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에서 건진 보물들(Records)

2010. 8. 23. 22:55LP & CD

14일간 여기저기 바쁜 걸음 하다 보니 구석구석에 음반 가게들이 보였다. 중고책 취급하는 상점에도 LP가 있었다. 그 가운데 용케 시간이 나서 구입할 수 있었던 곳은 뮌스터 시내 두 곳 뿐.

 

한 군데는 MEDIUM이라는 중고책 가게였는데 중고 클래식 LP가 400~500장 정도 있었다. 열댓 장 샀고, 가격은 한장에 2.5~5유로였으니 한국 보다는 제법 쌌다. 또 한 군데는 andra라는 cd, dvd까지 취급하는 음반 전문 가게였다. 이 곳에는 클래식 LP가 MEDIUM 보다는 두 배쯤 되어 보였고 비록 정확하진 않았지만 장르별로 정리되어 꽃혀있었다. 이 곳에서는 스무장 정도 골랐다. 가격은 MEDIUM 보다는 조금 싼 듯 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모두 스크레치 하나 없는 퍼펙트한 것 만 골랐다.

 

특별히 좋았던 점은 독일안이라서 그런지 독일프레싱반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한국 중고레코드점에서는 DGG판의 60~70%가 영국프레싱이고 데카반은 거의 모두가 영국프레싱, 빠떼판은 전부가 프랑스프레싱인데 이번에 구입한 LP는 독일프레싱이 많았다.

 

내가 독일프레싱을 좋아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우선 LP자켓 인쇄 글자체의 선명하고 예리함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운드 또한 마찬가지로 맑고 섬세하기 때문에 내 독일 방송용 오디오에서 울리면 실제 콘서트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같은 연주와 레이블로 다른 국가에서 프레싱한 LP를 들어보면 지나치게 부드러워져있다. 다시 말해 듣기 좋게 가공된 부드러움과 여운들이 가미된 것이다. 음향의 분위기 라는 것이 얼핏 들으면 포근하고 부드러워 좋을듯 하지만 긴 시간 들으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고 우선 현장감있는 정확한 음상이 손상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프레싱 LP를 어설픈 시스템으로 재생을 하면 딱딱하고 경직된 음향이 나오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잘 조정되고 세팅된 독일 프로 장비를 쓰면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는 것이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빌헬름 박하우스-한스 슈미트 이써르슈테트-비엔나필하모닉 오케스트라(3LP 전집) TELDEC(TELEFUNKEN-DECCA Press)

라이선스반으로 30년 가까이 소장하며 들어오던 애청반이 있었는데 마침내 데카 독일프레싱 오리지널을 구하게 됐다.

기쁘다. 데카 레이블을 독일 프레싱으로 구하기란 쉽지가 않은거니까. 

 

 

베토벤 교향곡 전집: 프란츠 콘비츠니-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6LP)

나는 요즈음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리카르도 샤이와 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오트마르 스위트너에 쏙 빠져 살다 보니.... 

 

 

이 무지치 - 안토니오 비발디 25 협주곡(5 LP)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작품 9_No.1~4 사계(로베르또 미겔루치 바이올린) 

바이올린, 현과 콘티누오를 위한 5개의 협주곡 작품 8_E flat, C, B flat(펠릭스 아요 바이올린), E minor(로베르토 미겔루치 바이올린), E(피나 카르미렐리 바이올린)

조화의 영감 작품 3_4개의 바이올린 오블리가토를 위한 협주곡_No.3, 6, 9, 12(로베르토 미겔루치 바이올린)

라 스트라바간짜 작품 4_바이올린과 현, 콘티누오를 위한 6개의 협주곡(펠릭스 아요 바이올린/엔쵸 알토벨리 첼로 오블리가토)

바이올린과 현, 콘티누오를 위한 6개의 협주곡 작품 7_(마이라 테레사 가라티 오르간/하프시코드)  

 

 

늘 강한 색채를 뿌려대는 음반이다.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 위에서 거칠고 차가운 외침이 난무하는, 힘차고 씩씩한 기상을 뽐내듯 러시아만의 강렬함이 살아 움직이는 곡들이다. 10인치 반으로 이 디자인의 자켓으로는 처음이다. 

  

도이치그라모폰반 가운데 최고로 치는 라지튤립(큰튤립) 음반이다. 

 

카르미나 부라나(음유시인)는 일찌기 오이겐 요훔의 연주에 귀가 단련이 된 상태라 여간해서는 다른 연주가 익숙해지지 않았다.

케겔 연주로는 처음인데 나름대로 독특하고 요훔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이다. 깊고 어두운 분위기로 거침없이 몰아가는 요훔에 견주면 케겔은 여유가 있다. 그 여유가 때로는 악상의 단절감을 주기는 하지만 이 현상을 음악적 단절로 보기엔 또 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들어볼 예정이다.

