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엑스파일 ‘급발진’ 수면위로

2010. 2. 20. 19:14자동차

급가속 이상사고 보고 이어져
자동차사 ‘조작실수’ 덮기 바빠
한겨레 이형섭 기자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를 부른 근본적 원인이 가속페달 결함에서 전자제어장치의 문제로 확산되면서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도요타 차량의 급가속 문제가 단순히 가속페달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도요타 문제를 조사 중인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의 헨리 왁스먼 위원장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요타가 두 차례 리콜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급발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급발진 문제는 도요타 뿐만 아니라 모든 차량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원인이 제대로 분석된 적은 한번도 없다. 다만 급발진 문제가 차량에 자동변속기가 채용되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기 때문에 자동변속기가 이상 현상을 일으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문제는 급발진이 이론적으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낮으며 재연도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대부분 여기에 기대어 급발진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대부분 운전자의 조작 실수 탓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기어를 주차위치(P)에서 변속할 수 있는 ‘쉬프트락’이나 계단식 변속기어 장치를 도입하는 등 운전자들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장치들을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던 ‘제네시스 쿠페 급발진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기어중립 상태에서도 알피엠(RPM)이 치솟는 등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자파 등의 영향으로 차량 구동을 제어하는 전자장치가 이상 현상을 보여 급발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사실 도요타가 재수 없게 걸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급발진 문제는 모든 자동차사의 공통적인 문제”라며 “자동차의 전자화가 진행될 수록 급발진의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급발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출처/원문 보기 : http://www.hani.co.kr/arti/economy/car/4043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