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엘리제'는 누구일까

2009. 9. 5. 10:32오디오&AV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악성(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명곡 '엘리제를 위하여'의 주인공 엘리제의 정체가 확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독일 언론에 따르면 베를린의 음악연구가 클라우스 마르틴 코피츠는 지난 수년간 '동시대인의 눈에 비친 베토벤'이란 제목의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신문기사, 편지, 시, 메모 등 당시 베토벤과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의 모든 글을 분석한 결과 엘리자베스 뢰켈이라는 여성이 엘리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793년생으로 베토벤보다 23년이나 어린 엘리자베스 뢰켈은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에서 남자 주연인 플로레스탄 역을 맡았던 베토벤의 친구 조제프 뢰켈의 여동생으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피아노 연주자와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는 '엘리제'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녀는 1810년 밤베르크의 한 극장에서 활동하기 위해 이사했는데 베토벤이 이별하게 된 엘리제와의 추억을 담아 피아노 소품을 작곡했다는 것이다.

코피츠는 또 베토벤이 '프로이라인(영어의 미스에 해당하는 독일어 존칭) 뢰켈'이 아니라 단순히 엘리제라는 이름을 쓴 것은 그들이 그만큼 친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엘리제 자신이 베토벤과의 관계에 대해 글을 남겼다고 말했다.

엘리제는 한 편지에서 베토벤, 기타연주자 마우로 줄리아니, 그리고 나중에 그녀의 남편이 된 작곡가 요한 네포무크 훔멜 등과 어울렸던 만찬에 대해 얘기하면서 "라인 지방 특유의 장난기가 넘치는 베토벤이 끊임없이 괴롭혀 어쩔 줄 몰랐다. 진한 애정으로 팔을 꼬집기도 했다"고 묘사했다.

엘리제가 훔멜과 결혼하고 나서도 베토벤과 엘리제의 우정은 계속됐다. 베토벤이 1827년 3월 운명하기 며칠 전 엘리제는 그의 집을 방문했다. 그녀는 자신이 경배했던 위대한 작곡가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머리칼을 잘라냈고 베토벤의 깃 펜도 선물로 받았다.

코피츠는 그동안 베토벤이 1810년 청혼했던 테레제 말파티가 '엘리제'라는 주장이 유력하게 자리를 잡았던 반면 엘리자베스 뢰켈이라는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베토벤 연구가였던 루트비히 놀(1831~1885)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865년 이 작품의 초록을 발견해 테레제에 헌정한 곡이라고 발표했던 놀은 원본 악보를 테레제의 집에서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본은 사라졌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 베토벤이 다른 곡들을 구상하면서 쓴 불완전한의 형태의 초록들이다.

그러나 만약 이 작품이 실제로 테레제가 아닌 엘리제를 위해 작곡된 것이라면, 또 놀의 주장이 맞는다면 어떻게 원본이 테레제의 손에 들어갔을까.

코피츠는 이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면서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즉 테레제가 베토벤의 집에 와서 우연히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곡의 악보를 보고 "엘리제가 누구예요? 아직도 나와 결혼하려는 건가요?"라고 물었는데 테레제에 청혼했던 베토벤으로서는 엘리제를 위해 만든 곡을 테레제가 본 것에 대해 크게 당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본에 있는 베토벤 하우스 산하 베토벤 문서보관소의 베른하르트 아펠 소장은 현재 출간을 위해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코피츠의 책을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의 가설에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펠 소장은 "엘리제는 당시 빈에서는 아주 흔한 이름이었다"면서 누가 진짜 엘리제인지 입증하려면 원본 악보가 사라지기 전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문 보기/출처 :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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