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괴물들

2013. 10. 19. 08:12괜찮은 글

 

배운 괴물들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평범한 단어들을 보석처럼 잘 조합하는 사람이 빚어내는 언어는 참으로 감칠맛 난다. 그 감칠맛 나는 언어는 읽어서 배부른 눈의 만찬을 제공한다. 언어 능력만을 놓고 보자면 괴테와 나치의 선전부장 괴벨스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하지만 한 명은 언어능력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존경받는 대문호가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궤변을 만들어냈다. 차라리 괴벨스가 ‘일자무식’이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악인 괴벨스는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배웠지만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이렇듯 괴벨스처럼 위험한 괴물에 다름 아니다.

 

그 높은 교육열과 화려한 교육관련 통계지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 사회에서 나타나는 ‘배운 괴물들’의 쇼가 끝나는 순간은 대체 언제쯤일까? 성장이 성숙으로 귀결되지 못함이 너무나 분명할 때, 차라리 성장하지 않겠다는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의 선택은 오히려 성숙한 결정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키 작은 오스카가 웃자란 괴물 괴벨스보다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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