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높은 것이 아니라 학벌열이 높을뿐이다."

2010. 6. 30. 10:54괜찮은 글

제천간디학교에서 만난 어린왕자의 스쿨버스

 

지난 주말 충북 제천 산골짜기에 있는 제천간디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교사 연수과목으로 <대안교육입문과정>을 듣는 아내를 따라 제천간디학교 양희창 교장의 특강을 들으러 먼길을 달려간 것이죠.  저야 강의를 듣는 게 목적이 아니라 기사노릇 하러 간것이고요.
강의장 입구에서 나눠준 계간<간디in>의 맨 뒷장에 나오는 교가 '꿈꾸지 않으면'의 노랫말이 맘에 들었습니다. 양희창 작사로 되어 있는 이 교가를 아이들이 직접 부르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기도 했고요.


꿈꾸지 않으면


 

꿈 꾸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고 별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알고 있네 우리 알고 있네

아침부터 먼길을 달려서 운전해왔고, 올라갈 때 졸음운전을 예방하고자 강의실 의자에 앉아서 잠을 청하려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강의실은 의자가 없는 마룻바닥이었습니다.  게다가 등을 기대고 앉는 명당자리는 먼저온 수강생들이 선점을 했고요. 그 바람에  꼬박 두 시간 동안 강의를 듣게 됐는데, 강의 내용이 평소에 관심이 있던 터라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요즘 우리 집은 중학교에 올라간 첫째 딸 아이가 갖고온 성적표때문에 비상입니다. 저는 조금 놀랬고, 집 사람은 뒤로 자빠졌습니다. 기본은 하겠지 했는데, 성적이 기본 이하였기때문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죠.


그런데 양희창 교장은 말합니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에게 큰 욕심은 없고, 기본만 하길 원한다고 하는데, 그 기본이란 것의 기준이 매우 높습니다."

주변에서 만나는 욕심없는 부모들이 원하는 '기본'은 대개 '인서울' 정도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인서울 하려면 상위 10% 정도는 해야 한다고 하니 기본의 기준이 세긴 세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와 아내 역시 아이에게 아마도 그 정도는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인서울'.


이 날 양희창 교장의 강의 중에 기억나는 말 몇 구절을 옮겨봅니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교육열이 높은 것이 아니라 학벌열이 높을뿐이다."

"기자들하고 인터뷰하면 꼭 물어보는 게 있다. 대학 몇 명 갔나요? 대안학교도 대학을 가야 인정을 한다."


 

"동네 농협 여직원은 매일 더하기, 빼기만 하는데도 모두 대학을 나왔다. 도대체 그 일하는데 대학교육이 왜 필요한가?"




 


 


"내가 대학교 다닐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여학생에게 자극을 받아 교육운동을 하게됐다. 지금도 한 해에 3백여 명의 중고생이 자살을 한다. 거의 매일 한 명씩 죽는데 이제는 사회면 기사거리도 안된다."

“자기 자식이 가난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들이 예뻐진다."

"남이 대신 해주지 않는다. 내가 NGO, 내가 대안학교, 내가 대안마을이 돼야 한다."


 


강의를 듣고 나와서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이제는 골동품이 된 낡은 스쿨버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간디학교 학생들의 꿈과 사랑과 희망이 묻어나는 스쿨버스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습니다.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어보는 아이, 의자에 숨어 숨바꼭질 하는 아이, 버스 앞에서 그네 타는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동화속의 장나감으로 변신시켜주었죠.

동화속의 세상에서 빠져나와 다시 현실로 돌아가면 또다시 아이들에게 기본은 하기를 원하는 부모로 돌아가겠죠. 아무래도 부모의 기본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원문 보기 : http://blog.ohmynews.com/marisum/336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