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클린의 모차르트 변주곡과 소품들

2009. 5. 17. 01:22LP & CD

까마득한 어린 시절 나는 눈물을 늘상 흘려댔던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면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글썽해지는 것이었다.

신나고 멋진 곡을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려지며 감격하는 사이에 눈물이 눈시울에 고이는 현상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유구한 세월이 흐른 지금, 나이 오십 줄을 바라보는 내가 최근 들어 눈시울이 축축해질 때가 종종 생긴다.

물론 음악을 들을 때다.

어떠한 음악 외적인 상념 없이 오로지 아름다운 음악에 홀려 흘리는 눈물이다.

다만, 어린 시절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해서였지만,

지금은, 현대에서는 들어볼 수 없는 명연주에다 실제 콘서트와 같은 음향이 내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물론, 거기엔 분명한 까닭이 있다.

바로 천상의 소리를 내 주는 오디오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를 추구한지 15년 만에 내 소리를 찾았고,

또다시 15년이 흐른 지금에야 비로소 소리의 완결을 이루어낸 바로 그 오디오,

아날로그 황금기에 만들어진 독일 스튜디오 오디오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 또 한 사람 발터 클린... 

오늘 이 시간 노트북 시계가 오전 2시 6분을 가리키는 일요일 새벽,

나는 세 시간째 클린이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듣고 있다.

눈시울에 눈물 고여 가며....

 

빈삼총사로 불리는 프리드리히 굴다, 외르크 데무스, 파울 바두라-스코다 외에도 한스 칸...

모두가 빈신사처럼 우아하고 세련되고 절제된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닮았다.

클린의 연주를 들으면 넘치는 힘은 없으나 잔잔한 감동이 있고,

템포 루바토의 마술을 볼 수는 없지만 빈왈츠 같은 절제된 우아함이 있다.

듣는 이를 강력하게 흡인하지는 않지만 한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의 흐름속에 내 몸을 맡기게 한다.

 

 

 

 

발터 클린,Walter Klien (November 27,1928 - February 10,1991)

              

 

오스트리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1928년 11월 27일 오스트리아 그라쯔에서 출생했다.

그의 어머니 에리카(Erika Giovanna Klien,1900-1957)는 미술가였는데 1929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발터 클린은 시타이어마르크 주립음악원을 거쳐 비엔나 국립음악아카데미에서 디힐러(Josef Dichler)에게 피아노를 사사받았다.

그후 다시 미켈란젤리(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아래서 학업을 거듭하며 사사했고,힌데미트(Paul Hindemith)에게 작곡을 사사 받았다.

1951년과 1952년 볼자노에서 열린 부조니 콩쿠르와 파리에서 열린 마그리트 롱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이후로 그는 오스트리아의 정상 피아니스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63년 이래 바이올리니스트 볼프강 쉬나이더한과 듀오를 만들어 소나타 연주에 주력했으며 섬세한 터치로 호평을 받았다.

1969년 미국 무대에 데뷔하여 절찬을 받았다.

1953년 비엔나에서 뵈젠도르프 상(Bosendorfer Prize)을 받았고,1987년 요제프 막스 음악상(Joseph Marx Music Prize)을,그리고 199년 비엔나 시로부터 명예로운 금메달을 수여받았다.

1991년 2월 11일,오스트리아 빈에서 세상을 떠났다.

 

발터 클린은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 최고의 해석가이며,그의 스타일은 빈 피아노 악파의 정수를 지니고 있다.

다이나믹,유동성과 연주법에서 절제있는 연주는 윤기있고 아름다운 광채로 빛난다.
또한 그는 빈 악파의 전통인 부드럽고 우아한 연주법의 계승자이다.

다른 연주자들이 모차르트로 자신의 개성을 뽑낼때,클린의 연주는 모차르트 본연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화사한 빛을 발하고 있다.

비록 클린의 명성이 브렌델이나 커즌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의 모차르트 연주는 어느 연주 못지 않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의 브람스의 피아노 독주곡들은 낭만주의 시대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들로 균형과 절제를 중시한 브람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발터 클린은 브람스 전문가 답게,브람스 작품의 진지한 깊이와 그 속에 숨겨진 인간미를 담고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클린의 연주는 초기에서 만년에 이르는 작품의 변화의 큰 흐름 뿐 아니라,각 작품들이 지닌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들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특히 브렌델과 펼치는 피아노 듀오 연주는 두 연주자가 불꽃튀는 대결을 펼치듯 활기찬 연주를 들려준다.

발터 클린은 미켈린젤리를 사사하고 부조니,롱-티보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피아니스트로서 모차르트,브람스,슈베르트에 뛰어난 해석으로 정평이 높다.

그의 피아니즘은  부드러운 아티큘레이션과 밝은 톤으로 슈베르트의 소나타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뛰어나게 표현해낸 연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슈베르트 소나타는 같은 시기에 쓰여진 베토벤 소나타에 비하면 참으로 불운을 겪고 있어 보이는데,슈베르트 소나타는 베토벤 작품처럼 강렬한 비르투오시티는 적을지 몰라도,그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더욱 뛰어나다.
그런 이유로 발터가 들려주는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평화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음악적 위안을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