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감 풍부한 마르케비치의 세헤라자데

2008. 12. 1. 21:58연주가

오늘 밤, 맑디 맑고 눈부신 했살을 내리 쪼이며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세헤라자데를 들었다.

 

 

 

 

 

 

각 악장에서 금관악기가 내뿜는 힘찬 음향은 이 유러딘 혼을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곡중 금관이 연주 되는 부분에서는 유러딘 혼이 마치 진짜 악기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오케스트라  악기 구성:

피콜로, 플룻 2, 오보 2(또는 잉글리시호른 1),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렘펫 2,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작은북, 큰북, 탬버린, 심벌즈, 트라이앵글, 탐탐, 현악 5부.

 

곡 해설:

 

-1악장  바다와 신밧드의 배

 

유니즌으로 장중하고 위협적인 샤리알 왕의 분위기를 표현한 주제가 등장하고 가냘프고 아름다운 세헤라자데의 주제가 독주 바이올린 선율로 레치타티브풍으로 연주된다. 이 부분이 매일 밤 왕비가 "아 은혜로우신 임금님, 제가 들어온 바로는..."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부분을 묘사한 선율이다. 하지만 왕은 왕비를 죽이기 위해 이야기를 중지시키려 하지만 어느새 넘실거리는 파도 속에 요동치는 신밧드의 배가 등장하고 그 사이로 왕의 조급함을 나타내는 왕의 주제가 나온다. 이야기는 플룻의 가벼운 선율로 이어지고 다시 세헤라자데의 바이올린 선율이 나타나면서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다. 금관악기의 포효로 파도는 점점 높아졌다가 가라 않으며 신밧드의 배의 주제인 클라리넷은 오보와 풀룻의 선율로 이어진다. 세헤라자데의 주제인 바이올린이 클라리넷과 비올라와 함께 등장하고는 다시 고조되는 파도의 모습으로 전개 된다. 최고조에 달했던 파도는 서서히 가라앉으며 왕과 세헤라자데의 주제도 조용한 앙상블로 끝을 맺는다. "...이 때 세헤라자데는 아침 햇살이 퍼지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다물었다."고 말하며 왕이 이야기를 계속 해달라고 재촉하지만 그 날 이야기를 끝낸다.

 

-2악장  카란달 왕자 이야기

 

카란달은 떠돌아다니는 탁발승인데 아라비안나이트에서는 이러한 탁발승이 자주 등장한다.

1악장과는 조금 다른 세헤라자데의 바이올린 선율이 카덴짜와 함께 나타고, 이어서 경쾌하고 환상곡풍의 카란달 주제가 바순 연주로 나타난다. 다른 악기들이 연이어 연주하며 활기를 띠다가 첼로에 이르러 차분해지며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속 조용한 연주가 흐르고, 하프 선율이 등장하면 대단히 거친 폭풍우를 표현하는 알레그로 몰토로 휘감는다. 주제가 발전하면서 최고조에 도달한다. 다시 카란달의 주제가 등장하고 클라리넷의 즉흥연주가 세 번 반복 된다.

음악은 다시 스케르잔도로 바뀌면서 모든 주제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스케르초로 발전한다. 박자가 바뀌면서 트램펫을 필두로 행진곡풍으로 흐르다가 재현부에서 여러 목관악기들의 연주와 함께 나타난 후 첫 카란달 주제가 목관과 현에 의해 나타나며 코다로 치닫게 된다.

 

-3악장  왕자와 왕녀

 

두도막 형식의 로만짜로 교향곡에서 서정적인 악장을 대신하고 있다.

슬픈 느낌을 가지고 사랑을 호소하는 듯한 동양풍의 선율이 등장하고, 세헤라자데의 주제가 잠시 나타난다. 첫 번째 주제는 목관과 첼로로 서서히 뚜렸해지면서 발전하며 클라리넷의 반음계 마디를 지나 완결된다. 템포가 빨라지면서 탬버린의 가벼운 리듬을 타고 클라리넷이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는 1주제와 비슷하며 첫 번째 주제는 왕자의 주제라면 이 주제는 왕녀의 주제라 할 수 있고 이들이 서로 사랑에 호응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러 목관과 바이올린의 가세로 주제의 발전과 다채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이 나타나며 마지막에는 금관의 다이나믹한 음향이 쏟아진다. 이어서 1주제가 다시 연주되며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템포로 제시 되는 파도, 그 외 여러 동기들이 뒤섞여 연주되고, 바이올린 카덴짜로 세헤라자데의 주제가 짧게 연주된다. 이 카덴짜는 너울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흥미롭다. 이후 1주제가 밝고 힘차게 발전되면서 사랑의 승리를 나타내고 2주제도 다시 나타나 점차 안정되면서 바이올린 독주로 조용히 마무리를 한다.

 

-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청동기사 바위에서의 난파

 

신밧드의 모험만큼이나 잘 알려진 이야기로써 원작 소설 9일째 밤에서 18일째 까지 이어지는 '짐꾼과 여인들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것이다.

바다에 청동으로 만든 기사상이 서있는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섬은 자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근처를 지나는 배들은 모두 이 바위로 끌러 들어가서 난파를 당한다는 줄거리이다.

1악장에서 바다를 나타내는 동기가 등장하지만 이내 세헤라자데의 주제가 등장하여 바다의 동기는 중단된다. 다시 타악과 금관을 동반한 변형된 선율로 힘을 더한다. 세헤라자데의 주제가 카던짜로 연주된 다음 바그다드의 축제 풍경으로 들어간다. 축제 풍경은 비올라의 리듬에 풀룻이 더한 주제로 나타난다. 주제는 점차 활발하고 탄탄해자면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게 되는데, 춤의 리듬과 동기가 등장하고 점차 변형되면서 발전이 이루어지고 나면 3악장의 2주제를 연주한다. 점차 발전되며, 다시 축제의 주제가 재현되고 전개된다. 3악장의 2주제가 잠시 고개를 내밀고 나면 리듬이 바뀌는 경과부를 지나 파도의 동기가 펼쳐진다. 금관악기들이 가세하여 폭풍우로 거친 바다를 그려내고, 고조의 화려한 관현악이 코다를 향해 치닫음을 예감케 한다. 이내 조용히 가라앉은 다음 세헤라자데의 아름다운 주제가 독주 바이올린으로 연주 되고 낮은 현악이 잔잔해지고 있는 바다의 일렁임을 표현하고, 이윽고 목관의 앙상블로 세헤라자데의 기나긴 밤이 끝을 맺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