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5. 09:24ㆍ축제&여행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 익선동에서 가봐야 할 곳 5
2016년 02월 10일 | 업데이트됨 2016년 02월 10일
남현지 허핑턴포스트 트렌드 에디터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번지에는 100년 가까이 된 한옥들이 모여있다. 종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좁고 길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풍경이 이어진다.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옥마을이다. 한국 최초의 부동산 업자 정세권이 중산층 이하 서민을 위해 건설한 곳이기에 주택에 스며든 당시 서민의 생활양식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몇십 미터만 나가도 높은 빌딩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펼쳐진다. 주변 환경과는 사뭇 다른 탓에 ‘한옥섬’이라고도 불리는 익선동 골목을 허핑턴포스트가 다녀왔다. 주목할 점은 새로 생긴 공간들이 기존의 한옥을 허물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른 카페 겸 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있는 향초 편집샵, 새우깡에 맥주를 곁들일 수 있는 옛날식 슈퍼, 각 분야의 창작자들이 모여 만든 식당, 전시와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방. 서울 그 어느 곳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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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식물은 패션 포토그래퍼 루이스 박이 만든 공간이다. 왜 하필 익선동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루이스 박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국내와 해외의 정보 격차가 없어진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놀이문화가 발달한 런던에 10여 년 살면서 보니, 아티스트들이 어느 동네로 옮겨가느냐가 그 지역이 발전하는 척도의 기준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아티스트들은 땅값이 싼 곳으로, 구도심으로 가는 경향이 있더라. 그 교집합이 종로와 을지로라고 생각했다. 북촌과 서촌에 이어 종로와 을지로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1년 전부터 식물이라는 카페를 하고 있다. 익선동은 다른 곳과 달리 때 묻지 않고, 무언가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리단, 가로수길처럼 이미 무언가 많이 생긴 곳보다는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그전에는 몰랐던 한국의 전통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식물도 기존 한옥이 가지고 있던 세부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식물에는 대표 루이스 박의 취향을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 곳곳에 있다. 그가 이제껏 모았던 빈티지 소파, 캐비넷, 산업 디자이너 찰스 임스의 테이블, 독일 학생 의자 등 하나하나 이야기가 깃든 물건들이다. 그리고 다른 곳과 엇비슷하게 한옥을 리모델링하는 것보다는 다른 느낌을 주고 싶어, 지난 100년간 수많은 사람이 이 한옥에 이사 온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보일러가 도입되면서 설치된 보일러 스위치, 최초의 흙벽 등 식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디테일들이 숨어있다. 전반적인 건축은 건축가 황현진씨가 맡았다.
익선동도 북촌이나 서촌처럼 관광객들로 붐빌 것 같으냐는 질문에 루이스 박은 “요즘 서울시 관련부서에서 이 동네에 계속 온다. 하지만 이전에 서촌, 북촌의 사례를 봤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관광객이 몰리도록 놔두진 않을 것 같다. 익선동은 한국의 근대화를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 되지 않을까.”라는 말을 전했다.
종로구 익선동 166-62
문의: 02-747-4854 / instagram @sikmul
거북이 슈퍼
지난 5월 문을 연 슈퍼마켓 ‘거북이 슈퍼’. 말 그대로 동네 슈퍼를 표방하는 이곳에서는 각종 과자와 맥주를 부담없이 꺼내 먹을 수 있다. 가게의 이름에 대해 묻자 박지호 대표는 “느리면서도 꾸준히 가고 싶어서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했던 동네에 들어왔기에 주민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단지 익선동을 좋아해서 이곳에 가게를 차렸다는 박 대표는 계속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추세이지만, 동네를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방문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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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슈퍼 대표 박지호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166-79
문의: 010-7532-7474 / instagram @turtle_supermarket
프루스트
조향사 문인성씨가 만든 향 브랜드로, 이곳 프루스트는 향 제품 관련 수업이 진행되기도 하는 매장 겸 쇼룸이다. 또한 정통 프랑스 디저트와 홍차를 맛볼 수 있는 카페 ‘프루스트 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의 이름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구절인 “은밀하고도 눈에 보이지 않으며 넘쳐흐르는, 온갖 삶이 발산하는 무수한 냄새들로 우리를 매혹했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향을 만드는 조향 관련 수업은 원데이 클래스부터, 창업에 이르는 전문 조향 클래스까지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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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에서 제작한 향초, 방향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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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향의 오일을 선택해 향을 만들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수표로 28길 17-26
문의: 02-742-3552 / instagram @proustscent
열두달
열두달은 말마햄(수제햄), 그레인스(곡물), 제이제이(수제잼), 루트(뿌리채소), 手청(수제청), 자주(전통주), 스팀45(수제맥주) 총 7개 브랜드로 구성된 마켓겸 다이닝이다. 열두달은 1920년대 이후에 지어진 ㅁ자 한옥으로, 중앙에 마당이 있는 형식이다.
열두달의 총괄운영을 맡은 박한아씨는 작년 익선동의 매력에 빠져 ‘익선다다’라는 프로젝트 팀을 구성, 카페 겸 갤러리 ‘익동다방’을 처음 만들었다. 이후로는 지난 11월 ‘열두달’과 최근 식당 ‘1920경양식’을 오픈했다.
박한아씨는 “이 동네가 10년 동안 재개발로 묶여 있었고 원래는 개발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작년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자격을 반납하며 2층 증축과 같은 개발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익선동은 북촌이나 서촌보다 거리 그대로가 보존될 것 같다. 익선동은 4대문 안에 한옥이 남아 있는 소중한 곳이기도 하며, 널찍한 한옥이 있는 북촌과는 달리 익선동은 서민들이 사는 한옥이 모여있다. 조선시대 이후에는 기생들이 많이 살았기에 한복집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라며 익선동이 지닌 문화적, 역사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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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들깨를 이용한 생들기름을 뿌린 주먹밥과 뿌리채소를 이용한 피클을 곁들여 먹는 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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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채소 브랜드 ROOT의 연근크림파스타
수재햄 브랜드 말마햄의 대표 박수진씨는 혜화동 마르쉐, 이태원 계단장 같은 프리마켓에서 수제햄을 선보이다가 열두달의 한 브랜드로 합류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프랑스식 숙성 육가공품을 칭하는 ‘샤퀴테리’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상태다. 박수진씨는 프랑스 시어머니에게서 수제햄의 제조법을 배운 후, 한국의 사정에 맞게 레시피를 변형했다고 전했다. 비싸고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샤퀴테리 가게도 생겨났지만, 말마햄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손님들이 부담없이 정육점처럼 들러 필요한 만큼 고기를 사가기도 하고, 또 다이닝 바에서 맥주와 함께 곁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말마햄이 만드는 햄은 여러 잡고기를 섞은 햄, 즉 정크푸드가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훈제해서 만든 슬로우 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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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등심, 항정상, 목살, 베이컨, 닭고기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수제햄 샘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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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 브랜드 스킴45의 맥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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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브랜드에서 구매한 제품을 중앙에 위치한 좌석에서 먹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166-54
문의: 070-8690-2759 / www.12dal.co.kr
익동다방
‘익선다다’팀에서 만든 다방 겸 바. 각종 커피와 티, 맥주, 와인을 종류별로 즐길 수 있다. 갤러리 카페를 표방하는 만큼 공간 외부와 내부 모두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밤에 방문하면 각종 조명이 환하게 빛나 더욱 아늑한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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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17-19
문의: 010-2939-3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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