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 구입, 한박자 늦춰야 ‘낭패’ 안본다

2010. 4. 6. 19:57자동차

“신차는 나오자 마자 사지마라.” 자동차 업계의 오랜 금언이다. 개발 과정에서 미처 거르지 못한 문제가 대량생산 이후 발견될 수 있는데다, 아직 신차 조립에 익숙하지 못한 생산 현장에서 혹시라도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이 한데 합쳐져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요즘엔 여기에 한가지 이유가 더 추가됐다. 바로 ‘몇 달만 기다리면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된 차를 살 수 있다’는 것.

 

       
새차 구입, 한박자 늦춰야 ‘낭패’ 안본다
쏘나타·K7 등 뒤늦은 성능 개선…소비자들 울화통
한겨레 이형섭 기자기자블로그
» 자동차 출시 뒤 성능 업그레이드 주요 사례

회사원 황아무개(35)씨는 요즘 쏘나타 광고를 볼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그가 신형 쏘나타 모델을 구매한 것은 지난 1월. 당시 그는 아이 둘의 안전을 위해선 측면·커튼 에어백이 반드시 있어야한다고 여겨 선택사양(옵션)으로 신청했으나

그 옵션을 갖춘 차량을 받으려면 한달 가까이 더 기다려야 한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이달부터 현대차는 측면·커튼 에어백을 기본 옵션으로 갖춘 쏘나타 모델를 팔기 시작했다.

“신차는 나오자 마자 사지마라.” 자동차 업계의 오랜 금언이다. 개발 과정에서 미처 거르지 못한 문제가 대량생산 이후 발견될 수 있는데다, 아직 신차 조립에 익숙하지 못한 생산 현장에서 혹시라도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이 한데 합쳐져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요즘엔 여기에 한가지 이유가 더 추가됐다. 바로 ‘몇 달만 기다리면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된 차를 살 수 있다’는 것.

현대·기아차는 이달부터 쏘나타와 케이(K)7에 측면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한 차량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투싼아이엑스(ix)는 차량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주는 ‘샤시통합제어시스템’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고, 기존 2.0 디젤 모델에서 선택사양이었던 차체자세제어장치도 기본사양으로 변경했다. 이 기능들은 모두 차량 안전에 핵심적인 부가기능으로 자동차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것이다. 기본사양 확대로 가격은 30~40만원 가량 올랐지만 옵션으로 선택하던 때와 비교하면 되레 가격이 30~40만원 가량 낮아졌다. 쏘나타는 아예 이번달부터 30만원 할인에 들어가 실질적으로는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차량들이 모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출시된 신차급 모델이라는 점이다. 신차가 출시되자 마자 구입한 고객들로선 몇달 사이에 고스란히 수십만원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쏘렌토아르(R)가 두달만에 비용 추가 없이 ‘액티브 에코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도 한차례 논란을 빚은 일이다.

현대·기아차 쪽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안전성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부분변경 시기가 되지 않았는데도 개선품을 내놓으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파문을 잠재우려 나섰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이미 수출용 차량에는 기본으로 적용돼 있던 옵션을 여론에 밀려 추가로 선택했을 뿐 아니냐”며 “신차를 출시할 때부터 이런 사양을 적용했으면 됐을 일”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출처/원문 보기 : http://www.hani.co.kr/arti/economy/car/4144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