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사운드 예찬론자의 자화자찬 ^^

2008. 11. 13. 22:15오디오&AV

독일사운드 예찬론자의 자화자찬 ^^

업그레이드를 넘어서...

전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그 시절엔 마땅한 감상수단이 없어서였겠지만 어디서든 음악소리가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국민(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니 운동장에서 열리는 조회시간에 멋진 음
악이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당하고 멋있는 음악은 어린 제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
잡았죠. 나중에 알았지만 그 곡은 수자의 행진곡이었습니다. 그 뒤로 나는 오로지 월요일 아
침 조회시간만 손꼽아 기다렸지요. 물론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훈시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
니다.
그 뒤로 세월이 흘러 제 음악 생활에서 작은 전환기가 마련됩니다. 고등학교 때였지요. 음악
선생님이 꽤 유명한 분이었는데, 시간만 나면 음악실에서 오디오를 크게 켜놓고 음악감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빠져들곤 했는데,
헨델의 메시아, 베르디의 아이다, 쥬페의 경기병 서곡의 감동이 아직도 제 가슴속에 살아있
는 듯합니다.
어느덧 사회에 진출한 제가 난생 처음 월급을 타서 한 일이 앰프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
런 이후, 이러저러해서 강산이 두 번 반이 지나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전 생각하면 할수록 행운아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음악생활 하나 만큼은 그렇다고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 그렇게 자신 있냐구요? 하이엔드와 빈티지 오디오 기기
를 숱하게 섭렵한 저였고, 아파트 몇 채는 족히 날렸을 오디오 편력이었지만 마침내 안착했
거든요. 오디오의 필연이라 할 바꿈질 욕심이 생기질 않고, 더 이상 바꿀 필요도, 바꿀 오디
오도 없는 상태. 오디오의 필연이라 할 잔손이 가질 않는 오디오, 오디오의 필연이라 할 기
기에 얽매이지 않는, 오디오라는 개념이 음악 앞에 가로막는 법이 없이 오로지 음악에만 몰
두하게 되는 믿기 힘든 현실이 저에게 온 겁니다. 물론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일이긴 합니
다만, 적어도 지금까지 10년 이상 흐른 이 같은 세월이 제 자신감에 힘을 실어 준다고 나
할까요?

AV에서도 오디오에서 경험한 현실을 재현하고자 노력을 했고, 또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
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AV에 발을 들여놓은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AV의 끝이라는 9인치
CRT프로젝터를 마련한 점과 무모할 정도의 밀어붙이기 부품 업그레이드가 제 생각을 뒷  
받침 해줍니다. 저는 이 상황-기계에 매달려있는 저 자신-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 진정하
게 AV를 즐기는 상태가 오기를 갈망합니다. 바꿈질을 하고 싶은 마음을 이성으로 억누르는
불편한 AV생활이 아니라, 바꿈질을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생기질 않는, 오로지 AV가 제
생활 속에 녹아있는 그런 현실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끝이 보입니다. 여러 선배들의 도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