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짜리 에이징- 5/3

2021. 5. 9. 00:25오디오&AV

석 달짜리 에이징.

2005년 전후의 일입니다.

서울 삼촌으로부터 독일 진공관 테스터 기기를 구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는 바로 제 시스템에 꽂혀있던 진공관 24개를 뽑아서 서울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수치를 체크하여 진공관 몸통에다 네임팬으로 기록해서 가져왔습니다.

그 진공관들은 애초 앰프에 꽂혀있는 그대로를 팩스상으로 "Working Condition"이라는 문구 확인만으로 수입했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수치 확인은 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독일에서 보내온 앰프들을 그대로 독일 방송기술 자료와 회로도에 따라 어설픈 제가 납땜하고 배선해서 그때까지 사용해왔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워낙 대단한 성능을 가진 시스템이라 나름 좋은 소리를 내주고 있긴 했지만 그간 찜찜했던 진공관을 매칭 페어로 재 구성할 기회가 온 것이었죠.

저는 서울에서 돌아온 즉시 각 진공관을 밸런스에 맞춰서 꽂아주고 전원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웬걸, 음향이 중심이 잡히질 않고 혼란스럽습니다. 차분하지가 않고 정리가 안된 소리입니다.

그렇지, 에이징 과정을 거쳐야 제소리가 날 것인데 내가 너무 급했어...

그러던 중 독일 오디오 마니아인 남해 친구가 오디오를 들으러 왔습니다.

그 친구의 방문은 나와 같은 앰프를 구입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소리는 여전히 별로입니다. 제가 설명을 했습니다. 얼마간의 에이징 과정을 거쳐야 좋은 소리가 날 것이라고...

그렇지만 사람이란 말보다는 현재 직접 들리는 현상에 믿음이 가는 법이지요.

밥같이 먹고 친구는 떠났고, 이후 한 번도 저희 집에 온 적이 없었고, 얼마 후 다른 기기를 구입했다는 후문을 들었지요.

친구가 다녀간 뒤 오디오가 급격히 틀이 잡히면서 초점이 맞아들어가는 것을 느낀 것은 두어 달 이후였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정돈된 소리가 났습니다. 천상의 소리라 하는 독일 스튜디오 진공관 시스템의 진가를 비로소 실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다녀온 3개월 후의 일이었습니다.
석 달짜리 에이징이었던 것입니다.

2021.5.2.

#음악이있는집 #andiemusik #독일스튜디오진공관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