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글쓰기에 앞서 꼭 알아야 할 7가지

2015. 2. 16. 09:50우리글

1. 명사문(‘명사’나 ‘~것이다’로 끝나는 문장) 사용법

 

앞에 어떤 문장이 나오지 않으면 ‘-ㄴ/은/는/던 것이다’로 끝나는 명사문은 결코 사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철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배가 고팠던 것이다.(0)

 

철수는 냉장고 문을 열었던 것이다.(×)

 

오후 내내 교실에서 영희가 보이지 않았다. 영희는 조퇴했던 것이다.(0)

 

오후 내내 교실에서 영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글의 첫 문장이 ‘-ㄴ/은/는/던 것이다’로 끝나면 그 문장은 100퍼센트 오문이고, 그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은 읽지 않아도 된다!!

 

(출전 : 고종석의 <고종석의 문장>)

 

2. 띄어쓰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

 

국어 맞춤법 총칙에도 띄어쓰기에 관한 조항이 있다.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어찌나 간결하고 단순한지 모르겠다. 이리 단순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맞춤법 총칙은 그 나름 의미가 있다. 무시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 단순한 원칙만이라도 지킨다면 띄어쓰기의 대부분은 지키고 셈이다. 문제는 예외와 특수한 경우들이다. 그것들을 살펴보자.

 

 

2-1. 명사 뒤에 오는 ‘하다’는 띄어야 할까, 붙여야 할까?

 

‘공부하다’는 원래 ‘공부를 하다’의 줄임말이니까 띄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여기서 ‘하다’는 명사 뒤에 붙어서 명사를 동사나 형용사로 만들어주는 서술격 조사로 봐야 한다. 따라서 ‘하다’가 별도의 동사로 쓰이는 경우가 아닌 경우, 즉 명사에 따라 붙을 때는 반드시 붙여야 해요.

 

공부하다, 사고하다, 판단하다, 주장하다, 민망하다, 고찰하다 등이 그런 예다.

 

2-2. 의존명사 : 수, 지, 적, 줄, 뿐, 대로. 만큼.

 

200701819s띄어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주범은 단연 의존명사들이다. 녀석들은 변신에 능하다. 어떨 땐 의존명사였다가, 또 어떨 땐 조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부득이 띄어쓰기의 원칙 하나를 추가할 수밖에 없다. 의존명사로 쓰일 때, 즉 앞에 관형절이 올 때는 띄어 쓴다. 반대로 조사의 역할을 할 때(바로 앞에 명사가 올 때)는 반드시 붙여야 된다. 우선, 의존명사 ‘뿐’의 예를 보자.

 

(1) 믿을 것은 오직 자신의 능력뿐이다.

(2) 그는 그냥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의 ‘뿐’은 조사이다. 바로 앞에 ‘능력’이라는 명사가 왔기 때문이다.

 

(2)의 ‘뿐’은 의존명사이다. 앞에 의존명사 ‘뿐’을 꾸미기 위해 관형어 ‘~는/ ~ㄴ/~ㄹ’ 등이 왔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는 ‘뿐’뿐만이 아니다. ‘만큼, 대로, 만, 데, 걸, 지’ 등이 유사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의존명사들이다. 몇몇 예를 보자.

 

나는 떡을 먹은 ‘적’이 없다.

 

나는 비가 오는 ‘줄’을 몰랐다.

 

나는 토끼를 잡을 ‘수’가 있다.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있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어쩔 수 없어.

 

한국어 문법‘만큼’은 어려워요.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낼 것이다.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의존명사는 ‘만’이다. 의존명사 중에서도 특별히 다양한 쓰임새를 가졌기 때문이다. ‘만’은 기본적으로 의존명사인데다 조사이기도 하고, 명사이기도 한데다 또 용언 뒤에 붙는 보조 어미의 역할도 한다. 그만큼 의미도 다양하고, 헷갈리는 단어이다.

 

1) 우리 팀은 나만 잘 하면 돼요.

 

2) 문법은 공부할 만한 과목입니다.

 

1)의 만은 조사이므로 붙여 쓰는 게 맞다. 2)의 ‘만’은 의존명사이다. 여기까진 앞서 공부한 내용이다. 문제는 또 다른 ‘만’이 있다는 거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3) 만 삼 개월이 되었다.

 

4) 삼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5) 삼년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3)의 만은 명사로서 시기나 햇수가 꽉 차게 헤아리는 말이다. 4)는 ‘동안이나 얼마간 지속되었음을 의미’하는 의존명사이다. 모두 띄어 써야 하는 것들인데, 앞서의 1)과 2)와는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진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5)의 만이다. 의미로는 3)이나 4)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여기선 붙여 쓰고 있다. 그래서 이놈의 ‘만’이 어렵다는 거다. 5)처럼 붙여 쓰는 경우는 또 있다.

 

6) 먹고는 싶다만

 

7) 나이는 먹었지만 마음은 청춘이다.

