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 15:29ㆍ집짓기
우리가 높은 고산 지대를 지나다 보면 세찬 바람과 한겨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하얀 고사목들이 군데군데 서있다. 이게 주목나무와 구상나무들이다. 이 나무는 죽어서도 비바람에 씻기고 눈보라를 견디며 둔탁한 나뭇가지만 남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나무를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사는 나무라고 한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토종나무로서 한라산, 무등산, 지리산, 덕유산에만 분포하는 수종이다.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이 나무는 학명이 아비에스 코리아나 (Abies Koreana) 곧 한국의 전나무라는 뜻이다. 이 귀한 나무를 윌슨이란 독일 식물학자가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하여 붙인 이름인데 약 100년 전쯤 독일로 건너갔다 한다. 독일 사람들은 이 나무를 목재와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개량하여 지금은 수백 만 달러의 외화까지 벌어들인다고 하니 우리로선 참으로 억울한 생각이 드는 나무이다.
일년 전에 학업 연수차 독일에 갈 기회가 있었다. 독일은 조림이 세계에서 제일 잘된 나라인데 도시의 공원은 가는 곳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잘 가꾸어져 있었다. 우리가 머물던 연수원도 10만 평의 부지에 울창한 숲이 조림되어 있었다. 연수원을 걷던 중 우뚝 서있는 구상나무를 발견하고 단숨에 달려가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있는 헤어 비어만 박사에게 이게 한국의 나무인 줄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그 친구도 한국의 전나무라고 대답해주었다.
균형 잡힌 삼각 원뿔 모양의 나무형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했는데 줄기마다 하늘을 향해 죽순처럼 솟아 있는 모습이 특이했었다. 그 독일 땅에서 나무 중 으뜸으로 대접받는 우리나라 구상나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나무의 존재와 가치를 모르고 이제야 희귀성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이제야 21세기 밀레니엄 나무로 지정하고 나무의 보존과 보급에 힘쓰는 실정이다.
출처 : http://www.essay.or.kr/gnu4/bbs/board.php?bo_table=reader&wr_id=6362&page=5
글쓴이 : 윤상기/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