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2. 07:51ㆍ전통음악
두레소리, 제목부터 정겹다. 순우리말로 풍물놀이 소리란 뜻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소리란 뜻이다. 음악을 좀 더 한글로 표현한 단어다. <두레소리>는 제목부터 소재와 내용을 채우는 에피소드까지 모두 우리 고유의 음악으로 채워져 있어 무엇보다도 반갑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 고유의 것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대다수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소재로 다룬 영화라면 더더욱 싫어할 이유가 없다.
양악에서는 쾌감적 즐거움을 느끼고, 국악에서는 심장과 혼을 울리는 감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너무 편파적인 이야기일까. 하지만 실제로 서양의 음악가들도 국악에 대해 이처럼 느끼는 이들이 많다.
영화는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대입 모의 실기 장면으로 시작한다. 창, 판소리 등 이런 쉬운 단어의 의미도 정확히 모르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스크린에 시선을 두어본다.
여느 고등학생 3학년생들과 마찬가지로 입시 준비에 다른 일은 별로 없거나 없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어느 날, 양악과 국악의 조화를 모색하는 합창대회 준비하라는 지시가 높은 데서 학교로 떨어진다. 이제, 학생들은 난생처음으로 양악적인 합창을 준비해야 한다. 양악을 전공한 선생님이 오고, '두레소리'라는 이름의 합창단이 꾸려지지만, 처음부터 국악과 전혀 다른 양악에 거부감을 보이는 학생들은 갈등을 겪게 된다.
영화는 이 학생들이 어떻게 하기 싫은 일로 시작한 합창으로 잊고 있었던 자신들의 꿈(국악으로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과 입시만큼이나 중요한 건 친구라는 사실 등)을 다시 꾸게 되는지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꿈을 꾼다는 건 정말 좋은 행위다. 무엇이든 좋은 건 부지런히 해줘야 한다. 꿈, 사랑, 좋은 일... 계속해 나가지 않으면 좋은 것이라도 점점 작아지고, 사라져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꿈을 꾸고, 사랑하고, 좋은 일 하는 걸 계속해 주어야 한다.
이 영화는 사실 <은교>만큼 많은 이들이 기대하지 않을 수도, <타이타닉>만큼 많은 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른들이 꿈을 이루는 남격(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실버합창단 편까지 나온 마당에 입시에 찌든 고등학생들이 합창단을 만들어서 무언가를 이루는 기쁨을 맛본다는 이야기가 그리 많이 새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남격합창단 역시 국민이 실화라 받아들일 만큼 리얼하게 보였으니, 국민 다수는 <두레소리>의 실화 바탕성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합창의 감동은 남격합창단 못지않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희망을 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성세대는 아이들에게 이런 숨겨진 꿈을 확인해 주고, 그런 꿈은 추구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걸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 속 학생들과 같은 또래에게는 꿈을 이루는 쪽으로 풀자는 생각을 하게 하거나 대리만족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두레소리>는 우리 고유의 음악으로 기성세대와 어린 세대를 소통할 수 있게 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게 해 준다. 대한민국에서 학생이 공부를 안 하면 백수다. 허나 공부 대신 뭔가 자신에게 맞는 걸 하고 있다면, 그는 백수가 아니라 꿈을 꾸는 사람이 된다. 이 지긋지긋한 입시지옥이 크게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를 통해 영화 속 학생들과 또래인 관객들이 느끼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12세 관람가라서 좋은 이유가 거기에 있기도 하고.
실화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흐름이 조금 어색한 듯도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우리 소리와 특히 슬기와 아름이를 다시 돌아오게 한 학생들의 자작곡(아리랑 아리랑 하는 그 소리가 어찌나 가슴 찡하던지...)을 들으면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그리 크게 남지 않을 것이다. '두레소리' 노래에 진심으로 빠져드는 영화, 그럴 수밖에 없는 영화 <두레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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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원문 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23105&PAGE_CD=&BLCK_NO=&CMPT_CD=A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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