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3. 07:59ㆍ축제&여행
제주도에 살다 보면 많은 사람이 물어보는 것이 있다. 바로 맛있는 집을 알려달라는 질문이다. 솔직히 제주에 내려온 이유가, 귀촌으로 내 손으로 텃밭 일구고 살면서 여기에서 나오는 채소를 먹으려는 사람이 무슨 돈이 있어서 맛집을 찾아다녔겠는가? 오히려 육지에서 제주도로 관광 오는 사람이 더 맛집을 잘 알고, 그 맛의 평가 또한 냉정한 편이다.
제주도에 살면서 그래도 지인들이 오면 한 번씩 가줘야 하는 코스 중의 하나가 유명한 맛집들이라 어쩔 수 없이 들렸지만, 내심 맛집이라고 내세우기가 참 모호하다. 맛집 블로거도 아니고, 리뷰하나 쓰려고 해도 입에 발린 소릴 절대 하기 싫은 사람이라 어떻게 맛집 이야기를 해볼까 하다가 그냥 맛집에 대한 내 생각을 누가 욕하든 악플을 달든 해보고 싶었다.
맛집 이야기 한번 써보려고 없는 살림에 몇 군데 맛집이라고 하는 곳도 가봤다.그리고 이웃 맛집 블로거들의 글을 꼼꼼하게 살펴도 보고,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서,제주도 맛집이 진짜 맛집인가?라는 지독히 주관적인 이야길 해보자.
만삭의 아내를 끌고 인천에서 14시간 배를 타고 제주항에 내려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 갈치국이었다. 그날 먹은 갈치국은 솔직히 서울에서 먹는 해장국과 비교하면 그리 내 입맛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내는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인지 맛있게 먹었고, 그 뒤로 서울에서 지인들이 오면 제주도 토속 음식이라고 대접하는 주메뉴가 되었다.
제주에는 제주도만의 음식들이 몇 가지 있다. 고기국수,갈치국,족탕 등이 있는데 여기에 덧붙여서 제주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말고기,사람들에게 유명한 제주 흑돼지도 있다. 문제는 이런저런 제주도 향토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주 재료는 맛있는데 가보면 음식에 조미료를 넣어버려, 싱싱한 제주도 주재료들과 음식을 망치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주도 지인 중의 몇 분은 갈치조림보다는 갈치구이를 일부러 시켜 먹는다. 갈치구이는 조미료가 아닌 단순히 소금간만을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육지 사람 입맛에는 생소한 맛이 있는데,이 맛이 관광객들 입맛에는 잘 맞지 않으니 조미료를 넣어 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맛의 평가는 누구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맛이 있다 없다를 평가하기는 늘 개인의 취향이 담겨 있지만, 그래도 음식에는 음식 자체의 맛이 있다고 본다. 특히 향토 음식이라고 한다면 그 지방의 음식 문화를 알려주는 맛의 색깔이 있어야 하는데,요즘은 서울에서 사 먹는 음식이나 제주도 토속음식이나 조미료 맛으로 한결같은 통일감이 생기고 있다.
당장 입맛에는 맞지 않는 투박한 음식이라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찾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지금 손님에게 한 그릇이라도 더 팔겠다고 조미료를 넣으면 굳이 제주도에 와서 먹을 이유가 없어진다.
어릴 적 할머님이 젓갈 하나에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저런 이상한 음식을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외쳤던 나지만,지금은 할머님이 고추 송송 썰어 넣고 양재기에 양념을 버무려 밥에 비벼주시던 그 맛이 너무나 그립다.
제주도 토속음식이라면 제주도에만 가서 먹을 수 있는 맛이 나야 한다.무늬만 토속음식이 아닌 맛이.
요새 제주도 맛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제주에 사는 사람이 가던 식당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필자도 맛집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제주 시내에 사는 이웃 블로거이다. 실제로 이웃블로거가 소개해주었던 식당은 맛도 좋았고 서비스도 좋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동네 단골식당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특성상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사업과 제주도민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 분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식당도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대단히 크고 넓으며 외곽에 있다. 그리고 메뉴와 입맛도 관광객에 맞추어 영업한다. 동네 식당은 단골 장사라 규모도 작고 테이블도 몇 개 안 되며 메뉴도 그리 많지 않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필자는 집에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 그 다음이 기사 식당처럼 단골이 많은 식당이다. 제주도 직장인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가는 조그만 식당들은 지역 입소문에 민감해서 항상 서비스와 음식맛이 좋다. 그래서 크고 화려한 식당보다 오히려 맛이 더 낫다고 생각을 한다.
