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국립오페라극장 야외오페라
2013. 6. 4. 14:40ㆍ카테고리 없음
입장료도 예약도 필요 없다… 가던 길 멈추면 누구나 관객
빈 국립오페라극장 야외 광장에서 행인들이 오페라‘지그프리트’를 지켜보고 있다. /김기철 기자 |
빈 국립오페라극장 야외오페라, 극장안 공연 실시간으로 중계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19일 오후 5시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 구(舊)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빈의 링슈트라세에 자리 잡은 극장 옆 야외 광장에 인파가 몰렸다. 이 극장 예술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하는 바그너 오페라 '지그프리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오페라극장 벽에 설치된 50㎡ 대형 LED 화면에서는 극장 안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5대의 HD 카메라는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변화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동작을 영화 찍듯 생생하게 잡아냈다.
유모차를 밀고 가던 주부도, 어깨에 배낭을 멘 관광객도 걸음만 멈추면 관객이 됐다. 늦은 오후 시원하게 스치는 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극장 측이 마련한 간이의자나 바닥에 앉거나 서서 오페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1시간30분 남짓한 1막이 끝난 뒤 소나기가 내렸다. 비를 피해 자리를 뜬 관객들은 10여분 만에 비가 그치자 다시 모여들었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근처라 약간의 소음이 있었지만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은 들을 만했다. 다음 날인 20일 저녁 중계한 '카르멘'은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등 스타들이 출연, 야외 광장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빈 오페라극장 야외 오페라의 장점은 예약이 필요 없고, 무료라는 것. 이날 바그너의 '지그프리트' 티켓은 최고 250유로(약 37만원)였고, 몇주 전 이미 매진이었다. 빈 오페라극장은 한 해 300차례 이상 오페라와 발레를 올리는 세계 최고 공연장. 세계적 가수와 지휘자가 출연하는 이 극장의 오페라를 예약 없이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빈 오페라극장은 매년 5월과 6월, 9월과 10월에 시즌 주요 오페라와 발레를 야외 생중계하고 있다. 6월에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하는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하는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비제의 '카르멘', 푸치니 '토스카', 발레 '돈키호테' 등이 20회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이 극장의 시도는 또 있다. 전체 자리(2276석)의 25%인 567석을 입석으로 마련, 공연 한 시간 전부터 3~4유로에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호주머니 가벼운 학생이나 예약을 못 한 여행자도 5000원 남짓이면 세계 최고의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것. 오페라가 상류층만 위한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오페라의 도시는 알려주고 있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Wiener Staatsoper)
1869년 모차르트 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공연하며 문을 열었다. 작곡가 겸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가 1897년부터 10년간 예술감독을 맡아 기틀을 닦았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칼 뵘, 카라얀과 로린 마젤 등 거장들이 예술감독을 지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23&aid=0002528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