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30. 19:29ㆍ축제&여행
어떤 대화 / 김동리
산 밑 동네에서도 젤 안 집은
동네에서 젤 할아버지네 집
뜰에는 감나무 소나무 백일홍나무
집 뒤는 대숲이 산으로 이어졌다
사철 온갖 꽃과 잎새로 에워진
묵은 기와집 할아버지는
방에서 뜰로 뜰에서 다시 방으로
언제나 왔다 갔다 그 것 뿐이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뭘 하고 계세요
뭘 하긴 뭘 해, 이러고 있지
비 오실 때 할아버진 뭘 하세요
비 오실 때 비 오는 거 보고 있지
눈 오는 날엔요
눈 오는 날엔 눈 오시는 거 보고 있지
또 다른 날엔요,
늬네들 와서 절하면 절이나 받아 먹지
또, 또 그 밖의 다른 날엔요
에끼 녀석 말이 많다
하긴 뭘 지꾸 하느냐
그냥 제사나 지내고 살지.
기계 장날 / 박목월
아우 보래이.
사람 한 평생
이러쿵 살아도
저러쿵 살아도
시큰둥 하구나.
누군
왜, 살아 가는 건가.
그렁저렁
그저 살믄
오늘같이 기계장도 서고
허연 산뿌리 타고 내려와
아우님도
만나잖는 가베.
앙 그렁가 잉
이 사람아.
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
그저 살믄
오늘 같은 날
지게 목발 받쳐 놓고
어슬어슬한 산 비알 바라보며
한 잔 술로
소희도 풀잖는가.
그게 다
기막히는기라
다 그게
유정한기라.
-박목월 시집 <경상도의 가랑잎(1968)> 중에서-
문학작가 김동리
본관은 선산, 본명은 시종. 경상북도 경주 출생이다. 경주제일교회 부설학교를 거쳐 대구 계성중학에서 2년간 수학한 뒤, 1929년 서울 경신중학 4년에 중퇴하여 문학 수련에 전념하였다. 박목월, 김달진, 서정주 등과 교류하였다. 1934년, 시 '백로'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함으로써 등단하였다. 순수문학과 신인간주의 문학 사상으로 일관해온 그는 815광복 직후 민족주의 문학 진영에 가담하여 김동석, 김병규와의 순수문학논쟁을 벌이는 등 좌익문단에 맞서 우익측의 민족문학론을 옹호한 대표 인물이다. 이때 발표한 평론으로, '순수문학의 진의(1946)', '순수문학과 제3세계관(1947)', '민족문학론(1948)' 등을 들 수 있다. 작품 활동 초기에는 한국 고유의 토속성과 왜래사상의 대립 등을 신비적이고 허무하면서도 몽환적인 세계를 통하여 인간성의 문제를 그렸고, 그 이후에는 그의 문학적 논리를 작품에 반영하여 작품세계의 깊이를 더하였다. 6.25전쟁 이후에는 이간과 이념의 갈등을 조명하는데 치중하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소설집으로 '무녀도(1947)', '역마((1948)', '황토기(1949)', 귀환장정(1951)', 실존무(1955)', '사반의 십자가(1958)', '등신불(1963)', 평론집으로 '문학과 인간(1948)', 시집으로 '바위(1936)', 수필집으로 '자연과 인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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