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2. 07:35ㆍ자동차
야성적 성능·디자인에 여성성 가미·부드러운 카리스마로 女心 장악
사모님들의 최고 액세서리
#1. 지난 12일 낮 3시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오거리. 기자는 5분여 동안 지켜서서 운행하는 차량들을 조사했다. 1위는 예상대로 현대자동차(상용차 포함). 76대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당연히 기아차, 르노삼성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중 하나이겠지. 그러나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놀랍게도 BMW가 42대나 됐다. 기아차는 39대로 3위에 머물렀다.
요즘 BMW를 ‘강남 그랜저’ ‘강남 쏘나타’라고 부른다더니... 대한민국 유행의 중심이라 불리는 압구정동, 청담동, 강남역 한복판을 BMW가 사실상 정복한 셈이다.
#2.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저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모 중국음식점. 이 자리에는 강남 모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의 어머니 15명이 함께 자리를 했다.
2년 전 혼다의 베스트셀링 SUV인 CR-V를 탄 A(44)씨. 그녀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B(43) 씨 때문에 왕창 자존심이 상했다. 주차장에서 B씨가 신형 BMW 528i에서 내리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틀 후 A씨는 남편과 함께 BMW 전시장을 찾아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520d모델을 계약했다. 5년 할부 구매였지만 상관없었다.
강남 아줌마들에게 최고의 액세서리는 샤넬ㆍ루이비통 가방이나 로로피아나 스카프가 아니라 BMW 자동차 키라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수입차 시장 판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BMW는 8039대를 팔아 2위(메르세데스-벤츠 6030대)를 크게 따돌렸다. 전년 대비 판매성장률은 105.8%. 2위를 기록한 푸조(65%)나 3위의 메르세데스-벤츠(24.5%)에 비해 월등하다. 이러한 속도라면 후발 경쟁업체들이 따라잡기가 더 이상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독주’다.
외산 명차에는 벤츠도 있고 아우디도 있다. 또 한때 선풍적 인기몰이를 했던 렉서스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점에 BMW일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여심(女心)을 사냥하라 = BMW코리아는 모든 마케팅을 여성의 취향에 맞춰 나가고 있다. 행사는 작은 바(Bar)나 건물 주차장을 이용한다. 소박하다. 기존의 돈만 처바르는(?) 식의 대규모 이벤트는 아예 퇴출시켰다.
대신 머리를 쓴다. 뉴 5시리즈와 7시리즈를 출시하기에 앞서 진행한 ‘클로즈드룸(Closed Room)’ 이벤트가 대표적인 사례. 신비주의 마케팅을 콘셉트로 한 이 행사는 타 업체들이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 여성 고객들이 쉽게 BMW의 디자인과 기술, 철학에 대해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방송 드라마 협찬 등도 물량보다는 여성 시청자에게 먹힐 만한 작품을 제대로 골라 집중한다.
디자인과 성능에서도 여성성을 강화하고 있다.
요즘 BMW가‘ 강남 그랜저’‘ 강남 쏘나타’라고 불릴 정도로 압구정동, 청담동 등 강남 일대에선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강남 아줌마들에게는 최고의 액세서리는 샤넬ㆍ루이비통 가방이 아니라 BMW 자동차 키라는 얘기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
지난 2009년 출시된 6세대 모델은 네덜란드 출신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사장의 작품. 그는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헤럴드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크리스뱅글의 남성적 디자인에 앞으로는 더욱더 엘레강스함을 가미할 것”이라며 여성성을 강조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변화는 디자인뿐 아니라 승차감 주행성능 등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6세대 5시리즈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 일부 고객들은 “BMW의 야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며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같은 안락함만 느껴진다”고 말해 기대보다는 혹평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기존 BMW의 주행성능에서 가장 큰 특징인 빠른 응답성에 렉서스의 부드러운 승차감이 적절히 합쳐져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만족하는 프리미엄카가 된 것이다. 심지어 경쟁 차종이었던 렉서스 ES350을 운전하던 여성 운전자들마저 BMW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반해 차를 바꾸기에 이렀다.
BMW의 최대 국내 딜러인 코오롱모터스의 구승회 과장은 “전체 판매량 가운데 40%가 강남 고객들”이라며 “특히 강남의 경우 차량 소유 명의는 남성 고객 혹은 법인차량이어도 실수요자는 여성인 경우가 절반 이상이어서 여성이 차량 선택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처음만 좋은’ 수입차? 나중에도 좋아야...=국내 수입차 고객들의 불만은 단연 빈약한 애프터서비스 망이다.
