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전자화 ‘위험한 유혹’?

2010. 2. 20. 19:16자동차



[한겨레] 엔진구동·제동까지 전자장치로…편의성·효율성 향상

전자파 인한 오작동 우려…‘도요타 급발진’ 원인 의심


#1. 에스케이텔레콤(SKT)과 르노삼성은 내년에 스마트폰으로 시동을 걸고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차량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화상통신을 할 수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차량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개발한 차량용 운영체제 ‘유보’(UVO)를 선보였다. 휴대전화, 아이팟 같은 모바일 기기와 차량을 연결시켜, 운전자가 말만 하면 차량의 각종 장치를 조작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3. 도요타 차량의 급발진 문제가 소비자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량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으로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차량의 전자화가 끝없이 진행되고 있다. 오디오나 조절하던 초기의 전자장치들에서 시작한 전자화는 이제 차량 움직임까지 제어하며 외부와 정보를 소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일고 있다. 자동차에 각종 전자장치가 실리면서 규명하기 힘든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도요타 리콜사태는 단순한 품질문제 수준을 벗어나 자동차의 전자화라는 화두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 편하고 효율 높은 전자화 자동차는 1970년대까지는 순수하게 기계장치 중심으로 구동돼 왔다. 변속기나 연료분사장치 등도 대부분 기계식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전자식 연료분사장치가 등장하고 자동변속기와 에이비에스(ABS), 차체 자세제어장치(VDC·ESC) 등의 개발이 잇따르면서 전자화가 급속하게 진행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자동차와 컴퓨터의 경계가 무너질 지경이다. 차량 정보나 내비게이션 등이 차량의 중앙컴퓨터 아래 통제되기 시작했고, 이 중앙컴퓨터는 각종 통신망을 이용해 외부에서 정보를 받거나 차량 정보를 내보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와 함께 기존에는 기계의 영역이던 엔진구동이나 제동, 서스펜션(현가장치) 제어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전자두뇌가 자동차를 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화가 진행되면서 차량의 편의성과 효율성은 매우 좋아졌다. 연료분사량을 컴퓨터로 조절하면서 연비가 높아졌고 차량의 제어도 컴퓨터가 도와주면서 쉬워졌다. 대기업들도 차량 전자화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속속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현대차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기로 했고, 에스케이텔레콤은 휴대전화와 차량을 연결하는 ‘엠아이브이’(MIV·모바일 인 비이클)를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 문제는 잠복한 위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자동차 1대 제조비용에서 전자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9%에서 2015년에는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주류가 되면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전자장치가 많아질수록 오작동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각종 전자장비가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한 오작동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도요타 리콜사태를 부른 급발진 문제도, 검증되지는 않지만 전자제어장치의 오작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오작동은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나중에 사후검증을 해보면 아무런 문제를 발견할 수 없고 원인을 파악하기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07년 개발한 무인자동차 ‘보스’는 무인자동차 경주대회 당일 전혀 움직이지 않다가 근처에 있던 대형 전광판을 끄자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잡한 전자제어장치를 가진 기계일수록 이렇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전자장치의 채용이 늘어날수록 장치간 간섭에 의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전자파의 완벽한 차단과 오류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요하며 업체들이 더욱 엄격하게 전자부품의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출처/ 원문 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8&aid=000203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