제주도 맛집은 초기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제주도 사는 사람들이 가는 조그만 식당이 더 맛있다는 소문이 돌아 그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많다. 문제는 이런 식당들이 입소문을 타고 외지에서 손님들이 몰리면, 동네 장사하면서 보여주었던 맛과 친절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다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에 몇 명이 맛있다고 온라인에 글을 쓰면 사람들은 귀신같이 찾아내서 맛을 보고 또다시 평가한다. 그때 돈의 유혹에 밀려 단골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하려던 마음이 사라지고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맛집처럼 변하면, 사람들은 다시 골목 구석에 있는 식당으로 가기 마련이다.
제주도에서 동네 장사를 하면서 입소문 때문에 손님이 몰려도 딱 정해진 양만 파는 식당도 꽤 있다. 그들에게는 많은 손님을 받고 돈을 벌기보다는, 오랫동안 단골이 맛나게 먹는 모습을 더 좋아하는 사장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
제주사람들이 많이 간다고 소문난 맛집도 이제는 오히려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한다.
제주도 맛집을 성수기 때 가면 가관이다.우선 예약은 필수이고,가서 기다렸다가 앉자마자 음식이 초스피드로 나오고,후다닥 음식 먹고 빨리 일어서야 한다. 괜히 여유 있게 밥 먹는다고 천천히 먹으려고 하면,횟집 같은 경우에는 음식을 사정없이 테이블에 놓고 가버린다.
메인 요리는 순식간에 상에 올려놓는 민첩함을 보이면서 실제 필요한 음식이나 서비스를 요구하면 바빠서 종업원을 부를 틈도 주지 않는다. 빨리 먹고 나가야지 종업원의 눈치를 받지 않는다.
제주도에 오는 사람은 여행을 온 것이다. 여행은 일상의 생활에서 지친 몸을 풀어주는 휴식과 여유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직장생활보다 더 스피드하게 진행이 된다.
오랜만에 늙으신 부모님께 효도하자고 제주도까지 모시고 와서 맛난 음식을 대접하려고 식당에 앉아서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 을 피우기가 어렵다. 그저 먹고 후다닥 일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제주도 맛집에 가면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맛집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할 말이 없다. 필자는 음식의 맛은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먹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유 있게 맛집을 가려고 오후 5시경에 가면 그나마 넉넉하게 앉아 있을 수 있지만 6시가 넘으면 그나마도 힘들다.
결혼식 피로연도 아니고,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라면 맛집이 아닌 한끼 식사라고 불리어야 하지 않을까?
글을 쓰고보니 제주도 맛집이 나쁘다는 이야기만 한 느낌이지만, 제주도에는 제주도만의 맛과 멋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곳은 방송이나 신문,그리고 일부 블로거들의 못된 장난질에 놀아나는 맛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주도만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한다.
○ 제주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올레길에 관련된 먹거리
전국에 하나뿐,이게 바로 4천 원짜리 올레꾼 도시락
○ 제주도 사람이 먹는 진짜 제주도 토속 음식
여동생이 차려준 감동적인 제주도식 아침밥상
○ 제주 동문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시장통 먹거리
제주동문시장 할망빙떡,제주 향토음식 '빙떡'을 아시나요?
제주도 맛집을 검색하는 사람 대부분은 제주도로 여행을 올 사람이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볼거리,먹거리,잠자리다. 그중에서 맛난 음식을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그리고 친구와 함께 즐기면서 못다 한 정을 나누면 여행이 행복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 맛집으로 나온 검색결과를 너무 신뢰할 필요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내가 왜 어떤 목적으로 누구와 어떻게 맛집을 가려고 하는지 고민도 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만 따라 맛집을 가는 일을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주도에 오는 모든 사람이 한 끼의 밥이라도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송고되었던 글입니다. 지난번 기사로 송고하면서 비공개 되었던 글을 공개 발행합니다. 제주도에 살면서 맛집 전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무조건 맛집을 신뢰하는 풍토와 여행답지 않은 우리의 여행 문화를 비판하는 글입니다. 쓴소리를 받아들이고, 제주가 진정한 자연 유산과 더불어 관광 서비스까지 유네스코 수준으로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출처/원문 보기 : http://impeter.tistory.com/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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