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7. 07:27ㆍ자동차
자동차회사는 차만 잘 팔면 장땡일까?
물론 기업은 이윤을 올리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걸 위해 존재하는 것일 테니 말이죠.
하지만 사회 기여도, 경제, 도덕적 가치와 의무 또한 기업이 놓쳐선 안될 부분일 겁니다. 특히 기업이 차지하는 위치가 높고 영향력이 클 수록 기업윤리에 대한 잦대 역시 크고 엄정할 수밖에 없겠죠.
오늘은 무슨 일인데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하나 하실 겁니다.
요 며칠 계속 머리와 마음 속에 드는 생각이 있어서 그걸 좀 넋두리 하듯 이야기해보고 싶어 그렇네요.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사실 냉정하게 보면 기업이 무슨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한 것도 아니고 굳이 한 국가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인식과는 다른가 봅니다.
헐리웃영화를 우리는 미국영화라, 비엠베나 벤츠를 우리는 흔히 독일차라 부릅니다. 기업 내부적으로 어느 나라 자본이 몇 퍼센트 포함되고 외국계 대주주들이 얼마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건 그것과 관련된 경우일 때이지 일반적인 관점에선 그저 미국의 것, 독일의 차로 인식이 된다는 것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81239514DD2D3F82A?original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01239514DD2D3F92B?original
여기 두개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잡지인 아우토빌트(Autobild) 홈페이지 내용중 현대 기아차와 관련된 것을 캡쳐한 것인데요, 첫 번째 것은 i40 세단형 모델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한국파사트'라 돼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작년말에 현기차그룹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아우토빌트의 한국차 VS 일본차 기획기사 내용인데 여기서도 한국 대 일본이라는 명쾌한 대립구도를 세워 비교테스트를 실시했죠. 이렇듯 기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라는 이름 앞에는 언제나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는 것입니다.
원하든 않든 대한민국의 차라는 대표성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를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독일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동차에 있어서 이렇듯 경쟁력 있고 나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기도 합니다. 가끔 삼성이나 엘지 역시 한국기업이라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는 외국인들을 볼 때면 '이렇게들 모르고 있나' 싶어 아쉽기도 하고, 또 달라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변화에 살짝 흐믓한 마음이 일기도 합니다. 기업 외에 아직까지 이렇다하게 유럽인들에게 내세워지는 게 없어 아쉬운데요, 한류니 한식이니 하는 것들로 좀 더 다양해지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 이야기를 계속 넓혀가다 보면 오늘 포스팅이 산으로 갈 거 같아 이쯤에서 제동을 좀 걸겠습니다.
한나라의 대통령이 그 나라의 정치적 대표성을 갖고 있고, 김연아 선수가 세계 피겨계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듯,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 있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이건 현대차를 좋아하거나 혹은 안 좋아하는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봅니다. 자 그러면, 한 가지 묻습니다. 우리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대표할 때 필요한 조건들이 뭐라 보십니까? 경제살리기? 삽질 잘하기? 아니면 능숙한 세일즈 외교? 뭐 복합적일 겁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바로 '얼마나 존경받고 도덕적인가'하는 겁니다.
차붐이나 박지성 선수가 축구팬들에게 박수를 받고 국민들이 그들의 이름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중엔 성실하고 건강한 삶이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지 않나 싶은데요. 이렇게 개인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기업 역시, 장사를 잘하느냐 못지 않게 얼마나 존경받는 기업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 보고 있습니다. 어느 분이 저 보고 독일차를 너무칭송하는 거 아니냐며 힐난을 하여서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독일 내에서 자국 메이커들은 든든한 국민적 지지와 존중을 받고 있으며 이런 지지기반을 통해 기업은 전통과 가치를 기술과 함께 세계시장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표자동차 기업은 어떠한가요?
염려, 걱정...그리고 분노
며칠전 제법 큰 문제가 언론을 통해 어렵게(?) 발표가 됐었죠. 바로 현기차 12개 차종에서 에어콘을 켰을 때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를 최대 11배가 넘게 배출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얼핏 들은 얘기로는 이 테스트를 담당했던 직원이 용기 있게 언론에 제보를 해 세상에 공개가 된 것이었다는데요.
