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6. 07:40ㆍ내 이야기
아버지 팔순 생신 날
2007년 1월 14일(일요일)
내 생애 최고로 행복한 날이었다.
주인공인 아버지께서 너무 행복해하시는 모습이다. 내가 기분이 어떠시냐고 여쭈어 봐도 마냥 좋으시단다.
처남, 동생, 손자, 손녀들 할 것 없이 100% 다 오셨다. 살기 바쁜 요즈음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집안 경조사도 아닌, 그냥 아버지 생신날 얼굴 뵙자는데... 대구에서 큰삼촌과 큰숙모, 정희삼촌과 숙모, 홍이, 작은삼촌과 작은숙모, 서울에서 큰이모와 사촌동생, 작은이모와 이모부, 성주 고향에서 큰고모와 작은고모, 울산에서 두 딸, 부산에서 누나와 조카, 기장에서 여동생, 다대포에서 막내동생과 제수씨 그리고 우리식구 모두 해서 서른한 명이다.
현대호텔 뷔페 요금으로 68만5천6백원 들었다.
그날 돈은 모두 백만 원 정도 든 것 같다.
정말 얼마 안 들었다.
처음 생신 계획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만해도 일을 너무 크게 벌인다고 말리셨다. 나도 솔직히 너무 크게 벌여서 오히려 어른들께 억지춘향 만드는 꼴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한, 두 군데 통화를 하면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전화로 이렇게 말씀 드렸다.
“칠순에도 그럴듯한 잔치 없이 지나갔었고, 아버지 연세가 팔십이니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건강하실지 모를 일이고, 그렇다고 거창하게 잔치 벌이자는 것은 아니고... 해서 이번 기회에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모두 얼굴 한 번 볼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는 내 설명에 어찌 그리도 한결같이 “그러면 가야지”, “그래 기일이 니 말이 맞다", "좋고말고”하시면서 다들 오시겠단다.
그 날 회사 앞에 있는 현대호텔 뷔페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간단한 생신 축하 파티도 열었다. 모든 형제, 자매가 모인 꿈같은 자리에서 불러보는 생신축하 노랫소리! 그 행복하고 가슴 벅찬 행복감을 어떻게 글로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회사 구경이다.
승용차 석대와 스타렉스 한대로 줄지어 방문코스를 돌았다. 중간 중간에 내려서 사진도 찍었다. 마침 진수 전에 물이 찬 도크를 배경으로 찰칵!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프로펠러 앞에서 찰칵! 곱디고운 잔디가 융단 깔아 놓은 듯한 영빈관에선 한참동안 산책도 하고, 애들은 물 만 난 고기처럼 이리저리 뛰고 뒹굴었다. 병렬작업중인 골리앗 크레인을 배경으로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고, 주변이 절경인지라 바다를 배경으로 여기저기 삼삼오오 사진 찍느라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상윤이가 잠시 쉴 틈이 없다. 참고로, 그 날 찍은 사진들은 모두 작품이었다.
반구동 집으로 가다.
열 평짜리 공간과 홈씨어터 시스템이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하였다. 조카 태형이가 앨범을 스캐닝해서 준비한 아버지 어머니의 오래된 사진들... 모두 흑백사진이다.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사진, 도자기 표면처럼 금이 간 사진, 70년이 넘은 빛바랜 희미한 사진... 이 모두가 우리집 문화재이고 유산이다. 이런 사진들을 하나하나 100인치 화면에 비추었다. 자연스레 모든 시선이 집중 되었고, 사진에 얽힌 옛 추억을 되살리면서 웃고 떠들며 풋풋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순수한 형제간의 사랑과 친밀감을 만끽하는 둘도 없는 귀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하루를 그렇게 꿈같이 보냈다.
주인공인 아버지보다도 내 자신이 오히려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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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만드는 공장에 다닌다. 울산 현대중공업이다. 세계제일이란다!
* 기일 : 내 어릴적 이름이었다. '박기일' 친척 어른들은 아직도 나를 '기일'이라고 부른다.
** 상윤이는 서울 큰이모 아들이다.
나에게는 외사촌 동생. 큰물에서 노는 놈 ^^
서울 바닥에서 내로라하는 홈시어터&디카 전문가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병렬작업 : 크레인 한 대가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가 450톤, 선박 엔진 무게는 보통 800~900톤이니까
크레인 두 대를 붙여 동시에 들어올리는 작업을 말한다.
지금은 1600톤짜리 세계 최대의 골리앗크레인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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