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2013. 6. 6. 17:44책 & 영화

 로버트 스키델스키 |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지은이) | 김병화 (옮긴이) | 박종현 (감수)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10권. 이 책은 '끝없는 욕구'에 대한 반론이다.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우리의 가치관에 대한 체계적이고 역사적인 고찰인 동시에 우리가 꿈꾸어야 할 가치 있는 삶의 모습에 대한 매력적인 청사진이다.

케인스는 1930년에 발표한 <우리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에서 경제 성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당 15시간만 일하는 세상이 100년 후면 도래하리라고 전망했다. 80여년이 지난 오늘날 성장에 관한 그의 전망은 놀랄 정도로 정확하게 이루어졌지만 좋은 삶은 가뭇없이 멀기만 하다. 경제사학자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아들인 철학자 에드워드 스키델스키는 철학과 역사, 경제학의 전망을 한데 합쳐 그 원인을 추적한다.(서문, 1장)

저자들은 악마와 계약을 맺은 대가로 상상도 못한 힘을 얻은 파우스트 전설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읽는다. 풍요를 위해 채택한 자본주의가 심어 놓은 습관 때문에 우리는 풍요로울수록 좋은 삶을 즐길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음을 논증하고(2장), 좋은 삶의 요건을 찾아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철학과 종교, 역사의 풍부한 지혜의 창고를 뒤지고(3장), 성장 지상주의를 논박하며 나온 행복 경제학과 환경주의의 최근 성과와 한계까지 치밀하게 검토하여(4장, 5장) 좋은 삶을 위한 기본재인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라는 개념을 끌어낸다.(6장)

경제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이러한 기본재를 보장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리 세대의 목표를 변경해야만 파우스트와의 악마적 계약을 끊고 무한 경쟁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담대한 제안과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 대안들까지 충실히 제시(7장)함으로써, 이 책은 우리 세대가 질문조차 잊고 포기할 뻔한, 좋은 삶을 향한 '인류의 오래된 미래 기획'을 적극적으로 되살린다.

 

 

P.30-31 : 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 때만 행동할 마음이 생긴다는 선천적인 게으름뱅이로서의 인간상은 근대 특유의 것이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하려면 당근이든 채찍이든 자극이 있어야 하는 노새 같은 일짐승이라고 본다. 근대 경제학 이론의 개척자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William Stanley Jevons는 인간의 문제가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큰 만족을 충족"하려는 것이라고 보았다. 고대에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없었다. 아테네와 로마에는 경제적으로 생산성이 낮더라도 정치, 전쟁, 철학, 문학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왕성한 시민들이 있었다. 왜 그러한 시민을 우리의 지침으로 삼지 않고 일만 하는 당나귀를 지침으로 삼는가.
P.36 : 앞으로 나올 이야기는 좋은 삶을 이루는 물질적 조건이 적어도 세계의 부유한 지역에서는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다만 맹목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좋은 삶은 계속 다른 것들에 밀려나 버린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책이나 다른 공동의 행동 양식의 목표는 건강, 존중, 우정, 여가 등 삶의 좋은 것들을 모든 사람이 쉽게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경제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경제 성장은 목표로 삼아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여분의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P.71 : 케인스는 사회적으로 발생한 끝없는 욕구의 망령을 지적했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 그의 에세이 나머지 부분은 필요라는 것이 모두 절대적이라는 가정 위에서 전개된다. 왜 그렇게 했을까? 상대적 필요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가계 소비의 대부분이 식비와 주거비, 의류와 난방 등의 항목에 들어가던 시대였다. 경쟁적 소비에 드는 돈은 전체로 보면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날 그러한 사정은 뒤집어졌다. 빈민층조차 가계 소비의 큰 부분이, 아무리 보아도 물질적으로는 꼭 필요하지 않지만 지위를 유지하는 용도라는 항목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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