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는 참 맛-저녁밥

2010. 9. 7. 20:17참살이

 

오늘 저녁밥이다.

우린 농사를 짓지 않는다.

이 밥상에 오른 것 가운데 호박잎은 우리 정원에서 딴 것이다.

"농촌에 와서 살려거든 농사 지을 생각 하지 마라"던 선배 말이 백번 옳았다.

시골 생활 3년이 넘으니 그 말에 대한 가치가 또렸해진다.

우리가 농사를 짓지 않으니 자연스레 주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우리를 챙기려는 마음이 생기고,

그런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지니 배푸는 사람은 배풀어서 흐믓할 것이고,

우리는 우리 대로 얻으니 감사하고 고마우니 어찌 화합이 이루어 지지 않으리오.

 

나는 회사에서 배가 촐촐할 퇴근무렵 까지에도 간식이나 음료는 마지시 않고 견딘다.

저녁밥 만큼은 맛있게 먹으려고 내 나름대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꿀맛이 따로 없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있다.

맛 있다고 많이 먹는 일이 없다는 예기다.

그리고 식사 후엔 잠자리에 들 때 까지 물 한 모금 외엔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그게 과거와 다른 점이다.

 

 

건너 냇가 옆집 할아버지 고추 밭에서 따온 매운 고추와 바로 옆집 할머니 담벼락에서 따온 방아잎을 넣은 엄마표 부침게다. 정말 맛있다.

이 부침게를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꺼내서 차가운 그 상태로 양념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맛은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는 일품인 것이다.

한 끼 밥에 요거 동가리 댓 개 정도가 알맛다.

 

오이는 우리집 앞 밭에서 수확했다며 들고온 것이고, 아래 조그만 토종고추는 길 건너 할아버지 밭에서 따온 것이다.

오이는 아삭아삭 싱싱하기 그지없고, 고추는 약간 맵싸한 것이 맛있기 그지 없다.

 

저 감자도 뒷집 할머니께서 한 바께스 들고온 것인데 크기는 작아도 맛이 좋아 여러 요리에 동원된다.

 

콩잎은 크기가 아주 작은데 양념을 워낙 꼼꼼히 한데다 알맛게 익어서 밥 한 술위에 두~세잎 정도 엊어서 먹는 맛 또한 기가 막힌다.

 

부산 자갈치에서 사온 싱싱한 고등어 구이다. 염장을 알맞게 한 것을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안동간고등어는 저리 가라!

 

좁은 우리집 정원에 지천에 깔린 것이 바로 이 호박잎이다. 그런데 시골 어른들은 이 좋은 것을 왜 안드시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나는 3시 세끼를 달아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는데 말이다.

 

뒷집 아주머니께서 갖다 주신 상추. 오랬만에 먹는다.

이런 모든 음식들이 농약은 커녕 비료도 뿌리지 않고 키운 것들이다.

일손이 모자라기에 그런 것이니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