헤르베르트 케겔-라이프치히 방송 교향악단과 합창단 & 어린이 합창단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 & 2 번-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키릴 콘드라신

정말 잘 구한 판이다. 연주가 최고인데다 드문 독일프레싱의 필립스이기 때문이다. 

 

  

프란스 브뤼헨의 바로크 리코더 1집

안토니오 비발디 리코더와 현과 바쏘콘티누오를 위한 협주곡 c단조_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빈 콘센투스 무지쿠스

아르칸젤로 코렐리 리코더와 바쏘콘티누오를 위한 라-폴리아 주제 변주곡_안너 빌스마 첼로/구스타프 레온하르트 쳄발로

앤소니 홀보른 댄스와 에어_브뤼헨 콘서토/프란스 브뤼헨 지휘

얀 자코브 반 아이크 리코더 변주곡 "Doen Daphne d'over schoone maeght"

잔 밥티스트 로일렛 리코더와 바쏘콘티누오를 위한 소나타 c단조_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감바/구스타프 레온하르트 쳄발로

 

 

위에 소개한 판과 같은 연주인데 네덜란드 오리지널 프레싱이다.

 

 

쇼팽 피아노협주곡 1 & 2번_상숑 프랑소와/루이 프레모-몬테카를로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명연주 음반이다. 프랑소와의 연주는 다분히 프랑스적인 에스프리가 돋보이는 연주에 속 빠져들고 마는 독보적인 쇼팽 스페셜리스트이다.

 

특히 이 판은 프랑스의 빠떼-마르코니 판인데 특이한 독일프레싱으로 애착이 가는 음반이다.

 

플룻과 기타를 위한 우아한 음악_마우로 줄리아니/안톤 디아벨리_파울 메이슨 플룻/레인베르트 에버스 기타

 

이 음반은 국내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레이블이다.

DABRINGHAUS UND GRIMM-줄여서 DG라고 한다. 마이너 콜렉터들에겐 널리 알려져 있는 레이블이다. 녹음도 매우 좋다.

 

죽기 10년 전 쯤인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명인의 연주를 두 번째 접했다.

기타는 음량이 작기도 하지만 예페스 자신이 소음에 민감한 편이라 콘서트에서는 청중들의 작은 기침소리에도 연주를 거부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울산 콘서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종이 울리고 난 후 예페스가 무대에 천천히 걸어나와 자리에 앉아 연주를 시작하려는 찰나였는데 먼 뒷좌석에서 아이의 기침소리가 났다. 예페스는 연주하려던 동작을 멈추더니 다시 자세를 다시 가다듬고는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다음 무대에선가 이번엔 그런 소음이 몇 차례 들리자 횡하니 기타를 들고 퇴장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내가 그 소음을 일으킨 장본인인 것 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몹시 부끄럽고 당황이 되었는데 그 때는 마치 내가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사람인 걸로 착각이 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 당황스러움은 예페스 자신의 오래된 LP 열 댓장이 거장의 눈 앞에 펼쳐짐으로써 환한 웃음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는 연주가 끝나자 마자 가지고 왔던 예페스 음반을 모조리 들고 무대 뒤로 예페스를 찾아가 음반을 내보였던 것이다. 자신의 음반들을 본 거장은 입가에 희색을 띄며 음반 하나하나에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 때 이 거장과 기념사진도 찍는 영광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사진은 같이 갔던 사진 전문가 종욱씨가 찍어줬다. 

예페스 콘서트 첫 번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였다. 음악회장으로서는 너무 큰, 그렇기 때문에 음향적인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홀에서, 딴 악기도 아닌 음량이 작디 작은 클래식기타 연주를 들었다. 하지만 음량에 대한 염려는 싹 거둬들인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청중의 60~70%는 중고~대학생들이었는데 마치 훈련이나 받은 듯 고개 조차 돌리는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정숙을 유지했다. 콘서트 에치켓도 깎듯했다. 덕분에 내 좌석이 이층이라 예페스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먼 위치인데도 섬세하고 가냘픈 기타 음악에 마음껏 심취할 수가 있었다.

 

  

오래도록 애청하는 음반이다.

처음엔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독일프레싱의 같은 음반을 구해 듣고있다.

너무 좋아하는 판은 두 개든 세 개든 있으면 사두는 편이다.

 

 

기타리스트 가운데 유일하게 손가락 스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페페 로메로 연주반이다.

스페인의 유명한 기타 사중주단인 로스 로메로스의 창립자인 아버지 셀레도니오 로메로의 둘째 아들이다.

물론 가장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예술적 깊이가 조금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기타연주의 테크닉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삭 알베니스의 아스투리아스(전설)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