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불치 바이러스..많은이에 전파하고 싶어"

2011. 11. 11. 08:00연주가

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 지휘자 내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음악은 공기와 물처럼 우리에게 매우 필요합니다.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의 삶의 바뀌죠. 음악이라는 불치의 바이러스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습니다."

사이먼 래틀(Simon Rattle)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은 내한공연을 앞두고 15일 오전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음악이 지닌 의미와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래틀과 베를린 필은 15∼16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베를린 필은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디지털 콘서트 홀(Digital Concert Hall), 심야에 콘서트를 여는 레이트 나이트 콘서트(Late Night Concert),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뮤직아트, 뮤직필름 앤 송스(MusicART, MusicFILM and SONGS) 등을 통해 관객층을 넓히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래틀은 "이번에 한국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리허설에 초청하는 이유도 고가의 기계라고 할 수 있는 베를린 필의 음악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사실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문화예술 분야가 예산 삭감의 첫 희생자가 되곤 합니다. 수년 동안 쌓아올린 공든탑이 무지한 사람의 서명 하나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죠. 그러나 문화예술도 경제의 일부입니다. 당장의 금전적인 혜택을 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죠."

그는 엘 시스테마를 통해 17살 때 베를린 필에 입단한 베네수엘라 출신의 단원 에딕슨 루이스를 예로 들었다.

"그 단원은 '9살 때까지는 나중에 커서 풍족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지가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내 손에 악기가 있다. 음악은 내 영혼의 음식'이라고 말합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의 감흥을 느끼게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래틀과 동석한 마르틴 호프만 베를린 필 행정감독과 스탠리 도드 베를린 필하모닉 재단 부이사회의 미디어 회장도 래틀과 같은 의견을 말했다.

도드 회장은 "필하모니 홀은 2천200석밖에 안 되지만 디지털 콘서트 홀을 통해 객석을 늘릴 수 있다. 공연뿐 아니라 무대 뒤의 모습과 지휘자 인터뷰도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관객이 우리 오케스트라에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호프만도 "베를린 필은 지난 10년 동안 청소년 관객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많은 레퍼토리를 전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필과 래틀은 이번 내한공연에서 말러와 부르크너의 교향곡 제9번, 호소가와 토시오의 호른 협주곡 '꽃 피는 순간' 등을 연주한다.

래틀은 "나도 '말러리아(말러의 작품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음악팬)'라고 할 정도로 말러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내가 지휘자가 되게 한 원동력이다. 내 DNA에 말러가 있을 정도다. 토시오의 곡은 연꽃이 피는 장면을 그린 매우 아름다운 곡"이라고 연주곡을 설명했다.

그는 베를린 필에 대해서 "모든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에 각자의 색과 사운드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각 곡에 걸맞은 사운드를 표현하고 싶다. 라벨을 연주하면서 브루크너의 사운드를 낸다면 최악 아니겠는가. 베를린 필의 기본 사운드에 작곡가가 남긴 다양한 옷을 갈아입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음악을 깊이 있게 즐기는 관객이 있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기쁩니다. 한국은 국가 규모에 비해 많은 음악 영재와 음악가를 배출한 핀란드와 같은 나라죠. 다음 달에 베를린에서 작곡가 진은숙의 작품을 연주하는데 나중에 한국에서도 그의 곡을 연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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