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서 이거 안 먹고 오면 후회합니다

2013. 6. 5. 13:57축제&여행

[오마이뉴스 김다솜 기자]

<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5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부산경남입니다. <편집자말>

 단무지, 부추, 어묵 등 부산에서 유명한 특산품으로 만들어진 고명들을 당면 위에 얹고 있었다. 고명을 기다리고 있는 그릇만 해도 5-6개는 넘어 보였다. 호림분식 관계자는 “주말이면 적평소보다 가격이 3배까지 뛴다”고 말했다.
ⓒ 김다솜

"부산에만 있는 비빔당면 묵고 가소. 한 그릇에 4000원!"

지난 18일 부산 부평깡통시장 먹자골목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먹자골목 상인들은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길게 늘어난 줄은 어느새 골목을 가득 메웠다. 먹자골목 안에 들어선 가게 간판마다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맛집 프로그램 출연 경력을 앞 다투어 자랑하고 있었다.

김천호(32, 경기도 시흥)씨는 식당 입구 가판에 앉아 비빔당면을 먹었다. 가족들을 위해 직접 여행 코스를 짠 김씨는 "여행 블로그를 통해 비빔당면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먹어보니 상상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의 하루 관광객은 3만 명. 주말에는 5만 명까지도 찾는다. 부산 부평깡통시장 상인회 옥봉철 사무처장은 "찾아오는 방문객 중 90%는 외부 사람이고, 10%는 부산 사람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평깡통시장이 관광 코스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다. 옥 사무처장은 "무엇보다 부평깡통시장은 먹거리로 유명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씩 먹을 걸..."

부평깡통시장 상인회에서 가장 추천했던 먹거리는 바로 어묵. 한국인 최초로 설립한 어묵 공장인 동광식품이 부평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동광식품은 기본 매출만 해도 한 달에 30~40억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런 동광식품을 중심으로 환공어묵 등 10여 개의 어묵 가게가 이곳에 들어서면서 지금의 어묵 골목이 형성됐다. 특히, 동광식품, 환공어묵과 같이 생산과 판매를 같이 하는 곳에서는 그만큼 신선한 어묵의 맛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만들고 직접 판매를 하기 때문에 신선하죠. 지금 문닫은 집이 있는데 석가탄신일(18일)부터 징검다리 연휴 동안 준비한 물량이 모두 빠져 나가서 그런 거예요. 하루에 어묵을 실은 트럭만 3-4번씩 들어와요. 만들자마자 내놓기 때문에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여기(부산) 사가시는 분들은 보통 5000원어치 사가시지만, 외지 분들은 여행 선물로 사가는 경우가 많아서 몇 만원씩 쓰고 가요."

환공어묵 관계자 홍주연(41)씨는 자체 생산과 판매를 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홍씨는 "여기서 제일 잘 나가는 건 모듬 어묵"이라며 "오징어 어묵이나 해물 어묵은 타지에서 보기 어려운만큼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속을 당면으로 가득 채운 유부보따리는 한 그릇으로도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그만큼 인기도 좋아 서서 먹는 사람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 김다솜

어묵골목 주변을 둘러보면 유부보따리를 파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부보따리 또한 부평시장에서 손꼽히는 먹거리 중 하나다. 당면으로 가득 찬 배를 드러내고 누워있는 유부보따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강인혜(23, 부산 금곡동)씨는 지금 3000원 하는 유부보따리를 어린 시절 1500원에 사먹었을 정도로 부평시장의 오랜 단골이다.

"여기 올 때마다 어묵을 사고 유부보따리를 먹으러 가죠. 어묵 골목이 커지니까 덩달아 유부도 인기를 끄는 것 같아요. 제가 잘 가는 유부보따리 집은 저 어릴 때만 해도 포장마차처럼 밖에 테이블 하나만 두고 장사를 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이렇게 커졌다니 신기하면서도 기쁘네요."

유부보따리 골목에서 빠져 나오니 눈앞에 단팥죽 골목이 펼쳐진다. 박인혁(48, 충북 청주시)씨는 "금방 유부보따리랑 비빔당면을 먹고 나오는 길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씩 먹을 걸 후회된다"며 "부산 단팥죽은 다른 곳과는 어딘가 달라 보인다"며 신기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18년째 부평시장에서 단팥죽을 파는 송영순(51)씨는 "우리 부평시장 단팥죽은 인절미를 구워 팥죽에 얹어 먹는 일본식 팥죽이라 다른 데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식 단팥죽으로 알려진 부평시장 단팥죽은 별미로 꼽히고 있다. 단팥죽 골목의 일부 상인들은 여름에는 팥빙수 장사로 변신하기도 한다.
ⓒ 김다솜

먹거리로 배를 채운 관광객들의 발길은 '깡통시장'으로 향한다.

