국 자동차 가격 조사 업체 트루카(TrueCar)의 브랜드 평가에서 기아차, 지프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잔존가치 평가업체인 오토모티브 리스 가이드(ALG)가 발표한 ‘2011년 잔존가치상’에서는 아반떼가 준중형 부문에서 2년연속 최우수상을 받고, 현대차 브랜드는 작년 7위에서 올해 3위로 올라섰다.

LA오토쇼 현대차 전시장

◆ “사후 관리는 엉망, 도요타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아직 글로벌 브랜드에 뒤쳐진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애프터서비스다. 2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두 곳의 정비업체를 방문해 물었더니 이들은 현대차 고객이 수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말했다.

A정비소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5개월 전 사고가 난 제네시스가 입고돼 부품 주문을 넣었지만 일부 부품이 2개월이 넘어서야 도착했다”는 예를 들며 부품값이 비싸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쟁사인 도요타의 경우 부품이 보통 2~3일이면 도착하는데 현대차는 1개월 걸리는 것은 기본이라는 것. 김 사장은 “자동차 수리를 맡기면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렌트카 이용 기간이 최장 1개월인데 이 기간을 넘어가기 때문에 현대차 보유자와 보험사 간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A정비소에서 부품공급처에 쏘나타와 캠리의 앞 범퍼 부품 주문을 넣어봤다. 쏘나타의 앞 범퍼 가격은 280달러인 반면, 캠리는 282달러 제품과 100달러짜리 제품을 동시에 구입할 수 있었다. 정비소측은 “범퍼의 경우 안전과 큰 관련이 없으므로 대부분 운전자들은 100달러짜리 부품을 구입한다”면서 “현대차는 부품가격도 비싸고 주문하면 한달씩 기다려야 하므로 상당수 운전자들이 정비를 할 때 현대차를 구입한 것을 후회한다”고 전했다.

현대차 부품값이 비싼 것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부품공급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애프터서비스용 부품은 모두 현대모비스의 정품인증을 받은 제품 뿐이었다. 반면 도요타는 정품인증을 받은 제품과 애프터마켓용 제품(정품이 아니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제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었다. 브레이크 계통의 부품처럼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은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안전과 관련없는 부품은 애프터마켓용 부품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미국에서는 보험사에서도 사용을 권장할 정도로 애프터마켓 부품 시장이 활성화 돼있어 대부분 소비자가 이 부품을 이용한다.

미국 자동차 수리점에서 수리를 기다리는 현대차 아반떼

도요타는 이 점을 알고 안전과 직결되지 않는 상당수 부품에 대해 애프터마켓용 제품의 유통을 허용하고 있었다. 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모든 부품에 정품 인증 마크를 붙여 비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 결과 쏘나타와 캠리의 신차 가격은 도요타가 비싸지만 수리비용은 도요타가 쏘나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차의 공식 딜러에 수리를 맡겨도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LA 외곽의 B정비소 이모 사장은 “도요타 딜러에게 수리를 맡기면 고객의 차 보다 좋은 차를 렌트카로 제공하는데 현대차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리를 하다보면 현대차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은 들지만 역시 서비스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1989년 일본에 렉서스 브랜드를 출시한 도요타가 독일 명차의 틈바구니에서 성공한 원동력이 바로 애프터서비스(AS)”라면서 “기술적으로는 인피니티가 렉서스보다 좋았지만, 렉서스는 애프터서비스에 집중한 결과 더 나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대차가 중소형 차량 분야에서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하려면 판매 이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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