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하 노피곰

2007. 9. 12. 11:50창작곡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 제5집

 

모순을 명상하는 禪의 경지

-황병기의 음악 세계

 

엔드루 킬릭 (영국 쉐필드대학교 음악학 교수)

 

한국 음악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황병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한국의 "존통음악" 즉 국악을 예기하려면 다른 어떤 이름보다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국악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음악과 전통 악기를 위해 새롭게 작곡된 음악 모두를 포괄하는데, 황병기는 40년이 덤도록 이 둘 모두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그는 전통음악이 산조를 그만의 독특한 형태로 발전시킨 '황병기류의 가야금 산조'를 악보로 출간하고 제자들을 가르친 유일한 음악가인가 하면 그가 창작한 작품들은 이제 모든 가야금 연주자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되었다. 그는 국내에서 이미 수많은 대학원 논문들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는 물론, 아이들 책에까지 등장하고있을 뿐만이 아니라, 구외에서도 연주, 강의, 그리고 글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다. 1990년에는 남북이 함께 참가한 "평양범민족통일음악회"에서 남측을 대표하기도 했다. 만일 한 개ㅐ인이 한 나라의 음악을 대표할 수 있다면, 한국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은 단연 황병기라 하겠다.

 

그러나 황병기는 대표자이기 이전에 엄연한 한 개인이다. 이 점이 바로 그의 삶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몇몇 모순들 중의 하나이다. 그는 1950년대 이후 국악 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여러면에서 보편적인 흐름을 거스른 사람이다. 한편으로는 문화재위원회의 영향력있는위원으로서 정부 지원과 보존이 필요한 전통음악과 관련된 사항들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히 보존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무형문화재 제도가 시작되던 1962년 바로 그 해에 '숲'이라는 제목의 가야금을위한 최초의현대 독주곡을 작곡하여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 전통음악학과가 처음 생겼을 때 부터 한국 최고 수준인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훌륭한 연주자와 음악학자들을 길러내면서도 서양 현대음악 작곡가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새로운 연주 기법을 창안했다. 예를 들어, 이 엘범의 '자시(子時)'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한국 악기들을 위한 새로운 연주기법들을 개발해냈다. 하지만 작곡가로서 그는 여전히 외로운 주역이다. 많은 다른 작곡가들이 그의 음악에 감화되어 한국 악기를 위한 새로운 음악들을 작곡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의 독창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