 

위 6), 7)의 두 ‘만’은 앞말과 뒷말이 대조적 관계를 이룰 때 사용하게 되는 요소들이다. 말의 맨 끝에 오는 ‘만’은 앞말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의문이나 반대 상황을 고려하는 보조사이다. 6)은 주로 ‘마는’으로 나타나는 단어이다. 당연히 붙여 써야 한다. 7)은 ‘~지만’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참고할 책들 :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맞춤법>)

 

3. 바람 vs 바램

 

e899401372_1이리도 간단하고 쉬운 걸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잘못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일테면 이런 경우다.

 

“올해의 ‘바램’은 결혼을 하는 거야.”

 

‘바람’이라고 써야할 곳에 ‘바램’이라고 쓰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한번 잘못 쓰기 시작하면 오래도록 고쳐지지 않는다. 마치 습관적으로 ‘역할’을 ‘역활’이라 쓰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부턴 그런 실수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바람대로 결혼도 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바람 : ‘바라다’를 명사로 바꾼 말.

 

바램 : ‘바래다’의 명사형.

 

# 참고로, ‘색이 변한다’의 의미를 가진 동사 ‘바래다’에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기도 하다. ‘그녀의 어머니를 바래다 드렸다’에서처럼 ‘배웅’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참고 : 김남미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맞춤법>)

 

 

4. 자기 글을 교정하는 법

 

uu (1)윗사람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문서라면 아무래도 더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꼼꼼하게 교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참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결재 올리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막상 결재를 올리고 난 뒤, 그러니까 상사에게 실컷 지적을 받고 난 뒤에서야 보이는 거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꼼꼼하게 뒤져도 보이지 않던 것이 왜 하필이면 모든 결과가 나온 다음에서야 보이는 걸까. 그런 예는 부지기수다. 교정에 교정을 거듭한 뒤에 보낸 글이 막상 활자화 되어 나온 다음에 보면 얼굴을 화끈거리게 한다. ‘세상에나 저렇게 쉽고 간단한 걸 잘못 쓰다니.’

 

지난해 냈던 내 책의 제목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이지북, 2013)는 자기 글 교정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다. 써서 올릴 때는 나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음날 보면 틀린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받침, 문장구조 등등. 어디 하나 제대로인 게 없다. 그럴 땐 정말이지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 된다.

 

자기가 쓴 글은 잘 안 보인다. 그래서 교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첫째, 묵혔다 다시 본다. 쓴 뒤 바로 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면 보이게 돼있다.

 

둘째, 컴퓨터로 작업한 글이라면 화면으로만 보지 말고, 프린트해서 다시 본다. 그러면 틀린 부분이 잘 보인다.

 

셋째, 화면으로든 프린트를 해서든 일단 소리 내서 읽어보는 게 중요하다. 소리 내서 읽다 보면 최소한 잘못된 호응관계나 어색한 조사는 대부분 잡힌다.

 

(참고 : 이강룡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5. 조사 ‘~의’의 용법

 

‘~의’는 대체로 소유나 종속의 의미로 쓰인다. 일테면 ‘철수의 책(소유), 사랑의 의미(종속)’처럼 말이다. 반면에 ‘하락’과 같은 동작이나 ‘상실’과 같은 상태의 의미를 가진 한자어와 쓸 때에는 이를 ‘주어-서술어’로 풀어 쓸 수 있는가를 늘 점검해보아야 한다. 또한 ‘조사 뒤에 다시 ~의를 붙여 써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지난 글에서 강조했듯 ‘~의’는 우리글의 문장 5적 중 하나라는 걸 기억하라. 예문을 통해 사례들을 점검해 보자.

 

1291093346_정희모_글쓰기의전략(1) ‘수입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근로 인원이 감축되면서 제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2) 이들은 가난했기 때문에 ‘인간성의 상실’로 방황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인간을 인간으로 귀하게 대할 수 있었다.

 

(3) 더 나은 ‘미래의 도약’을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개발하여 좋은 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4) 최근 조사 통계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평균 교육비는 2천1백24만2천5백 원이라고 한다.

 

(1)의 ‘원자재 가격의 하락’, (2)의 ‘인간성의 상실’, (3)의 ‘미래의 도약’은 모두 형식상으로 명사를 꾸며주는 꼴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의미상으로는 각각 (1)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다, (2) 인간성‘을’ 상실하다, (3) 미래‘로’ 도약하다, 라는 문장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위의 예문을 바르게 고쳐 써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된다.

 

(1) 수입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근로 인원이…

 

(2) 이들은 가난했기 때문에 인간성을 상실하여 방황하고 있는…

 

(3)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개발하여…

 

(4)의 경우는 이렇게 바꿔야 할 테다. “최근 조사 통계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드는 평균 교육비는 2천1백24만2천5백 원이라고 한다.”

 

(참고 : 정희모`이재성의 <글쓰기의 전략>)

 

 

6. 입말과 글말, 부정표현의 차이

 

한국어의 부정문에는 ‘안 부정문’과 ‘못 부정문’이 있다. 그것들은 각각 두 가지 형태로 사용된다. 일테면, ‘안 부정문’은 ‘~지 않다’와 ‘안 ~하다’ 꼴을 취하고, ‘못 부정문’은 ‘~지 못하다’와 ‘못 ~하다’ 꼴을 취한다.