40년 동안 깡통시장에서 수입 제품을 판매한 박양길(69)씨는 "깡통시장은 백화점처럼 유명 브랜드나 영리 목적으로 들어온 인기상품이 아니라 선원이나 여행객들이 자기가 쓰고 남은 걸 팔고 있다"며 "소량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액세서리, 조각품 등 매우 특이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깡통시장에서 취급하는 물건이 수입 물품인만큼 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경우가 많다. 깡통시장에서 파는 대부분의 담배와 주류는 관광객들이 면세품으로 한국에 들고 들어와 내다 판 것이다. 상인들은 그 물건을 손님들에게 다시 팔고 있는데, 이처럼 '면세품 다시 팔기'는 불법으로 규정 되어 있다.

깡통시장에서 만난 김준현(28)씨는 "그나마 수입과자랑 양주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어 한번쯤은 들러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깡통시장의 물건들은 수입업체에 의해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수입과자들은 그 종류도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수입과자 골목 중간에 위치한 김영상회는 막 들어온 수입과자를 진열하는 중이었다. 평일임에도 인터뷰하는 동안 10~13명의 손님이 다녀갈 정도로 바쁜 모습이었다.

김영상회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20~30대 손님들은 겉으로 볼 때 예쁜 과자를 선호한다"며 "외관상 예쁘고 게다가 싸고 맛있으면 더 금상첨화"라고 한다. 온갖 수입과자를 단 돈 1000원에 판매하는 미끼상품은 김영상회의 오랜 노하우 끝에 나온 것이다.

"다 경험에서 우러 나온 거지예. 우째 하모 손님들이 더 오게 할까 고민 끝에 미끼 상품을 내놓았심더. 평일이라 이정도지 주말에는 KTX 영향 때문에 손님 많지예. 수도권 쪽에서 여행을 많이 오니까… 매출의 30%는 수도권 분들 덕분인 거 같습니다. 여기가(수입골목) 원래부터 인기가 있었던 건 아이고. 이 시장에 세월이 묻어 나니까 사람들이 점점 몰려 오는 거라 봅니더."

 '불나는 세일, 무조건 천 원'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인상적이다. 김영상회에서는 미끼상품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입과자들을 내놓았다.
ⓒ 김다솜

 국제시장의 인도 전문 수입가게. 주인이 직접 태국과 인도 등지에서 물건을 들여 왔다. 아름답게 수놓아진 스카프나 악세서리 등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 김다솜

부산 국제시장의 명물, '씨앗호떡', '구제골목'

"거기 이쁜 이모야. 여 와서 씨앗호떡 하나 묵고 가이소."

'국제시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씨앗호떡'이다. 씨앗호떡이 처음 생긴 것은 불과 5년 전 일이다. 전선열(58)씨가 뛰어들고 나서부터다. 전씨는 동생과 함께 8년 전 호떡장사를 시작했다. 그의 동생은 27년 동안 호떡 장사를 해 오던 베테랑이다. '호떡에 씨앗을 넣어 보니 맛있더라'는 동생의 말에 5년 전 씨앗호떡을 처음 만들었다.

본래 씨앗호떡은 부산의 음식이 아니다. 전씨가 만든 씨앗호떡이 유명해지면서 어느새 부산의 명물로 알려진 것이다. 전씨 이후에 피프 광장에는 6곳의 씨앗호떡집이 더 생겨났다. 게다가 KBS <1박 2일>에서 가수 이승기씨가 찾은 이후로는 더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박 2일 효과를 제대로 본 셈이다.
 일명 '이승기가 먹은 호떡'으로 잘 알려진 '씨앗 호떡'은 부산의 명물이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돈을 맡겨두고 호떡을 먹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 김다솜

"여 보면 전부다 즈그가 원조라 해샀는데, 우리 간판 좀 보소. 원조 앞에 '진짜'가 붙어있습니더. 진짜 아니면 저거 못 붙이제. 내가 진짜 원조인데 딴 사람도 원조라카면 가만히 있나. 우리 씨앗호떡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맛있다고~'해가 소문 듣고 많이 찾아 오는 거 같은데, 일단 와서 먹어봐야 압니더. 일단 잡숴보시고 말씀하이소."

국제시장의 명물로 알려진 '씨앗호떡'은 국제시장 상권의 영향력 아래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제시장에 속해있지는 않다.

