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매듭법

2017. 1. 31. 14:32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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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알아둘 밧줄 매듭법 -김성원-

작성자데레사(김경희)|작성시간12.09.05|조회수10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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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알아둘 밧줄 매듭법

김성원

귀농한 지 벌써 6년. 아직도 몸을 써서 하는 일이 서툴기만 합니다. 살 집도 짓고 제법 쓸 만한 화덕과 벽난로도 제 손으로 만들어 요긴하게 쓰고 있으니, 아재들은 제가 손재주가 좋다 합니다. 되려 아재들께 배워야 할 농촌 살림 기술이 많은데도 당신들이 갖지 못한 기술은 부러워하고 정작 당신들 손에 익혀둔 기술은 하찮다 감춥니다. 어깨너머로 아재들 손놀림을 지켜보면 어느 하나 매혹적이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런데 제 손놀림엔 생각 없이도 술술 풀어낼 수 있는 습관처럼 밴 기술을 찾을 수 없습니다.

■ 농촌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기본적인 매듭법들

그럭저럭 집 밖에서 일할 수 있을 만큼 날씨가 풀린다 싶어 지붕에 올라 바람에 휘청이던 연통을 바로잡았습니다. 4m 높이의 연통이 북풍에 흔들리지 않게 사방을 철사로 묶는 일이 쉽지 않네요. 야물게 묶지 못한 철사가 끊기는 바람에 연통이 넘어지면서 다칠 뻔했습니다. 집안에 있던 아내를 부르고 뒷집 최 선생을 불러서야 제대로 연통을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 손이 야물지 못하니 철사 매듭을 묶을 때마다 서툴기 그지없습니다.

뒤돌아보면 제가 직장에선 줄을 설 줄 몰랐고, 농촌에 와선 제대로 줄을 맬 줄 모릅니다. 고춧대 줄을 매보면 어지러운 것이 거미줄 뺨칩니다. 딸집에 다니러 오신 장인어른 앞에서 마당 빨랫줄을 맨 때를 생각하면 낑낑거리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마당에 비닐하우스 파이프 두 개를 대여섯 걸음 간격을 두고 박은 다음, 여기에 스테인리스 줄을 매서 빨랫줄을 만들었습니다. 전동 드릴, 말뚝 쐐기, 조임 철물, 망치, 펜치, 철사 절단기 등 별별 공구들을 다 늘어놓고서야 간신히 이불 빨래를 널어도 넘어지지 않게끔 만들 수 있었네요. 귀한 딸 시골 데리고 와서는 빨랫줄도 제대로 못 매는 사위가 믿음직스럽지 않았던지 잠깐 머물다 후딱 강릉으로 돌아가시더군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장대에 밧줄 매는 법만 몇 가지 알았다면 그렇게 많은 공구를 늘어놓지 않고도 간단히 해냈을 일입니다.

어쭙잖아도 제대로 배워둔 매듭법 하나가 있습니다. 트럭 적재함 줄(일명 바) 매는 법이죠. 트럭에 짐을 싣고 그저 단단히 옭아매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농사지으면서 영업 화물차를 모는 동네 주서 아재한테 배웠는데 고리에 건 채로 당겨도 풀리지 않게 단단히 화물을 옥죌 수 있는 방법이죠. 머릿속으로 떠올리려면 어렴풋하던 것이 적재함에 밧줄을 걸어 잡으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손짓이 매듭 길을 찾아갑니다. 생각 많은 사람이라도 결국은 머리가 아니라 손이 배웁니다. 몸으로 익히고 배운 것이 모자라다보니 제가 알고 있는 세상은 아직도 관념에 많이 치우칩니다.

■ 두 장대이음 밧줄 매듭법과 삼각장대 매듭법

■ 짧은 두 줄을 이을 때의 매듭법

제 집은 밭을 집터 삼아 지었기에 마당과 밭의 구분이 따로 없고 담장도 문도 따로 없습니다. 옹벽 둘레로 사철나무 생울타리가 일부 둘러져 있고, 집 뒤는 마른 고랑이 있어 집 안팎을 나눕니다. 텃밭과 사랑채

둘레는 두충나무가 한 발씩 띄엄띄엄 심어져 있어 나름 경계를 이루지만, 듬성듬성 성근 틈으로 오가는 사람 눈길도 낯선 불청객 방문도 피할 수 없습니다. 간벌한 잔가지나 마을에 지천인 대나무로 마른 울타리라도 만들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엔 생태화장실 옆에 수세미 덩굴이 뻗도록 대나무 지지대를 삼끈으로 묶어 세워봤는데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니 코웃음만 나오네요. 수세미 덩굴손도 손을 내미는 걸 마다했네요. 대나무에 못을 박으면 쉽게 쪼개지기 때문에 대나무로 울을 만들자면 필히 삼줄을 이용해서 묶어야 하니 미뤄두었던 생각을 실현하려면 먼저 울타리 매듭 먼저 배워야 하겠지요. 양파나 시래기, 마늘 엮을 때도 그렇고 잡물 걸어둘 줄의 고리를 만들 때도 제대로 매듭을 묶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처럼 농촌 살림엔 용도에 맞게 배워야 할 매듭이 많네요.

