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물놀이 세계화 도운 오수잔나

2009. 1. 12. 20:52오디오&AV

"사물놀이는 초기 한류에 큰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1981년 세실극장에서 처음 본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 선생의 사물놀이 공연은 제 마음에 혁명을 일으켰어요. 공연이 끝난 뒤 김용배(1986년 작고) 선생에게 다음 공연은 언제 하느냐고 용기를 내 물었지요"

미국 출신인 벽안의 오수잔나(50) 씨는 사물놀이 원년 멤버들과 이렇게 인연을 맺어 1994년까지 13년 간 이들의 해외 공연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현재 대성그룹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 중 '내 인생을 바꾼 사물놀이'를 주제로 한 좌담회에 참가한다.

심포지엄에 앞서 만난 그녀는 유창한 한국말로 사물놀이와의 인연을 들려줬다.

평화봉사단 근무를 마치고 대학의 언어 프로그램에 등록한 그녀는 한국문화를 보여주겠다는 강사의 안내로 사물놀이 공연을 처음 봤다고 한다.




"당시 사물놀이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였어요. 남사당패나 농악단에 있던 아버지 등의 영향을 받은 멤버들이 각 지방의 '베스트 리듬'을 모았으니까요"

이후 사물놀이팀 사무실에 출근하다시피했고 우연히 해외에서 온 공연 요청 서류를 본뒤 답장 작성에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사물놀이 가족'이 됐다.

"유럽 공연을 위해 식당과 숙소를 알아보고 때로는 해외에 한달 이상 멤버들과 함께 있었죠. 절정기의 그들을 옆에서 지켜본 것은 저의 소중한 추억입니다"

그녀는 "함께 있으면서 속상한 일도 많고 울기도 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질감을 전혀 느낄수 없을 정도로 결속력이 강했다"고 돌아봤다.

1980-1990년대 초반까지 이뤄진 해외 사물놀이 공연에 대해 "공연 후 항상 워크숍을 열어 외국인들에게 사물놀이를 소개했고 이것을 계기로 한국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사물놀이는 분명 초기 한류에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사물놀이의 발전 방안을 묻자 "비틀스의 노래를 원곡 그대로만 부르면 이상하지 않느냐"고 되물은뒤 "전통과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색깔과 가락을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악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가락만 알고 동작이나 춤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가락과 동작이 분리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물놀이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과 기획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비중있는 해외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에서 쇼케이스를 갖고 이런 자리에는 반드시 명성 있는 평론가를 초청해 대중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국악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공연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지난해 부여에서 열린 '세계 사물놀이 대축제' 심사위원으로도 참가한 그녀는 "제가 계속 한국에 머무는 이유는 사물놀이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오수잔나 씨 외에 한국의 전통음악을 연구하는 키스 하워드 런던대 교수, 사물놀이와 인연을 맺고 하버드대 민족음악 박사과정에 있는 캐서린 인영 리 씨 등이 참가한다.

jsk@yna.co.kr

출처/원문 보기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26&newsid=20090108074307188&p=yonh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