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원 R석보다 7만원 '합창석'이 더 만족스럽다?

2013. 7. 4. 10:27연주회

[콘서트홀 '좌석의 경제학']

지휘자 마주볼 수 있는 '합창석'… 비싼 공연일수록 빨리 매진
실내악 들을 때는 앞자리에서, 피아노는 객석 기준 왼쪽 자리, 대편성교향곡은 뒷자리가 좋아

 

지난 5월 29일 판매를 시작한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 공연 티켓 합창석(C석)은 발매 3시간 만에 다 팔렸다. 11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차례 공연 예정인 이 오케스트라 티켓 최고가(R석 45만원) 좌석은 아직 남아 있지만 7만원짜리 합창석은 다 팔렸다. 티켓값이 싼 덕분도 있지만 세계 최고 교향악단 베를린 필을 이끄는 거장(巨匠) 사이먼 래틀이 단원들과 손짓, 눈짓으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명당'이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효과 높은 '박스석'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국내외 주요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1순위로 꼽는 '공연장의 메카'.

이 중 '합창석'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자리로 꼽힌다. 콘서트홀 전체 2523석 중 약 11%(274석)인 합창석은 특히 티켓값이 비싼 공연일수록 가장 먼저 매진 된다.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실내악이나 독주회에도 인기다. 연주자 뒤통수만 쳐다보는 아쉬움은 있지만 반대로 지휘자의 모습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

'횡재'하는 수도 있다. 지난달 중순 내한 공연을 가진 바이올린 여제(女帝) 안네-소피 무터(50)와 무터가 후원하는 후배 연주자들의 앙코르가 그랬다. 메인 프로그램인 비발디 '사계'와 첫 앙코르를 마친 무터는 무대 뒤쪽 합창석을 향해 돌아서더니 두 번째 앙코르를 연주했다. 사계 중 '여름' 3악장. 합창석 관객들은 무터의 '선물'에 뛸 듯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 공연을 기획한 크레디아 김인주 차장은 "예술의전당에서 많은 공연을 치렀지만 연주자들이 합창석을 향해 뒤돌아서서 앙코르를 연주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합창석의 단점은 교향곡, 특히 금관 비중이 두드러진 대편성 교향곡은 무대와 너무 가깝기 때문에 고른 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좌석은 2, 3층 좌우 박스석이다. 같은 2, 3층이지만 앞쪽으로 튀어나와 무대와의 거리가 가까운데 티켓값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뒤투아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최고가 25만원이었지만 2층 박스석은 10만원(B석), 3층 박스석은 5만원(C석)이었다.

청중 입장에선 지나치게 '고평가'된 좌석도 있다. 1층 가운데 앞자리 1, 2열은 보통 최고가인 R석으로 책정돼 있다. 공연 내내 무대를 올려다봐야 하는 데다 오케스트라 소리를 균형 있게 듣기 어려워 서구 공연장들은 보통 두 번째나 세 번째 등급으로 분류한다.

◇실내악·독주회는 앞쪽 자리


실내악이나 독주회 또는 오케스트라 공연 중 협주곡에 관심이 있을 때는 보통 앞자리가 괜찮다. 연주자의 표정이나 악기를 다루는 동작을 생생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독주회는 객석 기준으로 왼쪽 좌석이 명당으로 꼽힌다. 오른쪽 좌석은 연주자가 피아노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차르트와 하이든처럼 아기자기한 교향곡도 뒤보다는 앞자리가 나은 편이다. 하지만 말러와 브루크너, 프로코피예프 같은 대편성 교향곡은 중간 이후 뒷자리가 더 좋은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크다. 앞자리는 악기에서 나오는 직접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은 작년 좌석을 R, S, A, B, C석 등 최대 5등급으로 단순화하고, R석도 전체 3분의 1인 866석을 넘을 수 없게 '대관 수칙'을 바꿨다. VVIP, VIP석 같은 정체 모를 좌석에 비싼 값을 매겨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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