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건스’에 밀려나는 홍대 명물 ‘레코드포럼’

2012. 5. 15. 15:22LP & CD

 

홍대앞 문화 상징 ‘레코드포럼’ 문닫는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수역에서 홍익대 정문 쪽으로 걷다 보면 삼거리를 만난다. 이곳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면 그곳엔 낡은 노란색 간판이 있다. ‘레코드 포럼’. 17년째 이곳을 지켜온, ‘홍대앞’ 문화 상징 중 하나인 작은 음반 가게다.

1995년 같은 이름의 재즈·클래식 잡지 창간과 함께 문을 연 레코드 포럼은 재즈·클래식·월드뮤직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음반을 파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2000년대 초반 잡지는 폐간됐지만, 잡지 발행인이던 표진영(50)씨는 음반 가게를 계속 운영해왔다. 2000년대 들어 이 지역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서도, 단독주택 차고를 가게 자리로 내준 주인의 배려로 비교적 적은 임대료를 내며 버텨왔다.

 

레코드 포럼에선 요즘 음반 값을 50~70% 깎아서 파는 ‘작별 세일’을 하고 있다. 오는 17일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 주인이 건물을 허물게 됐다며 자리를 비워줄 것을 통보한 것은 이달 초다. 이 자리에는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베니건스 쪽은 이 땅을 장기 임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홍대앞에서 30여년 동안 영업해오던 명물 빵집 ‘리치몬드 과자점’도 이달 초 건물주 요구로 문을 닫은 이후 그 자리에 롯데그룹 계열사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가 들어섰다.(▷ 홍대 명물 ‘리치몬드 제과점’ 폐점)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미녀정신과의사’(@mind_mansion)는 “레코드 포럼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거나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지금 나오는 노래 주세요’ 해서 사온 음반이 넉 장인데…. ㅠ ㅠ”라고 안타까워했다.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씨는 “거대 상업자본에 밀려 지역문화가 깃든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홍대앞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이제는 지역문화와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표씨는 “옮겨갈 곳도 막막하고 해서 이참에 가게를 접으려고 했는데, 소문을 들은 단골손님들이 ‘그러면 안된다’고 만류해 마음을 고쳐먹었다”며 “홍대앞 중심가를 벗어나 외곽에라도 가게를 다시 여는 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만 20년 가까이 있었는데…. 나중에 여길 지날 때 생각이 좀 나겠죠.” 삼거리를 지나며 노란 간판과 거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떠올리는 이가 비단 표씨만은 아닐 것 같다.

 

출처/원문 보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3277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