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맛이 다른 소고기 여러 부위와 딱 맞는 와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 작업에 참석한‘다하누’최계경 대표와 심석찬 부장,‘ 와인나라 아카데미’손진호 주임교수, 곤지암리조트‘라그로타’김희진 지배인 겸 소믈리에.(왼쪽부터) /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
전문가 추천, 소고기에 어울리는 와인
기름진 등심엔 '카베르네 소비뇽' 부드럽고 담백한 안심엔 '메를로' 육즙 풍부하고 찰진 부채살엔 '시라'
'고기에는 레드와인, 생선에는 화이트와인.' 우리가 공식처럼 여기는 음식과 와인의 궁합이다. 더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나눌 수는 없을까. 이를 위해 고기와 와인 전문가들이 만났다. 한우전문기업 '다하누'의 최계경 대표와 심석찬 부장, '와인나라 아카데미' 손진호 주임교수, 곤지암리조트 '라그로타' 김희진 지배인 겸 소믈리에가 소고기 부위별로 가장 어울리는 와인을 찾았다. 최 대표와 심 부장이 한국인이 구이용으로 선호하는 부위 여섯을 골라 설명하면, 손 교수와 김 소믈리에가 이에 어울릴 만한 와인 몇 가지를 찾아냈다. 이어 고기와 와인들을 함께 맛보며 가장 어울린다고 판단되는 와인 두세 가지를 골랐다. 와인은 10만원대 이하로 한정했다.
등심 등뼈를 감싸고 있는 부위. 연하며 지방이 많다. 구이용으론 최적으로 평가된다. 선홍색에 윤기가 나면서 서리가 내린 듯 지방이 고루 분포된 것이 좋다. 스테이크, 소금구이, 불고기 등 구이요리와 전골요리에 두루 어울린다.
어울리는 와인: 기름지고 풍미가 강한 부위답게 진하고 강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잘 어울렸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생산된 무통 카데 리저브 메독(Mouton Cadet Reserve Medoc)과 미국 나파밸리 아발론(Avalon)이 선택됐다. 기름 없는 등심일 경우에는 이탈리아 키안티(Chianti) 와인도 괜찮았다. 손 교수는 안티노리(Antinori)사의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를 추천했다.
안심 등심 안쪽 부위로 운동량이 적어 소고기 중 가장 육질이 부드럽다. 또 지방이 거의 없어서 고기 자체의 맛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위이기도 하다. 서양에서 스테이크용으로 최고급으로 쳐준다.
어울리는 와인: 안심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섬세한 메를로(Merlot) 품종과 산뜻한 신맛이 돋보이는 이탈리아 산조베제(Sangiovese) 품종이 어울리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메를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켄달 잭슨 빈트너스 메를로(Kendall Jackson Vintner's Merlot)가, 산조베제 품종으로는 라 브라체스카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La Braccesca Nobile di Montepulciano) 와인이 선택됐다.
채끝 허리뼈를 감싸고 있는 부위. 연하고 고기 내 지방이 많아 스테이크용으로 좋다.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한 것이 좋다. 썰었을 때 수분이 나오는 것은 맛이 없다. 선홍색으로 윤기가 나야 좋다. 볶음용으로도 알맞다.
어울리는 와인: 등심처럼 진한 풍미를 가진 부위답게 역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 그중에서도 구대륙(유럽)보다 풍미가 더 진한 신대륙(미국, 남미, 호주 등)에서 생산된 와인이 어울렸다. 미국 켄달 잭슨 빈트너스 카베르네 소비뇽과 칠레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가 궁합이 좋았다. 향신료 향이 도드라지는 프랑스 시라(Syrah) 포도로 만든 캐릭터(Character)도 궁합이 괜찮은 것으로 평가됐다.
갈비살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에 붙어 있는 살. 지방이 많고 뼈에서 나오는 골즙이 육즙과 어우러져 풍미가 좋다. 단 약간 질긴 편이다. 기름이 흰색인 것이 좋다. 구이나 찜, 탕거리로 알맞다.
어울리는 와인: 등심과 비슷한 맛이지만 더 질겨서 오래 씹어야 하는 갈비살의 특성상 타닌이 강하거나 산도가 있어서 기름기를 씻어줄 수 있는 와인과 먹었을 때 맛있었다. 이날 시음한 와인 중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칠레산 에쿠스(Equus)나 새콤한 향이 올라오면서 달지 않은 이탈리아 키안티 페폴리(Peppoli)가 어울렸다.
차돌박이 소의 가슴에서 배 아래쪽에 이르는 양지머리에 붙은 황백색의 단단하고 기름진 고기다. 하얀 지방질이 차돌처럼 박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이나 편육, 샤부샤부로 먹는다.
어울리는 와인: 살짝 구웠을 때는 시라 품종 와인과 어울렸다. 바삭하게 구웠을 때는 피노누아르(pinot noir)와 어울리는 것으로 평가됐다.
시라 와인으로는 엠 샤푸티에(M. Chapoutier) 코트 뒤론 빌라지 라스토(Rasteau)가, 피노누아르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루이 라투르(Louis Latour)사 와인이 이날 시음에서 선택됐다.
부채살 가는 힘줄을 중심으로 지방이 부챗살처럼 펼쳐졌다. 낙엽살이라고도 한다. 앞다리에서 나온다. 힘줄이 약간 질기지만 씹을수록 쫀득하며 특유의 감칠맛이 배어 나온다.
어울리는 와인: 진한 풍미와 향신료 향이 입안에 고이는 프랑스 론(Rhone) 지역 시라 품종 와인이 부채살의 쫀득한 감칠맛과 이상적으로 매칭됐다. 시음으로 선택된 와인은 엠 샤푸티에사에서 만든 크로즈 에르미타주 레 메조니에(Crozes Hermitage Les Meysonniers)와 벨뤼스 코트 뒤 론(Belleruche Cotes du Rhone)이었다.
[김성윤 기자]
출처/원문 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23&aid=000251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