 

‘안’ 부정문

 

그런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지 않다)

 

그런 것은 별로 안 권하고 싶다.(안 ~하다)

 

‘못’ 부정문

 

속 좁은 사람은 큰 사람이 되지 못한다.(~지 못하다)

 

속 좁은 사람은 큰 사람이 못 된다.(못 ~하다)

 

‘~지 않다’와 ‘~지 못하다’를 일러 ‘긴 부정문’이라 하고, ‘안 ~하다’와 ‘못 ~하다’의 형태를 ‘짧은 부정문’이라 하는데, ‘긴 부정문은 주로 글말’에 쓰이고 ‘짧은 부정문은 주로 입말’에 쓰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다시 정리해 보자.

 

긴 부정문(~지 않다, ~지 못하다)는 격식을 갖춘 말, 즉 ‘글말’에 사용.

 

짧은 부정문(안 ~하다, 못 ~하다)는 편하게 하는 말, 즉 ‘입말’에 사용.

 

(참고할 책들 :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글쓰기의 전략>)

 

7. 궁중어 “마마, 매화틀 대령이요~.”

 

봉건국가에서 최고의 존엄은 응당 임금이다. 그러니 이 임금과 관련한 말은 일반어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었을 터. 그래서 임금이 먹는 밥은 그냥 밥이 아닌 ‘수라’였고, 임금이 입는 정복正服은 ‘곤룡포(袞龍袍)’였다. 수라를 만드는 방은 ‘수라간’이었고, 수라를 올리는 상은 ‘수라상’이었다. 특히 궁중어 중에서도 임금과 관련된 말들은 흔히 ‘어御’라는 형태소를 포함하고 있다.

 

[어복 : 임금의 옷. 어립 : 임금의 갓. 어갑주 : 임금의 갑옷과 투구. 어성 : 임금의 목소리. 어온 : 임금에게 올리는 술. 어환 : 임금의 병. 어찰 : 임금의 편지. 어좌 : 임금이 앉는 자리. 어소 : 임금이 있는 곳. 어마 : 임금이 타는 말. 어승차 : 임금이 타는 마차. 어식 : 임금이 먹는 음식. 어공 : 임금에게 물건을 바리는 것. 어수 : 임금에게 올리는 우물물. 어식 : 임금이 내리는 음식.]

 

4926 (1)‘옥(玉)’ 역시 ‘어’와 비슷한 구실을 한다. 그래서 어좌는 ‘옥좌’라고도 하고, 어수는 ‘옥수’라고도 한다. ‘용’이나 ‘천’이나 ‘성’도 비슷한 구실을 하는 형태소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임금의 얼굴은 ‘어안, 옥안, 용안, 천안, 성안’이 되기도 하는 거다.

 

궁중이라는 곳은 워낙에 지체 높은 사람들이 많아서 굳이 임금과 관련된 말이 아니라도 주로 한자어를 사용해서 부르곤 했다. 귀는 ‘이부(耳部)’였고, 입은 ‘구중(口中)’, 입술은 ‘구순(口脣)’, 눈동자는 ‘안정’, 이마는 ‘액상’, 손가락은 ‘수지’, 발바닥은 ‘족장’, 눈물은 ‘안수’, 콧물은 ‘비수’, 여성의 월경은 ‘환경(環經)’, 버선은 ‘족건’, 낮잠은 ‘가매’, 숭늉은 ‘다’, 마늘은 ‘대산’, 달걀은 ‘계단, 고추는 ‘번초’, ‘쇠고기는 ‘황육’, 꿩은 ‘적계’나 ‘산계’였다.

 

무슨 놈의 ‘마마’는 또 그리 많은가.

 

왕 : 대전마다이거나 상감마마.

 

왕대비(선왕의 살아 있는 아내) : 대비마마, 자전마마, 웃전마마.

 

왕비 : 중전마마이거나 곤전마마, 내전마마.

 

세자 : 동궁마마, 세자마마, 동마마.

 

세자빈 : 빈궁마마, 세자빈마마.

 

같은 뜻을 담으면서 이 ‘마마’계열의 말보다 일상적으로 더 자주 사용된 말은 ‘마노라’계열의 말이었다. 대비마노라, 대전마노라, 웃전마노라, 내전마노라, 곤전마노라 하는 식. 이 ‘마노라’에서 현재의 ‘마누라’라 유래했음은 불문가지이다. 뜻도 높임말에서 ‘아내를 낮추어 부르는’ 말로 바뀌었다.

 

그 외 혼전의 왕자녀나 왕손을 부르는 존댓말인 ‘아기씨’, 민가를 뜻하는 ‘밧집’, 똥을 의미하는 ‘매화’, 변기를 의미하는 ‘매화틀’ 등도 궁중어의 일종이었다.

 

(출전 : 고종석의 <국어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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