■ 트럭 적재함 화물을 묶을 때 사용하는 매듭법

매듭은 실이나 끈, 밧줄을 묶어 맺은 자리인데, 매고 죄며 여러 모양을 만드는 수법이나 만들어진 형태를 말합니다. 매듭이라면 보통 장식적인 전통공예 매듭을 떠올리는데, 용도에 따라 실용적인 매듭이 많습니다. 실용적인 매듭은 끈목의 한끝을 매어 매듭을 지을 때나 끈목과 끈목의 끝을 서로 맞이을 때, 줄을 다른 물체에 잡아 매거나 물건을 늘어뜨릴 때, 밧줄의 길이를 줄이거나, 소나 말을 잡아맬 때 등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이용됩니다.

 

■ 항만이나 부두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밧줄 매듭법들

매듭법을 발견하면서 인류는 사냥이나 낚시는 말할 것도 없고, 건축, 물건 운반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죠. 목구조를 짜 맞추는 결구법도 모르고 못이 등장하기도 전, 원시시대에는 칡덩굴과 같은 덩굴을 끈 삼아 나뭇가지를 잡아매서 움막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매듭은 이뿐 아니라 문자로도 이용되었는데 매듭문화가 가장 발달한 고대 페루에서는 키푸(quipu)라는 줄 매듭을 이용한 결승문자가 사용되었습니다. 매듭을 이용해서 수를 세기도 했는데 하와이 토인, 인도, 타이완의 고산족(高山族) 등이 매듭 수를 이용했습니다. 이처럼 매듭은 인류에게 있어 기원이 오래된 근원적인 전통 기술 그 이상입니다.

■ 장대, 울타리, 사다리를 묶을 때 사용하는 매듭법

■ 물건을 걸어두기 위한 줄의 고리 매듭법

■ 목책, 대나무 울타리, 장대 사다리 묶는 매듭법

자료를 뒤져 농촌 살림에 필요한 매듭법을 정리하고 배우면서 ‘매듭 학교’나 ‘밧줄 학교’가 어디서든 만들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깟 몇 가지 밧줄 매듭으로 어떻게 학교를 만들겠냐 싶겠지만 전 세계에 알려진 매듭법만 4천여 가지라니 학교를 만들 만합니다. 하찮아 보이는 전통 기술 그 어느 하나라도 꼼꼼히 살펴보고 정리해보면 인류 문화의 근원에 맞닿아 있는 보물이구나 알게 되지요. 유럽과 호주, 북미에는 농촌 생활에 필요한 돌담 쌓기, 잔목 울타리 엮기, 이엉얹기 등 사라져가는 농촌 기술들을 복원하고 체험교육이나 장인을 키워내는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관들과 협회, 협동조합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농촌 기술과 공예 축제를 벌이고 있는 미국의 빅스킬(www.thebigskill.com), 영국의 데본농촌기술신탁(www.devonruralskillstrust.co.uk), 코츠월즈농촌기술(www.cotswolds ruralskills.org.uk)을 살펴보면 그들이 어떻게 농촌의 전통 기술을 의미 있는 현재의 기술로 만들어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10년 유네스코는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유네스코의 자문 역할을 담당하던 피에트로 로레아노가 운영하던 전통지식세계은행(www.tkwb.org)에서 영향을 받아 그의 주도하에 국제전통지식연구소를 만들고 세계 전통 기술과 지식에 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지식세계은행이 전통 기술과 지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밝힌 글을 소개하며 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전통 기술은 우리 과학과 문화를 발전시켜온 가장 근원이 깊은 인류 고대의 지식과 생활상의 필요를 해결하면서 지구의 지표 위에 이루어진 모든 문화적 전경과 환경을 관리하고 창조해온 토착 기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통 지식과 기술들은 적은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면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해결책이자 환경 변화와 위기, 재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기능의 대안입니다. 환경 파괴와 전 지구적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전통 지식과 기술은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그 잠재성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가 어떻게 환경과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김성원

전남 장흥으로 귀농해 작은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을 위한 농촌생활 적정기술 보급활동을 하고 있다. 『 이웃과함께짓는흙부대집』, 『 화덕의귀환』을 썼다.

위에 글과 이미지는 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 봄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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