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9. 11:29ㆍ참살이
그 친구 나름으론 다급했나 보다.
오후 2시쯤 전화가 왔다.
오후에 두 시간 반 정도 차가 필요하다는..
나는 여느때와 같이 내가 운전해서 같이 다녀온다는 예기로 알았다.
이른저녁 6시 반에 시내에 약속이 있다는 전화를 재차 받았다.
나는 목공 작업을 재빨리 마무리한 후 샤워를 5분만에 끝내고 그 친구 집으로 출동했다.
집에 도착하니 양복을 차려입은 그 친구는 다짜고짜 차 키를 달라고 한다.
워낙 다급한 표정에 열쇠뭉치에서 집 열쇠를 빼 낼 여유조차 없었다.
차 운전 방법을 몇 가지 묻더니 8시 안에 올거라면서 횅~하니 시내쪽으로 가버린다.
졸지에 멍해졌다.
집 열쇠를 매단채 내 차를 타고 달아나 버렸는데...
멍해진 까닭은 다른데 있었다.
어디든 밥을 먹으러 가야했던 것이다.
작업하느라 아침과 점심을 대충 때웠으니 밥 생각이 오죽 간절했으리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밥 빌어먹을 수 있는 초당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이러쿵저러쿵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사모님의 정성어린 저녁상을 제공받았다.
머위 잎을 따서 초장과 함께....
맛있는 법을 다 먹을 즈음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내인데 족발 사갖고 간다고....
그래서 그 날 저녁은 맥주와 함께 명품 족발까지 배 터지게 잘 먹었다.
정말로 좋은 일로만 다사다난했던 하루였다.
사진들은...
초당님 댁에 올라가면서 보리밭을 걸었다.
걷다 보니 할미꽃이며 두릅나무와 어우러진 시골의 고즈녁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너무 좋은...그 어느 것과 바꿀 수 없는 시골 풍경이다.
그 것도 파릇파릇 봄과 여름이 함께하는 보배로운 계절에....
초당님 목공 작업실 만들기 홀로하는 모습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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