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운대 일몰을 품고 12/8
2021. 12. 12. 17:48ㆍLP & CD
몰운대 일몰을 품고...
어젯밤에 연거푸 마신 황차 탓인지 눈이 빨리 떠졌다.
다른 볼 일 보느라 조금 늦게 도착한 몰운대 성당. 해는 거의 산을 넘기 직전이었고, 오는 도중에도 곳곳에 강 너머 산등성이 곡선과 불그스레한 황혼의 빛깔이 은은해서 차를 세우고 감상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꼈다.
집에서 챙겨온 먹을거리와 신부님께서 늘 즐기는 차를 우려 마시며 감상을 시작했다.
파울 클레츠키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연주, 1958년 콜롬비아 SAX2345, 말러 4번.
연도에 비해 아주 좋은 음질과 클레츠키 특유의 로맨틱한 색채감 돋보이는 연주다. 첫 도입부 썰매 방울의 경쾌하지만 야릇한 울림과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가 겹쳐지는 나만의 서정이 솟아난다.
오토 클렘페러 필하모니아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역시 첫 감상이다. 1964년 영국 콜롬비아 SAX2537, 초판본이다. 뮌시 것이 워낙 유명한 탓에 옆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지만 클렘페러는 또 다른 영역을 긋고 있었다. 독일적인 철학과 이지적 개념의 '환상'이었다. 철학적 또는 진중한 괴기와 공포스러움이라면 엉뚱한가?
푸르트벵글러의 차이콥스키 '비창'을 입문했다. 1938년에 녹음된 독일 일렉트롤라 음반 1971년 발매 COLH21.
38년 녹음인데 놀라운 음질이다. 첫 악장 흐름에서 므라빈스키의 해석이 이 푸르트벵글러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푸르트벵글러 특유의 담대하고 거대한 흐름은 독보적일 수밖에...
푸르트벵글러를 '규명'하기 위해 므라빈스키를 들었다. 1956년판 DG LPM18334, 이 음반이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 므라빈스키가 레닌그라드 필을 이끌고 서방세계에 첫 선을 보일 때 녹음된 음반이 우리가 흔히 듣고 있는 그 음반이었는데, 이전에 DG 음반이라... 놀랍고 반가웠다.
연주는 역시나 므라빈스키다. 푸르트벵글러의 거대한 물결이 담대한 흐름을 이루는데 비해서 므라빈스키는 느리고 아름답게 노래하며 급격하고 질주하는 경악을 선사해 준다. 56년 모노 음반, 너무 좋다.
만들어 간 펜듈럼에 관심이 갈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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