BMW코리아는 현재 총 29개의 서비스센터를 갖추고 있다. 수입 자동차 업체 중 단연 1위다. BMW의 무서운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아우디의 AS센터는 아직 17곳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정통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있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의 경우 AS센터가 전국에 딱 한 곳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BMW코리아 내부에서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판매대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2011서울모터쇼에서 “올해 안에 AS센터를 41곳까지 늘려 수입차 업체들 가운데 명실상부한 최고 최다 AS망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고객들은 1000만~2000만원을 주고 산 국산 차량은 언제 어디서든 척척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억대를 주고 산 차량이 제때 정확한 AS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고객들이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S망을 확충하는 것이 성장하는 자동차 업체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BMW를 경험하게 하라= 지난 1999년 2월 BMW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계열사인 영국의 ‘로버’그룹이 심각한 적자의 늪에 빠지자 대주주인 콴트(Quandt) 가문이 피체스리더 회장을 경질했기 때문이다.
바통을 넘겨 받은 현 경영진은 BMW의 다른 길을 찾았다. 전통적인 세단에서 탈피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신개념 SUV인 X5가 나왔다. Z8 쿠페, X6, Z4, 그리고 최근 출시된 그란투리스모(GT)까지 장르를 파괴한 마치 콘셉트카 같은 차량들이 판매 대리점에 나왔다. BMW가 자동차 업계의 ‘이단아’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지난해 9월에는 BMW 액티브 하이브리드 X6와 BMW 액티브하이브리드7 등 판매량보다는 BMW의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모델들도 한국 시장에 내놓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차들... 그러나 차만 좋다고 팔리는 것은 아니다. BMW코리아는 실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해 화끈한(?) 시승, 이른바 체험마케팅을 나서고 있다.
최근 열렸던 BMW X 패밀리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시승행사가 대표적인 예. 이 행사는 일반 고객들이 신형X3와 X5, X6 등 X 패밀리의 다양한 모델들을 일반도로, 오프로드 등에서 직접 타볼 수 있게 했다.
이런 시승행사는 언론사 자동차 담당 기자나 동호회원들의 전유물이었던 형식을 깨고 문호를 활짝 개방한 것이다. BMW의 한 딜러는 "그동안 시승행사에서 소외됐던 일부 여성 고객들은 시승 직후 현장에서 계약을 하는 일까지 생길 정도"라고 귀띔했다.
BMW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도, 가장 고급스러운 차도, 가장 빠른 차도 아니다. 한 발 앞서 시대를 읽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열린 마음이 BMW를 세계 최고의 차로 끌어올렸다.
앞서 가는 데는 모험이 필요하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BMW는 철저하다. 하지만 빠르다. 곧바로 움직인다. 바로 이것이 ‘BMW 강남 대첩’의 최대 비결이다.
윤정식 기자/yjs@heraldm.com
팬카페 ‘BMW클럽’ 매니저 김광천씨
“날카로운 핸들링에 안락함…만인의 프리미엄카”
“많아야 1000명 규모의 소규모 커뮤니티를 생각했는데 벌써 3만명을 훌쩍 넘겼네요. 이제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넘어 시장을 감시하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되려고 해요”.
경기도 용인에서 버스로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7년차 직장인 김광천(35) 씨. 가끔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하고 걷기도 하니 BMW(Bus, Metro, Walk)족이다.
하지만 김 씨는 주말만 되면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진짜 BMW로 드라이브를 다닌다.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상의 BMW관련 최대규모 카페인 ‘BMW클럽’의 매니저다.
BMW에 처음 맛을 들인 지 3년. 지금 운전하고 있는 520d 모델이 벌써 5번째 BMW다.
왜 이렇게 차를 자주 바꿨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BMW를 다 갖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답했다.
김 씨는 최근 BMW가 한국 시장에서 거둔 큰 성공에 대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고객들이 벤츠도 아우디도 재규어도 아닌 BMW로 넘어온 것”이라며 “기존의 스포츠카 같은 날카로운 핸들링에 일본차의 안락함을 더한 것이 지금 누구나 바라는 프리미엄카의 상징이 된 비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클럽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클럽 회원들 하나 둘의 목소리를 모아 BMW코리아 측의 변화를 이끌어 냈던 일을 꼽았다. 그는“에어컨의 이상소음 문제, 디젤차량의 저공해차량 인증 문제 등에서 BMW코리아를 설득시켜 AS정책이나 인증과정에서 변화를 이끌어 냈다. BMW가 한국의 작은 소비자 모임에 이런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글로벌 경쟁력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정식기자/yjs@heraldm.com
출처/원문 보기 :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105170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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