80만대 이상의 자동차들이 이런 환경과 건강에 매우 해가 되는 물질을 수년간 내뿜고 다녔고, 이것이 연비를 높이기 위한 기업의 욕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테스트를 담당한 환경부 관련자들은 매연(검댕)과 Nox에 대한 선택과 포기의 문제일 뿐 차량의 품질 문제는 아니라고 얘길 했다는데요. EGR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선뜻 이 논리가 납득이 안될 뿐더러, 어째서 테스트를 담당한 행정관청에서 기업의 입장을 변론하는 것인지 이해가 또한 안가더군요. 이런 얘기는 현기차그룹에서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쨌든 유럽에도 수출이 되고 있는 모델들이 있기 때문에 현대의 말처럼 의도하지 않은 선택의 문제였다면 유럽수출용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환경에 민감해하는 시점에 이런 사실이 밝혀지고, 이것이 다른 메이커의 디젤 모델들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현기차만의 문제라고 한다면 대단히 사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만약 수출형에서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면 결국 내수용과 수출용에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지극히 의도된 일이라는 것이 될 테니 이 또한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접하고 나자 갑자기 몇가지 사건들이 머리속을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갑니다. 과거에 현기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글로비스 비자금 관련 사건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을 때 그는 1년에 1,200억 씩 7년에 걸쳐 8,400억을 사회 공헌기금으로 내놓기로 약속했습니다. 죄의 댓가를 기업 총수 답게 치른 것이죠. 개인적으로도 그가 감옥에 있는 것 보다는 돈 많이 버는 기업의 수장에 걸맞는 방법으로 속죄의 기회를 주는 것이 모두에게 좋지 않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기대했죠... 하지만 작년까지 정회장께서는 해비치재단이라는 곳을 통해 900억 정도의 기금만을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2007년 부터 시작해서 5년 째에 접어드는데 나머지 금액은 어째서 집행이 안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사회공헌기금을 연계해 의심하고 있기도 하더군요. 사실 자동차그룹이 건설회사를, 집안의 갈등 구조까지 폭로하며 죽기살기로 인수하려는게 선뜻 이해가 안 갔습니다. 물론 현대家 입장에선 왕회장의 숨결이 살아있는 현대건설이 장자에게 가야한다는 것도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동차 그룹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분에 넘치는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 전문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건설회사를 인수하는 이유로 내세운 장자논리는 그리 크게 외닿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영권 세습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깊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전환 문제나 규모가 비교적 작고 영세한 2차 이하의 하청업체들 쥐어짜기 등을 생각하면 더더욱 현대차그룹에 대한 시선이곱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배출가스 문제가 터지긴 했지만 불과 2개월전 쯤에 밝혀진 기아차의 그랜드카니발이 기본옵션이라고 자랑하던 3열 커튼 에어백이 사실은 있지도 않았다는 사건은, 정말 현기차 그룹이 모럴헤저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특히나 처음엔 표기의 오류라는 어이도 없는 변명으로 그들 스타일로 대응하다, 대한변협 측에서 이 문제를 공익소송이라는 이름으로 법정으로 가지고 가려하자 그제서야 보상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인데요.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앞에 고개숙여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인데 그런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채 그저 돈 몇 푼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현기차 그룹의 기업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한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커의 행동양식인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엊그젠 노조대의원 일부가 업무시간에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있었다는 기사가 나가기도 했죠. 현대차 내의 노조들간의 갈등에 따른 제보였는지는 모르지만 여튼, 경영진에서부터 노조원들까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끊임없이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요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몸이 성장하는 것과 정신이 성숙해지는 것은 함께 가는 것 해외에서는 연일 현기차의 성장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싸고 질낮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이제는 품질면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며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적 지지와 국가의 엄청난 지원으로 무럭무럭 쑥쑥 잘도 자라난 현대차그룹...하지만 바대해진 몸과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것에 비해 정신적 도덕적 역량은 그 성장을 쫒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독일의 디젤엔진을 뜯고 또 뜯어 보며 4년 동안 피땀 흘려 만들어낸 R엔진의 성취감 못지않게, 북미권에서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이제 일본차들의 선전을 부러워하는 입장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전을 뿌듯하게 자랑할 수 있게 된 것 못지 않게, 최고의 자동차는 디자이너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현기차로 불러올 수 있는 그런 대단히 매력적인 자동차 기업이라는 기쁨 못지 않게. 도덕적으로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기업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몸이 살찌고 건강해지는 것과 함께 올바른 정신을 키우라는 어른들의 덕담이...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는 현기차에게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스케치북다이어리 블로그에서 옮김.
출처/원문 보기 : http://humandrama.tistory.com/519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비 24.4Km/l, 2010 BMW 320d EfficientDynamics (0) | 2011.06.07 |
---|---|
BMW 320d - 베를린필/아바도 베토벤 감상 (0) | 2011.05.22 |
BMW는 왜 ‘강남 쏘나타’ 됐을까? (0) | 2011.05.12 |
현대차, 새 차 결함 "나 몰라라!" (0) | 2011.05.12 |
BMW, '믿기힘든 연비 운전 기술' 7가지 공개 (0) | 2011.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