실제로 국제시장은 먹거리와 볼거리 등 관광객 유치보다는 도소매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 국제시장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구제골목'이다. 국제시장은 50-60개의 대규모 구제골목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국제시장 구제골목은 캐나다, 미국, 일본 등 각지에서 유명 브랜드의 옷도 함께 오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국제시장의 한 구제상인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에 남포동 미국문화원 옆에 유나백화점이라고 있었는데 그 당시 유나백화점(부산 최초의 백화점으로 1981년 개점해 1999년 문을 닫았다)에서 산 옷을 이 주변에 내다팔곤 했었다"며 "아마 그게 국제시장 구제골목의 유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구제골목에 위치한 한 빈티지샵. 원래 바로 운영되던 곳을 개조해 근사한 빈티지샵으로 만들었다.
ⓒ 김다솜

'부산멋쟁이'라고 쓰여진 오래된 간판 아래서 구제상인 김정숙(60)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우리 상인들이 직접 도소매장에 찾아가 물건을 하나하나 골라서 가져오는 것"이라며 "메이커와 상태를 다 확인한 뒤에 손님들이 선호할만한 제품으로 사온다"고 말했다.

구제골목에서 버버리 코트를 입어보고 있던 신혜주(30, 경기도 용인)씨는 "버버리 코트가 5만원이라 놀랬다"며 "이제 여름이라 계절이랑은 안 맞지만 하나 사두고 가을이 오면 입을 참"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사실 구제라고 하면 상태도 안 좋을 것 같고 남이 입던 옷 입는 다는 게 찜찜했는데 여기 와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국세시장? 깡통시장? 다 똑같은 거 아니에요?"
일제시대 최초의 시장인 부평시장은 원래 '부평공설시장'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부평시장보다 깡통시장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본래 1910년대 설립된 공설 1호 시장으로 20인 이상 영업자 형태로는 전국 최초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깡통시장은 부평시장 바로 옆에 위치해있는 곳으로 6.25 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나온 외제 물품을 내다 팔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당시에는 주로 '통조림'이 많이 나왔기에 얻게 된 별칭이 '깡통시장'이다.

처음 시작은 달랐지만 지난 2005년 12월부터 부평시장과 깡통시장은 '부평깡통시장'으로 통합되면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어 이국적인 부산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부평시장은 부산만의 먹거리를, 깡통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물건을 내놓으며 볼거리를 맡게 되어 두 시장의 경쟁력이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부평깡통시장은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이하 문광형 시장)에 선정되면서 관광객이 1.5배나 늘기도 했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지역 문화 및 관광자원과 연계가 가능한 시장을 선정해 중소기업청에서 2년간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시장특성 발굴 및 개발 ▲관광자원 연계개발 ▲지속발전 역량강화 사업이 가능한 시장을 선정한다. 매년 실시하는 문광형 시장 신청은 선정 절차 또한 까다롭다. 중소기업청에서 사업공고를 내면 각 시?군?구에서 해당 시장을 추천해 현장평가(100%), 서류심사(가감점, 적격여부 판정)을 거친다.

문광형 시장 사업은 해당 시장 상인들이 주축을 이뤄 진행된다. 아직까지 부산시와 협이된 바는 없지만 부평깡통시장은 여러 가지 사업 구상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야시장 운영 ▲무료 시식코너 운영 어묵 협동조합 개설 ▲취약한 볼거리 확충 등이 사업 구상 내용이다. 부평깡통시장 옥봉철 사무처장은 "시에서 현장평가를 할 때 우리의 성공 가능성을 봤으니 선정된 것 같다"며 "우리는 야시장 계획부터 상인회에서 착실하게 사업을 꾸렸다"고 말했다.

구제골목에는 간판없이 장사를 하는 점포도 많았지만, 관광객들의 발걸음에 힘입어 빈티지숍이 모인 상가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구제골목의 개성을 발판으로 상설 프리마켓도 생겨 찾는 즐거움을 더한다.
스튜디오 인 숍 프리마켓의 임성호(34) 대표는 "국제시장이 빈티지로 유명하고 마니아층이 두터워 이 장소로 택했다"며 "여기 찾는 분들이 대체로 개성이 강해 커피숍이 다 차지한 번화가보다는 여기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의 인기 비결

그렇다면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이 관광객을 끌어 당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들만이 가진 특색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지리적 이점도 한 몫 더했다.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은 부산역과 부산항이 차량 이용시 10분만에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게다가 남포동을 기점으로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찾기에 좋은 지역에 있다.

국제시장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물품을 판매하는 박정임(52)씨는 "부산항이랑 인접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크루즈 배가 한번 오면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에 감천 문화 마을이 조성되고 나서부터 주변 관광 코스가 늘다보니 더 자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이) 역사적으로도 오래됐죠. 거기 특산물이 많아요. 먹거리나 볼거리도 많고, 전통적인 골목상권의 중심축이라 볼 수 있죠. 국제시장도 포함해 그 쪽이 전체적으로 시장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어요. 굉장히 경쟁력 있는 거죠."

부산시청 경제진흥과 박동석 계장의 말이다. 박계장은 "국제마케터, 자갈치시장과 연계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특히 부평시장은 저렴한 상품을 통해서 외래 관광자원화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id=hot&sid1=103&cid=945553&iid=47084707&oid=047&aid=0002025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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