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딱 두 대 모시기 힘든 포르테피아노

2009. 6. 3. 19:37오디오&AV

[중앙일보 김호정]  '포르테피아노(fortepiano·사진)'의 섬세한 소리를 듣는 일이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포르테피아노는 19세기 이전 고(古)악기로 현대 피아노보다 현이 가늘고 음역이 좁다. 이처럼 발전이 덜 된 악기가 거꾸로 사랑을 받는 현상이 바로 '원전(原典) 연주'의 유행 때문. 울림이 크고 웅장한 현대 악기보다 민첩하고 섬세한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가가 부쩍 늘었다.

게리 쿠퍼(41)는 옛 건반악기 연주에서 확고한 위치에 오른 영국 피아니스트다. 포르테피아노는 물론 하프시코드 등 피아노의 '조상(祖上)'을 연주하며 런던 위그모어 홀과 '스피탈필즈 페스티벌'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때문에 이달 그의 내한 소식은 특별한 건반 음색을 기다리던 팬에게 희소식이었다.

연주 곡목도 관심을 끌었다.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41)와 함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가 듣던 소리 그대로 바이올린 소나타를 재현하는 프로젝트로, 이 두 연주자는 소나타를 연속 녹음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음반은 28곡을 담은 6장. 애호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디아파종 황금상' '그라모폰 에디터 초이스' 등 명반에 주는 음반상을 탄 앨범이다.

◆실패한 포르테피아노 모시기=하지만 23일 한국 연주에서는 포르테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빈체로'는 “국내에 두 대뿐인 포르테피아노를 무대에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음악대학 교수 2명이 각각 가지고 있는 두 대의 악기 중 쿠퍼가 연주하려했던 것은 1795년산. 변덕이 심했던 최근 날씨 탓에 악기 줄이 끊어졌고, 국내에서 보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한 대는 보관·이동 조건이 까다로워 아예 빌릴 엄두를 못냈다.

그 때문에 이번 무대에서는 포르테피아노 대신 하프시코드를 사용한다. 포르테피아노보다 2~3세기 앞선 시대의 악기인 하프시코드는 줄을 때리는 대신 뜯어서 챙챙거리는 소리를 낸다. 지난 5년동안 바로크 바이올린과 포르테피아노로 호흡을 맞췄던 포저·쿠퍼 듀오는 한국에서만 하프시코드를 쓰기로 했다. 바로크 시대 음악을 연주할 때 많이 쓰이는 하프시코드는 공연장인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최근 구입해 갖춰놓은 상황. 개인 소장품뿐인 포르테피아노에 비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악기다. 결국 한국 청중이 포르테피아노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뒤로 미뤄지게 됐다.

 

출처/원문 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5&aid=0002012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