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고 더 빠르게 … 크루즈에 차 싣고 제주로

2011. 1. 27. 07:49축제&여행

[중앙일보 이해석]

전남 장흥군 노력항을 출발해 서귀포시 성산항에 도착한 장흥해운 소속 오렌지호에서 승객과 차량들이 나오고 있다. 오렌지호는 장흥~성산 구간을 1시간50분에 운항한다. [서귀포=프리랜서 김영하]

지난 4일 전남 목포~제주 항로에서 운항을 시작한 스타크루즈호는 국내 항로를 다니는 여객선 중 최대 규모인 1만5089t급이다. 길이 186m, 폭 28m로 7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다. 배 내부엔 엘리베이터 에다 노래방·게임룸·안마실과 유명 제과점도 있다. 승객 1935명과 차량 520대(승용차 기준)를 한 번에 싣는다. 10일 목포에서 이 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한 한정석(43·대전시 유성구)씨는 "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면서 오다 보니 4시간20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를 오가는 뱃길 경쟁이 치열하다. 선사들이 여객선을 고급화하고 새 항로를 개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용객도 크게 늘었다. 10일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제주해양관리단에 따르면 지난해 육지와 연결된 6개 항로로 제주도를 찾은 여행객은 181만3258명으로 전년(148만1499명)보다 22% 증가했다.

 뱃길 경쟁은 장흥해운이 지난해 7월 전남 장흥군 노력항~서귀포시 성산항에 카페리를 취항하면서 시작됐다. 운항 거리(111㎞)가 짧고 선박 속도(40노트)가 빨라 장흥~성산 구간을 1시간50분에 주파한다. 이에 자극받은 씨월드고속훼리는 목포~제주 항로에 스타크루즈호를 투입한 데 이어 오는 10월부터 전남 해남(전라우수영)~제주에 초고속 카페리(1시간40분)를 띄운다.

국내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 중 가장 큰 스타크 루즈호의 레스토랑에서 여행 중인 가족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오종찬]

 심재경 제주해양관리단 선원해사팀장은 "올해도 경기도 평택과 경남 통영 등에서 제주로 오는 항로가 열려 해상 여행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에선 세창해운이 다음 달 3일 승객 700명과 차량 300대를 싣는 8500t급 카페리를 취항한다. 경남 통영~성산, 전남 강진군 마량~제주, 전북 군산시 비응도∼제주시 애월을 잇는 신규 항로도 추진되고 있다.

 배로 제주를 여행하면 시간은 더 걸리지만 비행기를 탈 때보다 교통비가 저렴하다. 광주~제주 항공요금은 공항이용료·유류할증료를 포함해 금~일요일에는 7만700원이다. 그러나 목포~제주 여객선의 일반실 요금은 2만7000원. 광주~목포항 교통비를 감안해도 항공 요금의 절반이면 된다. 서울·경기나 충청권에서 코레일과 선사의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면 KTX·여객선 요금을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용산역~목포역을 기차로, 목포항~제주항은 배로 가는 교통편을 4만97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김포~제주의 항공요금 10만57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선사들은 또 차량을 제주도로 운반하는 요금도 낮췄다. 장흥~성산 카페리는 중형 승용차 선적료로 4만8000원을 받고 있다. 카페리에 차를 싣고 오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제주도 렌터카 업체들은 울상이다. K사의 경우 24시간 7만5000원이던 중형차 대여 요금을 3만9000원으로 내렸다. 반면 카페리가 다니는 서귀포시 성산항 일대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성산항 부근의 음식점인 '정든집' 주인 최경섭(41)씨는 "카페리 취항 이후 손님이 많이 찾아와 매출이 20%나 늘었다"고 말했다.

제주=이해석 기자 < lhsaajoongang.co.kr >

사진=프리랜서 김영하·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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